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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평 감독 "영화 제작에 나이 제한 없어…좋은 대본·투자자 있다면 은퇴는 없다" [D:현장]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7.03 17:29
수정 2026.07.03 17:29

체감 60도 사막서 CG 최소화한 리얼 액션…AI 동작은 아직 선호 안 해

'매트릭스' 무술감독이자 '와호장룡', '취권'을 연출하며 세계 장르 영화계를 호령한 무협 액션의 살아있는 전설 원화평 감독이 부천에서 창작열을 과시했다.


원화평 감독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3일 오후 경기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 문화홀에서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개막작 '표인: 풍기대막'을 연출한 원화평 감독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올해로 80세를 맞이한 원 감독은 나이가 무색할 만큼 확고한 현역의 면모를 드러냈다. 처음으로 부천을 찾았다는 그는 "이틀째 머물고 있는데 굉장히 사람 냄새가 나는 따뜻한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정성껏 만든 신작이 개막작으로 선정돼 너무나 큰 영광이다. 한국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고 많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화평 감독은 "영화 제작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하며 "제게 영화는 취미이자 커리어다. 스스로 시간 제한을 두지 않았다. 몸이 허락하고 좋은 대본과 투자자만 있다면 언제까지고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원화평 감독은 "30여 년 전 일하러 한국에 자주 왔을 당시에 눈여겨봤던 한국 액션 배우가 있었다"고 깜짝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액션을 정말 잘하셔서 꼭 같이 협력하고 싶어 제안했었는데, 아쉽게도 서로 스케줄이 맞지 않아 불발됐다. 그렇게 뛰어난 배우와 협업하지 못했던 게 아직까지도 약간 아쉽고 마음의 한으로 남아있다"고 털어놓았다.


기자회견 도중 원 감독이 언급한 배우가 이병헌이라는 현장 제보가 확인되자 그는 환하게 웃으며 "이병헌 배우가 맞다. 그의 액션 능력을 정말 잘 알고 있고 높게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현재 한국은 영화 교육 시스템도 잘 되어 있고 좋은 대본과 뛰어난 액션 배우들이 정말 많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 영화 산업 종사자들과 꼭 협력하고 싶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액션 스타들을 대거 배출한 거장답게 각 배우와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는 명쾌한 철학을 내놓았다. 감독은 "액션 스타가 누구냐에 따라 그분의 성격과 장점, 고유의 스타일에 맞춰 동작을 '맞춤형'으로 제작한다"고 전했다.


그가 직접 밝힌 스타별 특징에 따르면 성룡은 시각적으로 화려하면서도 난이도가 높은 코믹 액션 위주로 디자인했고, 이연걸은 정통 중국 무술 출신인 만큼 그 깊이와 정통성을 살리는 데 집중했으며, 견자단은 현대적이고 모던한 스타일의 액션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다.


이번 신작 '표인: 풍기대막'에서 호흡을 맞춘 우징에 대해서는 "무술 배경이 워낙 탄탄한 배우라 현장에서 왜 이렇게 동작을 설계했는지 서로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고 연구하며 최고의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며 만족해했다.


원 감독은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액션 영화'의 본질로 오래 두고 봐도 질리지 않는 '생명력'을 꼽았다. 그는 "20여 년 전 제가 무술 감독으로 참여했던 '매트릭스' 시리즈를 지금 세대가 다시 봐도 여전히 재밌고 훌륭하다고 느끼는 것처럼, 시간이 흘러도 관객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영화가 진짜 좋은 액션 영화"라고 강조했다.


원화평 감독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이번에 공개된 '표인: 풍기대막'은 리얼리티를 극대화하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CG) 사용을 최소화하고 실제 사막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강행했다. 원 감독은 "사막 촬영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고됐다"며 "기본 기온이 40도를 웃돌았고, 체감 온도가 60도까지 치솟는 날도 있어 농담조로 사막 바닥에 달걀 프라이를 해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강한 모래바람이 불면 촬영을 전면 미룰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양해해 주고 쉬는 날에도 몸을 풀며 연습해 준 덕분에 진도를 맞출 수 있었다. 현장이 너무 더워 배우들이 더위를 먹을까 봐 가장 걱정했는데 몸 관리를 철저히 해줘서 무사히 마쳤다"며 공을 돌렸다.


최근 영화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인 AI와 CG 도입에 대해서는 단호한 소신을 밝혔다. 원 감독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등 인간의 신체로 불가능한 초능력 신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CG를 쓰지 않는 것이 제 스타일이자 고집"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기술로 AI가 만드는 액션은 사람이 실제 몸을 부딪치며 찍는 액션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 제 눈에는 여전히 하자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좋은 액션 신은 동작, 연기, 대사의 타이밍이 완벽한 삼박자를 이루어야 하는데 AI는 이를 완벽히 구현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직은 선호하지 않는다"면서도 "만약 3~4년 후에 기술이 더 발전해 내 마음에 차는 수준에 도달한다면 그때는 도입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마지막으로 자금과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젊은 후배 창작자들을 향해 "젊을 때는 저비용으로 영화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대본과 사전 기획 단계를 정말 탄탄하게 준비해 놓고 시작해야 한다"며 "기반이 굳건하다면 당장 큰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뒷받침되어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다"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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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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