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와 데자뷔 이민성호…돌고 돌아 결국 축협 책임론
입력 2026.07.02 21:05
수정 2026.07.02 21:05
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이민성 감독. ⓒ KFA
2026 북중미 월드컵 참패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한국 축구가 또 한 번의 불안 요소와 마주한다. 이번에는 두 달 뒤 열리는 제20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나설 23세 이하(U-23) 대표팀이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은 올해 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2026 AFC U-23 아시안컵에서 4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문제는 순위만이 아니었다. 대회 내내 이어진 무색무취한 전술과 부진한 경기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23세 이하 대표팀의 근간은 2023년 FIFA U-20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던 세대다. 당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조직력과 패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지금은 아시아 중상위권 팀들과의 경기에서조차 고전을 면치 못하는 팀으로 퇴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적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민성호는 2026년 들어 치른 11경기에서 3승 3무 4패에 그쳤다. 세대교체에 대한 기대감 대신 오히려 한국 축구의 미래가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급기야 최근 태국 전지훈련 평가전에서는 랭킹 106위 키르기스스탄에마저 0-1로 패하는 졸전을 펼쳤다.
이민성 감독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애초 선임 과정부터 뒷말이 많았다. 황선홍 감독이 2024년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고 물러난 뒤, U-23 대표팀 사령탑 자리는 1년 가까이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성인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수습에 골몰하던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이민성 감독을 충분한 검증 절차 없이 임명했다. 앞서 대전 하나 시티즌 시절 팀을 1부 리그로 승격시킨 성과는 있었지만, 재임 기간 내내 수비 조직력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고 결국 팀이 강등권까지 추락하자 자진 사퇴했던 이력이 있는 지도자였다.
협회의 늑장 대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U-23 아시안컵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대회 종료 직후 1차 회의를 연 전력강화위원회는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에야 2차 회의를 열었고, 그제야 이민성 감독의 유임을 발표했다. 근거는 아시안게임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기존 체제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동시에 협회는 계약 기간을 아시안게임까지로 한정하고, 2028 LA 올림픽을 준비할 새 사령탑은 별도로 선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팀을 흔들림 없이 지원하지도, 그렇다고 과감하게 판을 새로 짜지도 못한 어중간한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이민성 감독. ⓒ KFA
한국 축구에서 아시안게임이 갖는 의미는 메달 경쟁을 넘어선다. 병역 특례가 걸려 있는 매우 중요한 무대이기 때문이다. 유망주들의 향후 커리어, 특히 유럽 무대에서 얼마나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가 이 대회 결과에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적지 않은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발판 삼아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이민성 감독은 지난 3월, 병역 해결 여부와 관계없이 군필 선수도 포함해 최정예 멤버를 꾸린다는 방침을 밝혔다. 성적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취지였다.
물론 대표팀 선발은 철저히 현재 실력과 폼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이라는 대회의 특수성과 한국 축구가 처한 구조적 현실을 함께 고려하는 것 역시 연령별 대표팀 감독이 짊어져야 할 책무다. 그럼에도 이민성 감독의 이번 방침은 대회가 지닌 특수성을 지나치게 가볍게 다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대표팀이 지녀야 할 동기부여와 목적의식을 감독 스스로 흐트러뜨리는 셈이다.
결국 또 돌고 돌아 대한축구협회에 화살이 쏠린다. 애당초 감독 선임 작업부터 첫 단추를 잘못 꿰었고, 이는 성인대표팀에 홍명보 감독을 임명했던 과정과 묘한 데자뷔를 이룬다.
아시안게임에 나설 U-23 대표팀은 감독 선임 과정부터 이후 경기력 부진에 대한 대응, 늑장 판단까지 어느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된 부분이 없다.
축구는 하루아침에 강해지지 않는다. 특히 연령별 대표팀일수록 더욱 그렇다. 선수 육성과 대표팀 운영은 장기적인 계획 아래 일관성 있게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U-23 대표팀에서는 그런 청사진을 찾기 어렵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90일도 채 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