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나 '메트로놈', 세상의 소음을 지운 주체적 파워 몽환 [MV 리플레이 ㊶]
입력 2026.06.18 14:00
수정 2026.06.18 14:00
헤드폰을 벗고 숲으로 간 소녀들, 스스로 리듬이 된 이즈나의 '사이버 판타지'
쇼츠, 릴스 등 짧은 길이의 영상물들만 소비되는 현재 가수가 곡 안에 담아낸 상징과 그들의 세계관, 서사를 곱씹어 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아티스트가 담아낸 '작은 영화'인 뮤직비디오를 충분히 음미해보려 합니다. 뮤직비디오 속 이야기의 연출, 상징과 메시지를 논하는 이 코너를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재미를 알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그룹 이즈나(izna)가 미니 3집 '셋 더 템포'(SET THE TEMPO)의 타이틀곡 '메트로놈'(METRONOME) 뮤직비디오를 통해 독보적인 세계관의 확장을 알렸다. 타인의 기준이 아닌 스스로가 기준이 된다는 주체적인 포부를 담았다. 혼란스러운 세상의 소음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나만의 비피엠(BPM)을 찾아가는 이즈나의 여정은,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몽환적인 사이버틱 미장센을 통해 시각화됐다.
'메트로놈' 뮤직비디오 ⓒ웨이크원
줄거리
뮤직비디오는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던 방지민이 헤드셋을 벗고 낯선 차원의 문을 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회색 도시에서 정처 없이 뛰며 길을 잃고 헤매던 최정은을 발견한 방지민은 그에게 헤드셋을 씌워주며 소음으로부터 그를 구출한다. 공간이 반전되며 푸른 숲속으로 들어선 멤버들은 자유롭게 뛰놀며 훅에 맞춰 군무를 펼친다.
이들은 공터에서 낡은 카세트테이프를 불길 속에 던져버리고, 새로운 세계의 열쇠인 레코드음반을 찾아내며 몽환의 우주 속으로 빠져든다. 유사랑과 코코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바다 위 배 위에서 거대한 달을 응시하고, 정세비는 높은 하늘 위에서 아득한 허공을 바라본다. 마이가 잔해가 가득한 어둠에 불씨를 던지자 멤버들이 또 다른 공간에서 눈을 뜨고, 마지막 순간 숲속에서 마주한 또 다른 세계 속 자신을 방지민이 따뜻하게 안아주며 영상은 깊은 여운과 함께 막을 내린다.
해석
'메트로놈' 뮤직비디오는 세상의 불규칙한 소음을 차단하고 자신들만의 일정한 리듬을 구축하는 주체적 각성 서사다. 오프닝의 회색 도시와 헤드셋은 타인이 규정한 템포와 억압을 뜻한다. 방지민이 최정은에게 헤드셋을 씌워주는 행위는 연대를 통해 외부의 소음을 지우고, 팀의 고유한 주파수를 공유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과거의 아날로그적 기록인 카세트테이프를 불태우고 새로운 연대기인 음반을 찾아내는 과정은 기성 프레임과의 작별을 고하는 의식이다. 바다 위 달을 보는 유사랑·코코, 하늘을 응시하는 정세비의 시선은 현실의 한계를 넘어 무한한 다중우주로 확장된 이즈나의 스펙트럼을 은유한다.
특히 엔딩 씬에서 방지민이 숲속에서 또 다른 차원의 자신을 안아주는 장면은 자아의 완벽한 화해를 뜻한다. 외부의 기준에 맞추느라 불안했던 과거의 나와 작별하고, 스스로 설정한 비피엠에 맞춰 당당하게 걷겠다는 다짐이다. 까만 사막과 대조되는 몽환적인 숲, 거대한 우주적 공간감은 메트로놈처럼 좌우로 흔들리는 안무와 맞물려 이즈나만의 거대한 사이버 판타지를 완성한다.
'메트로놈' 뮤직비디오 ⓒ웨이크원
총평
이즈나의 '메트로놈'은 신스팝과 퓨처 하우스의 결합을 통해 세련되면서도 어딘가 기하학적인 매력을 풍긴다. 반복되는 훅은 중독성을 넘어 마치 가상 세계의 신호음처럼 사이버틱하게 귀를 타격한다.
시각적으로 가장 압도적인 것은 멤버들의 우월한 피지컬을 십분 활용한 군무다. 평균 신장이 크고 시원시원한 실루엣을 가진 멤버들의 신체적 강점이 우주적이고 몽환적인 스케일의 배경과 완벽한 시너지를 내며, 차원을 통제하는 듯한 미래지향적이고 신비로운 아우라를 완성한다. 뻔한 하이틴이나 청량을 지우고, 견고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파워 몽환'이라는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이즈나의 이번 신보는 주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템포를 각인시킬 것이다.
한줄평
시원한 피지컬로 구현한 미래지향적 군무, 세상의 소음을 걷어차고 스스로 템포가 된 이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