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도 여유 있어야”…고금리 영끌 갇힌 청년층, 정책 금융 ‘사각지대’
입력 2026.06.23 07:09
수정 2026.06.23 07:09
최고 19.4% ‘청년미래적금’ 가입 개시
대출 낀 청년들에겐 ‘그림의 떡’
여유층 청년들, 자산 증식 속도 더 빨라
자산 형성-대출 부실화, 미스매치 해소해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청년미래적금 가입 신청 첫날인 22일 오전 서울 성수동에서 출근길 청년들에게 직접 커피를 나워주며 청년미래적금을 적극 홍보했다.ⓒ금융위원회
청년층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한 ‘청년미래적금’ 가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적금을 통해 청년층 목돈 마련을 정부가 지원하겠단 복안인데, 정책 취지와 달리 청년층 안팎으로는 “저축도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다”는 자조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2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 22일부터 오는 7월 3일까지 신청할 수 있는 청년미래적금 상품을 연이어 내놓고 고객 유치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청년미래적금은 19~34세 청년 가운데 소득·가구 요건을 충족하면 가입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이다.
최고 연 7~8% 수준의 은행 금리에 정부 기여금과 이자를 더해 최고 연 19.4% 수준의 금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존 5년 만기 상품인 청년도약계좌 대비 3년 만기로 기간이 짧고. 최대 5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적립할 수 있다. 비과세 혜택도 함께 제공된다.
최고금리를 받을 수 있는 우대형의 경우, 매월 50만원씩 3년간 납입 시 받을 수 있는 수령액은 2255만원 정도다.
비교적 짧은 기간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시장 안팎으론 이마저도 ‘가진 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매달 원리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는 취약 청년들은 저축 재원이 없어 파격적인 혜택에도 섣불리 정책금융 가입에 나설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청년미래적금 가입 신청을 22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2주간 진행한다.ⓒ금융위원회
실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3월 말 기준 30대 이하 가계대출 연체율 단순 평균은 0.66%로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정작 부실 위험이 크고 자산 형성이 절실한 대출 보유 청년층이 제도적 수혜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단 지적이다.
반면 부모 자산이 넉넉하거나 채무 부담 위험이 없는 여유 있는 청년들은 정책 금융 상품을 통해 자산을 한층 더 빠르게 증식할 수 있다.
청년층 자산 격차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강남3구에서 주택을 매입한 2030 가중평균 매입가격은 약 13억원이다.
이들의 자금조달 내역을 보면 증여·상속자금 비중이 22.6%에 달했다. 13억원의 주택을 매입할 때 부모로부터 이전받은 자금이 3억원 상당이란 의미다.
반면 서울 외곽에서 주택을 매입한 2030세대의 가중평균 매입가격은 약 5억8000만원이며, 증여·상속자금 비중은 12%에 그쳤다.
대출 의존도 역시 확연하게 차이를 보였다. 강남3구 2030세대의 금융권 차입비중은 20.3% 정도였지만, 외곽에선 53.2% 수준을 보였다.
강남3구 집값의 절반도 안 되는 외곽지 집값의 50% 이상을 은행권 대출에 의존해 마련한 셈이다.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눈을 돌려 자산을 축적하려는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 청년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지만, 고금리에 연쇄 부실 위험도 덩달아 커지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30대 차주의 1인당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억218만원으로 처음 1억원을 돌파했다. 1년 전 대비 382만원 증가한 것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정부의 청년층을 겨냥한 정책 금융의 온기가 이 같은 취약 청년층에게 얼마나 닿을지는 미지수다.
청년미래적금의 경우 일정 소득과 월 납입 여력이 전제돼야 하는데, 당장 소득이 없거나 생계비 대출 등으로 상환 압박이 크다면 가입도, 유지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금융권에선 결과적으로 자산 형성이 가장 시급하고, 정책 금융 혜택이 절실한 취약 청년층을 위한 사각지대 해소 방안이 필요하다고 평가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활비가 부족하고, 빚에 시달리는 청년들을 굉장히 어렵고 취약한, 저소득층으로 오해하는데, 일반 청년층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라며 “당장 한 푼이 아쉬운데 아무리 파격적으로 혜택이 마련되더라도 이들에게는 3년도 긴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산 형성 위주의 정책 금융은 현재 대출 부실화 위험에 직면한 청년 차주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며 “여신과 수신을 아우르는 정책 균형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