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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 못 떼는 현대모비스…생산직 달랬는데 사무직이 막았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7.04 06:00
수정 2026.07.04 06:00

3일 현대모비스 경기지부 사무연구직 노조 결의대회

램프사업 생산공장 노조 합의에도 사무·연구직 갈등 여전

OP모빌리티와 본계약 지연…6월서 7월로 미뤄져

노사 협의 장기화에 체질개선 속도 조절 불가피

금속노조 경기지부 현대모비스사무연구직지회가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현대모비스 본사 앞에서 총력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모비스사무연구직지회

현대모비스의 램프사업부 매각 작업이 생산공장 노조와의 협의에도 불구하고 사무직 노조와의 갈등이 지속되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동화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에 맞춰 미래 핵심 부품 중심으로 체질개선에 나서기 위한 작업이지만, 고용 승계와 전적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길어지면서 본계약 전 진통이 커지는 모습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기지부 현대모비스사무연구직지회는 지난 3일 오후 4시 30분경 서울 강남구 현대모비스 본사 앞에서 총력 결의대회를 열고 회사에 요구안을 전달했다.


지회는 ▲본계약 즉각 보류 ▲일방적 매각 중단 ▲강제전적 강요 철회 ▲전적 거부권 및 고용 승계 보장 등을 요구안에 담았다. 회사가 램프사업부 매각과 직원 전적에 대해 충분한 협의나 동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박창현 수석부지회장은 "우리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에 단 한 걸음도 물러설 곳이 없고, 양보할 내용도 없다"며 "이 시간부로 사측의 심장부를 겨누는 무기한 총력투쟁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월 프랑스 부품사 OP모빌리티와 램프사업부 매각 검토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본계약을 추진해왔다. 램프사업을 떼어내고 전동화, 전장, SDV, 소프트웨어 등 미래차 핵심 부품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매각 대상에는 현대모비스가 직접 운영하는 진천·울산공장 램프사업부와 사무·연구직 인력 등 약 560명이 포함되며, 생산 자회사인 현대아이에이치엘(IHL)과 유니투스 관련 인력도 매각 범위에 들어간다.


현대모비스 입장에서 램프사업은 연 매출 약 2조원 규모의 안정적인 매출 기반이지만, 앞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핵심 성장축으로 보기는 어렵다. 완성차의 전동화 전환이 빨라지면서 배터리시스템, 전력변환, 통합제어, 차량용 소프트웨어, 로보틱스 부품 등 고부가 영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램프는 차종별로 디자인과 사양이 달라 표준화가 쉽지 않은 데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 부담도 커진 사업군으로 꼽힌다.



박창현 금속노조 경기지부 현대모비스사무연구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이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현대모비스 본사 앞에서 열린 총력 결의대회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모비스사무연구직지회

문제는 매각 대상 사업이 단일 조직으로 깔끔하게 묶여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자동차 부품 사업 특성상 생산, 연구개발, 품질, 영업, 구매 기능이 여러 법인과 사업장에 나뉘어 있어서다.


현재 생산공장 쪽 갈등은 봉합 국면에 들어섰다. 현대모비스는 경주공장을 운영하는 현대IHL 노조와 지난 5월 합의안을 마련했고, 김천공장을 운영하는 유니투스 노조와도 격려금 상향 등을 골자로 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사무·연구직 인력의 전적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다. 매각 협상이 1월부터 이어졌음에도 당초 6월로 예정됐던 본계약이 7월로 밀린 이유다.


사무·연구직 노조 반발의 핵심은 매각 자체보다 '전적'에 있다. 램프사업부 매각이 성사될 경우 현대모비스가 아닌 OP모빌리티 소속으로 옮겨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처우와 복지, 경력 관리, 연구개발 환경이 유지될지 불확실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고용 승계만으로는 부족하고 전적 거부권까지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배경이다.


회사는 설명회를 통한 개별 설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임금과 복리후생을 기존 수준으로 유지하는 '수평 이동' 원칙을 내세우며 매각 대상 직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이어가고 있지만, 고용 보장 기간과 전환배치 기준, 매각 이후 조직 운영 방안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갈등의 전선은 국내를 넘어 인수사로도 확대되고 있다. 사무연구직지회는 최근 프랑스 파리 OP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매각 중단과 전적 거부권 보장을 요구하는 원정 투쟁을 벌였고, OECD 프랑스 국내연락사무소(NCP)에는 이번 매각 과정의 ESG 위반 여부를 문제 삼는 공식 이의제기도 접수했다. 국내 노사 협의가 공전하는 사이 인수 주체를 직접 압박하는 방식으로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본계약까지 넘어야 할 관문도 남아 있다. 앞서 현대IHL 노사 합의에는 최종 매각합의서 체결 전 현대모비스·인수사·노조 간 3자 합의를 거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생산직과의 합의가 역설적으로 본계약의 전제 조건을 늘려놓은 셈이다. 여기에 사무·연구직과의 접점을 찾지 못하면 7월로 미뤄진 본계약 일정이 재차 밀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업계는 이번 램프사업부 매각을 현대모비스 사업 재편의 첫 시험대로 보고 있다. 회사가 범퍼 등 다른 부품 사업의 재편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이번 매각에서 만들어지는 고용 승계와 협의 방식이 향후 구조개편 전반의 선례가 될 수 있어서다.


특히 올해 시행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으로 원청의 교섭 책임 범위가 넓어진 상황에서 회사로서는 사무·연구직의 동의 없이 매각을 강행하기도, 전적 거부권까지 수용하기도 어려운 딜레마가 이어질 전망이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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