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사퇴, 사실상 연임 도전…민주당 차기 당권 레이스 점화
입력 2026.06.25 00:00
수정 2026.06.25 00:00
최고위서 당대표 사퇴 공식화…연임 도전 수순
계파 갈등 우려에 "李 성공이 내 성공…걱정 말라"
金·盧·文 언급하며 전통 지지층 결집에도 공 들여
견제론 속 "金·宋 연대 시 연임 가능성 희박" 전망
왼쪽부터 김민석 국무총리,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공식화하면서 오는 8월 17일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됐다. 정치권에서는 정청래 전 대표의 사퇴를 사실상 연임 도전 선언으로 해석하는 가운데, 김민석 국무총리와 송영길 의원 등이 경쟁할 것으로 보이는 차기 당권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청래 전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직 사퇴를 공식화했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전당대회준비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전준위 출범을 앞두고 현직 대표가 물러나면서 전당대회 체제가 본격 가동되는 셈이다.
이번 일정은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연임에 도전했던 2024년과도 닮아 있다. 당시 이 대통령 역시 전당대회 55일 전인 2024년 6월 24일 마지막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이틀 뒤 전준위가 출범했다. 당헌·당규상 당대표와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직을 내려놓아야 하는 만큼, 정 전 대표의 사퇴 역시 연임 도전을 위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진다.
정 전 대표는 사퇴 메시지 대부분을 이 대통령과의 정치적 인연과 정부 성공론에 할애했다.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친명 경쟁' 우려를 불식시키고 핵심 지지층 결집을 동시에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러쿵저러쿵 누가 뭐래도 이 대통령을 끝까지 지킬 사람은 저"라며 "당대표직을 내려놓지만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제가 서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통령과 저는 정치적 운명 공동체이자 한 몸 공동체"라며 "이 대통령이 성공해야 저도 성공한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또 "이재명 정부의 성공, 이 대통령과의 의리는 제가 끝까지 지킨다"며 "이 대통령과의 의리는 누가 뭐래도 정청래가 맨 앞자리에서 지킨다"고 강조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당의 정치적 계보를 언급하며 민주당 전통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도 내놨다.
그는 "평생 민주주의와 인권, 한반도 평화에 헌신한 김대중 대통령이 정신적 지주"라고 말한 데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뒤 노무현의 가치가 더욱 빛났다. 통합의 나라, 반칙과 특권이 없는 나라, 사람 사는 세상, 저는 그런 노무현이 좋았다"고 말했다.
또 "저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다. 노무현을 통해 정치 현실에 눈을 떴고 노무현의 정치 개혁 덕분에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다"며 자신을 "노무현 키즈"라고 소개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억울한 컷오프로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선당후사 정신으로 당을 지켰다"고 했다.
정 전 대표는 아울러 최근 자신이 강조해 온 개혁 의제도 재차 부각했다. 정 전 대표는 "김대중의 역사, 노무현의 역사, 문재인의 역사를 자양분 삼아 이재명의 역사를 꽃피워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는 중도 실용을 주창하지만 개혁의 과제는 멈출 수 없다. 개혁하고 또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강조하듯 정 전 대표는 대표직 사퇴 직후인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을 방문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우했다. 정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이 '잘했다'라고 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오랜만에 봬 너무 반갑고 또 건강하신 것 같으니까 굉장히 좋았다"며 "굉장히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셔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 전 대표가 친문(친문재인)계에 구애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 전 대표는 특히 "전국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1인1표제 해줘서 감사하다', '검찰개혁 꼭 해달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며 "국민과 당원의 절절한 바람을 잘 알고 있다. 개혁 엔진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발언이 단순한 퇴임사가 아니라 전당대회를 겨냥한 출정식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호남 순회와 1인1표제 확대 추진,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주장 등을 통해 강성 권리당원층을 겨냥해 온 정 전 대표가 마지막까지 당원주권과 검찰개혁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다만 연임 가도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지방선거 결과를 둘러싼 책임론과 당내 통합 문제를 고리로 한 견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김민석 총리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거 결과가 예측에 못 미쳤다면 성찰이 필요하다"며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를 정 전 대표 체제를 향한 우회적 압박으로 해석하고 있다.
송영길 의원 역시 같은 날 MBC 라디오에서 "정청래 지도부와 관련된 분들은 형식적으로 승리라고 보지만 상당수 의원은 사실상 패배로 지적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지휘한 지도부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사실상 정 전 대표 연임에 제동을 건 셈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단순한 당권 경쟁을 넘어 민주당의 향후 노선과 권력 지형을 결정하는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정 전 대표는 당원주권과 검찰개혁을 앞세워 강성 권리당원층 결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비주류와 중도 성향 인사들은 지방선거 성적표와 당내 통합 문제를 고리로 지속적인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지난 전당대회와 달리 이번에는 정 전 대표뿐 아니라 김 총리와 송 의원 모두 586세대의 대표성을 갖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정 전 대표의 연임 가능성은 생각보다 높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1차 투표 결과에 따라 김 총리와 송 의원 간 전략적 연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