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파랑새, 날아가 버리고 마나
입력 2026.06.24 07:00
수정 2026.06.24 16:24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6․3지방선거 전후의 상황 변화에 큰 충격을 받았을 법하다. 공개 국무회의를 통해 면도날 솔루션을 내놓으며 기세를 올리던 와중에 생각지도 못했던 해머펀치를 맞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지지율의 급락, 이른바 명픽들(明pick: 이 대통령이 특별히 점찍었다고 알려진 후보들)의 동반 낙선, 투표용지 부족사태와 국민적 항의운동 등의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정권에 덮쳤다. 헤어나기가 쉬워보이진 않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이 대통령과 계산이 다르긴 하겠지만 당의 선거 총 지휘자로서 수적으로 압승을 했으면서도 패배 분위기에 휩싸여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권 내부에서 전쟁의 기운이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있다. 친명·친청 대전으로 표현되는 8월 당권 경쟁이 노골적 권력투쟁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없지 않다.
여론조사 지지율의 가파른 하향세
이 대통령과 정 대표, 그리고 추종 및 지지자들의 꿈자리가 사나울 것 같은 시절이다. 이들이 지방선거 전후로 전개되고 있는 정치 및 사회 상황에서 군주민수(君舟民水)의 이치를 뼈아프게 깨닫게 된다면 다행이겠지만 글쎄. 무엇보다 ‘공소취소 특검법 발의’가 국민적 저항심리를 유발했다. 이때부터 이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이 전반적으로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우선 이점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깨달음의 제 1보가 될 터이다.
지금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가 부정평가 아래로 떨어져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도가 역전되기도 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6월 15~19일 사이에 실시, 22일 발표한 결과가 그 예이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통령으로서는 손안에 든 파랑새(자신에 대한 공소의 일괄 취소)가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릴 것도 같다.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고 여겨졌던 조작기소 특검(공소취소 특검) 작업이 벽에 부닥쳤고, 민심동향으로 보아 이 상황에서 입법 토크(Torque·엔진 회전력)를 높이기도 마땅찮다. 그렇지만 그의 집착은 여전해 보인다.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입장에도 전혀 변화가 없었다.
“잘못됐으면 시정하는 것이고, 잘못되지 않았으면 놔두면 된다, 법과 상식에 따라서. 괜히 어렵게 만들어서 그렇지 별로 어렵지 않다.”
법과 상식으로 하자면 기소된 사건들에 대해 법원의 판결을 받으면 된다. 그야말로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걸 ‘조작기소 특검법’을 입법하고 그 특검에다 공소취소 권한까지 부여한다는 식으로 아주 어렵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검·경에 맡기면 ‘니(대통령)가 지휘하는 데 맡겨 가지고 수사해서 왜곡하려고 그러지?’라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국회가 정하는 특검이 낫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경에 시키는 것이나 특검에 맡기는 것이나 그게 그거라는 것을 국민이 모를 것이라고 여겨서 한 말일까? 알면서도 대통령의 자격으로 그렇게 선언한 것이다. 정치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든 공소취소만은 기어이 해내라는 요구를 그는 그렇게 내놨다. “이미 수없이 고소 고발이 돼 있고, 여러 의문들이 제기도고 있어서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을 안 할 수는 없다”고 말한 게 전부다. 5개의 재판을 받아야 하는 피고인으로서 이처럼 당당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대통령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태도를 보일 수 있을까.
‘유죄=실질적 무죄’라는 조어술
이 와중에 수원지법이 지난 20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해 국회 위중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그는 2024년 10월 2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박상용 검사 탄핵소추 사건 조사 청문회’에서 “회덮밥에 연어에다가 소주까지 왔다”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처음엔 수원지검 1315호실(창고)이라고 했다가 나중엔 1313호실(박상용 검사실)에서 이전의 진술을 번복하도록 회유당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대북송금에 대해 당초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가 후에 “이재명 (당시) 도지사에게 보고했고, 이 지사도 이를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했다. 이 전 부지사는 그 후 다시 이를 뒤집으며 ‘술 파티에서의 회유’로 진술을 바꾸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주장이 위증이라는 게 1심 법원의 판단이었다. 그러니까 이 사건에 관한 한 ‘조작기소’ 주장이 설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이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피고인인 이 대통령의 입지를 크게 좁혔을 수 있다. ‘검찰이 연어회와 소주를 먹여가며 회유해서 그런 진술을 했다’는 주장으로 기소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려 했다가 되치기를 당한 격이 됐다.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이다.
국회의원에 경기도 부지사까지 지낸 인사가 연어회와 소주로 회유 당했다는 것을 믿을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전 부지사는 그런 주장을 하면서도 날짜나 장소 음주여부 등에 대해 오락가락해서 스스로 신빙성을 떨어뜨렸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이렇게 회유하기가 쉽다면 검사들이 조작 못할 기소가 있을 것 같지 않다. 검사의 신문 과정, 피의자의 진술 과정이 이처럼 허술할 수 있다면 그건 진술조서가 아니라 코미디 대본일 것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참 안타깝고 이상한 판결”이라고 했다. ‘인정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무리 우리가 입버릇처럼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말했지만 이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인정하기 어려운 판결을 내렸다”며 사법부와 검찰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니까 민주당의 사법부 길들이기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통고일까?
특검을 대통령 개인 무기로 써서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의 서영교·이건태·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실질적 무죄’론을 주장했다. 이들의 조어력(造語力)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유죄=실질적 무죄’ 등식이 성립된다면 조지 오웰의 신어(新語) 반열에 올릴만하지 않을까? 이들은 배심원 3명이 무죄 의견을 낸 것을 그런 인식의 근거로 들었다. 4명이 유죄의견을 낸 것은 왜 말하지 않는가.
‘공소취소 특검법 제정’에 장애요인이 자꾸 더해져 초조해 지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이처럼 공공연히 판결을 비난하고 나서는 건 너무 ‘없어 보이는 행태’라는 것도 좀 생각하는 게 좋겠다. 언제까지 검찰과 법원을 겁박하는 발언을 계속할 것인가. 지난 지방 및 보궐선거 결과에서도 느꼈겠지만 민심이 늘 민주당에 머물러 있어주지는 않는다. 풍향이 바뀌면 교만에 대한 책임을 추궁 당하게 된다는 것을 명념할 일이다.
왜 국가 경영을 책임진 청와대와 여당이 평지풍파를 일으키려고 안달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된다. 법을 어겼으면 책임을 지면 된다. 결백하면 무죄 선고가 날 것이다. 그게 ‘법과 상식’이 가리키는 정도(正道)다. 특검제도는 정권의 영향력 행사로 인한 수사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구성하는 독립 수사체계다. 사실상 야당의 정권 견제수단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것이 특검제도의 중요한 존재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특검 제도를 정권측이 대통령 개인의 사법적 족쇄 해체 도구로 쓰려 하다니! 이에 투입되는 인력과 예산, 그리고 이 때문에 빚어질 형사사법체계의 착종(錯綜·여러 가지가 얽히고 설켜 헝클어짐)과 국민적 불신은 어떻게 하나. 무리한 일을 명분까지 동원해 강행하면 사회의 앤트로피(무질서)는 급속히 증대된다. 도대체 누구 혹은 무엇을 위해 국민적 비용과 사회적 갈등을 한없이 키우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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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