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줍는 법사' 조시 호 부부의 특별한 보은 [D:현장]
입력 2026.07.03 16:59
수정 2026.07.03 16:59
프로듀서 콘로이 창 "미국서 생사 오갈 때 구해준 외과의사 이만, 이 작품으로 배우 데뷔"
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 그리고 생명을 구한 기적 같은 인연이 부천에서 꽃을 피웠다.
조시 호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 문화홀에서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초청작 '쓰레기 줍는 법사'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 조시 호와 프로듀서 콘로이 창, 그리고 이번 작품을 통해 스크린에 첫발을 내딛은 이란 출신 의사 겸 배우 이만 타헤리가 참석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프로듀서 콘로이 창은 이번 영화에 출연한 이만 타헤리를 소개하며 특별한 인연을 설명했다. 콘로이 창은 "과거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어 미국에서 생사를 오가던 너무나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 당시 아내인 조시 호가 제 곁을 지키며 지극정성으로 돌봤는데, 그때 만난 사람이 바로 외과의사인 이만이었다"고 고백했다.
조시 호는 "이만의 가족은 이란 출신으로, 전장 속에서도 의료 활동을 펼쳤던 훌륭한 분"이라며 "남편에게 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을 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아야 하는 일정 중이었음에도 급하게 미국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고 긴박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콘로이 창은 "목숨을 구해준 이만 선생님께 어떻게 보은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평소 연기의 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희가 도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만 선생님이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 정식 데뷔하게 됐다"며 깊은 감사를 전했다.
'쓰레기 줍는 법사'는 이번 BIFAN을 통해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 작품이다. 조시 호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 앞서 출연작 '드림 홈'과 함께 이번 신작을 홍콩보다 한국 관객들에게 가장 먼저 선보이게 되어 뜻깊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제가 맡은 주인공 란은 영혼들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인물이다. 사람이 사고를 당하는 순간 가장 가까이 있는 물체에 영혼이 깃들게 되는데, 물병이든 무엇이든 쓰레기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는 콘셉트 자체가 매우 신선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영화계의 최대 화두인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에 대해 세 사람은 제작자와 배우, 의료인의 시각에서 날카로운 통찰을 내놓았다. 콘로이 창은 "AI는 장단점이 확실하다.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제작 등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데, AI는 작가들의 경제적 비용과 시간을 줄여주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여정 그 자체다. AI는 인간을 위한 도구로 태어난 것이기에 이를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핵심이지, 세상을 잡아먹지는 못할 것"이라고 짚었다.
배우이자 창작자인 조시 호는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두 포지션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지만, 결국 AI가 연기자들을 대체하게 될 것 같아 약 78% 정도는 AI 도입에 반대한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다만 "쿵푸 영화를 찍다 실수가 나와 재촬영을 해야 하는데 예산이 없는 극한의 상황이라면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AI를 적극적으로 쓰는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나의 독창적인 가치를 인정해 준다면 출연할 용의는 있다"고 덧붙였다.
의학계에서 먼저 AI를 접했던 이만 타헤리는 예술의 본질을 짚어내며 감탄을 자아냈다. 이만은 "의료 영역에서의 AI는 특정 패턴을 찾아내고 이를 반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예술은 그 고정된 패턴을 '깨부수는 것'이다. AI가 인간의 창의력을 흉내 낼 수는 있겠지만, 인간은 AI가 만든 패턴을 계속해서 깨부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콘로이 창, 조시 호, 이만 타헤리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조시 호는 록 밴드, 콘로이 창은 힙합 뮤지션 출신으로, 대중적인 상업 영화보다는 저항 정신이 담긴 니치 장르 영화에 집중해 왔다. 조시 호는 "19살 때부터 가수로 활동했는데 소속사는 많았지만 기회가 적어 청춘을 낭비한다는 생각에 화가 많이 났었다"며 "당시 주변에서 '그렇다면 직접 제작사를 차려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 회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비화를 밝혔다. 이어 "처음엔 시장 포지셔닝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정말 작은 제작사였기에 자연스럽게 장르 영화를 다루게 됐고, 그것이 운명이 됐다"고 말했다.
대표작 '드림 홈'에 대해서는 "이 영화는 어마어마하게 높은 홍콩의 부동산 가격 등 사회적 이슈를 정면으로 다룬다. 반은 허구고 반은 실제를 반영해 많은 분이 공감할 것"이라며 "오프닝이 피바다로 시작하는데, 우리 영화사의 시작도 그렇게 피로 물들며 시작됐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한국 영화에 대한 경외심을 표했다. 콘로이 창은 "글로벌 플랫폼들을 보면 고어물이나 폭력적인 장르 영화가 많지만, 한국 영화야말로 이 장르를 다음 단계의 예술로 끌어올린 주역"이라며 "'올드보이'를 처음 봤을 때는 제 눈을 의심할 정도의 충격이었다"고 전했다.
조시 호 역시 "한국 프로젝트에 꼭 참여하고 싶다"며 "'옥자', '설국열차', '올드보이', '기생충' 등 훌륭한 영화가 너무 많다. 뛰어난 감독님들이 많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봉준호 감독님, 박찬욱 감독님과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