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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호황에 하이닉스 '인재 블랙홀'…채용 늘고 이직 줄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7.01 06:00
수정 2026.07.01 06:00

신규 채용 3.4배 확대·자발적 이직률 0.5%

HBM 수요 폭증에 실적·보상 기대감 커져

반도체학과 수시 모집도 확대, 인재 쏠림 가속

미국 수출통제 강화 이후에도 SK하이닉스 다롄 공장은 출자 확대와 기술인력 채용을 이어간 것으로 공개 자료에서 확인됐다.ⓒSK하이닉스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이 반도체 인재 지형을 바꾸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SK하이닉스의 채용은 크게 늘고, 직원 이탈은 줄었다. 대학 입시에서도 반도체학과 선발 규모가 확대되는 등 산업 전반에서 인재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업장 기준 자발적 이직률은 0.5%로 집계됐다. 비자발적 이직률은 0.4%, 전체 이직률은 0.9%였다. 직원 200명 중 1명꼴로만 스스로 회사를 떠난 셈이다.


채용은 큰 폭으로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신규 직원 3201명을 채용했다. 전년 942명과 비교하면 3.4배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10월 청주 M15X 첫 클린룸이 가동되면서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인력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신입사원 초임은 학사 입사 기술사무직 기준 월 450만5000원이었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2021년 SK하이닉스 안팎에서는 성과급 산정 방식과 처우를 둘러싼 불만이 커지며 핵심 인력 유출 우려가 제기됐다. 당시 노조는 그해 1월부터 5월까지 기술사무직 퇴직 발령자가 300명을 넘었다며 퇴사율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AI 반도체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서 회사의 위상도 바뀌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선두권을 유지하며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면서 회사 성장성과 보상 가능성이 함께 부각되고, 이는 직원 이탈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수요도 여전히 강하다. 회사 안팎에서는 생산능력 확대에도 HBM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 내부 관계자는 "공장을 빠르게 짓고 생산을 늘려도 시장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메모리 업황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메모리 수요 강세와 공급 부족을 확인했다. 고객사들이 메모리 공급 확보를 위해 장기 계약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의 호실적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D램 시장의 경쟁 구도 역시 국내 업체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 매출 기준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8%로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29%로 뒤를 이었고, 마이크론은 22%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전체 D램 시장에서 선두를 지키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HBM을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를 흡수하는 구도다.


반도체 인재 쏠림은 대학 입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입시정보 플랫폼 진학사가 서울 소재 대학의 2027학년도 반도체학과 수시 모집인원을 분석한 결과, 서울권 반도체학과 수시 총 선발인원은 지난해 502명에서 올해 564명으로 62명 늘었다.


특히 증가분은 대기업 협약 계약학과가 아닌 일반 반도체학과에서 나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협약한 반도체 계약학과 수시 모집인원은 전년과 같았지만, 일반 반도체학과 수시 선발인원은 지난해 297명에서 올해 359명으로 20.9% 증가했다. 서울권 반도체학과 선발 대학도 전년도 14개교에서 올해 15개교로 늘었다.


계약학과 문은 여전히 좁다. 진학사에 따르면 2027학년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협약 반도체 계약학과의 전체 선발인원은 460명이다. 이 가운데 수시 선발은 377명으로 82.0%를 차지했다. 수시 선발 377명 중 학생부종합전형은 319명으로 84.6%에 달한다. 수능 점수만으로 도전하기보다 고교 과정에서 수학·과학 탐구 역량과 전공 적합성을 꾸준히 쌓아야 하는 구조다.


기업의 채용 방식도 바뀌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신입 수시채용부터 학력 제한을 전면 폐지했다. 기존 채용 공고에 명시했던 '4년제 학사 학위 이상' 등 학력 요건을 없애고, 직무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AI 반도체 경쟁이 빨라지면서 기업이 보는 인재 기준도 학력 간판보다 실력과 잠재력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인재 확보전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서 HBM을 비롯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공급 능력을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강하면 생산능력 확대가 필요하고, 생산능력 확대는 결국 설계·공정·패키징·품질 인력 수요로 이어진다.


한편 메모리 시장의 거래 구조가 장기공급계약(LTA)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에 긍정적이다. 과거 메모리 업체들은 업황 변동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렸지만, AI 메모리 수요가 커지고 고객사들이 안정적인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이익 변동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준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TA 확대로 메모리 제조사들이 감익기를 맞더라도 최소 영업이익률 30%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과거 호황기 수준"이라며 "국내 메모리 제조사들은 더 이상 이익 변동성을 보이는 회사가 아닌, 높은 이익을 지속 창출할 수 있는 회사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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