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EU와 나토 사실상 하나…유럽 전체가 적대 세력"
입력 2026.06.23 01:02
수정 2026.06.23 01:02
"브뤼셀, 군사동맹으로 변질"…러시아 외무부 강경 비판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뉴시스
러시아가 유럽연합(EU)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사실상 동일한 세력으로 규정하며 러시아에 적대적인 지정학적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 러시아가 EU를 더 이상 경제공동체가 아닌 안보 위협 세력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러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EU와 나토의 정책이 사실상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오늘날 EU는 독립적인 경제·정치 기구가 아니라 NATO의 군사적 의제를 지원하는 구조로 변했다"며 "브뤼셀은 러시아와 대결하는 노선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EU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확대하고 대러 제재를 지속하는 점을 거론하며 "EU는 스스로를 지정학적 행위자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나토의 반러시아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EU와 나토 사이의 경계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의 발언은 최근 유럽 각국이 국방비 증액과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에 나선 가운데 나왔다. 나토는 다음 달 정상회의를 앞두고 유럽 방위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EU 역시 자체 방위산업 육성과 공동 군비 조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나토의 동진을 국가 안보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규정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EU까지 안보 위협 범주에 포함시키는 발언이 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지난 4월 "EU는 더 이상 경제공동체가 아니라 군사·경제 블록으로 변하고 있으며 나토보다 더 반러시아적인 조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EU 측은 이러한 러시아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경제 지원을 지속하면서도 NATO와는 별개의 정치·경제 공동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자하로바 대변인의 이번 발언은 러시아가 EU를 단순한 협상 상대가 아닌 전략적 경쟁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악화한 러시아와 유럽 관계가 군사·외교·경제 전 분야에서 장기 대결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