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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끝나도 ‘환호’ 일러…당분간 물류 위기 지속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6.17 15:10
수정 2026.06.18 09:53

해운시장에 미칠 종전 여파

불안정 상황 속 늘어난 선대

글로벌 물류망 ‘병목현상’ 재현

체력 없는 중소·연안 선사 더 위험

이란 남부 반다르 아바스 해안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들이 정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가시권이다. 국제사회는 이제야 한시름 놨다는 분위기다. 그런데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인 해운·물류·항만 업계 표정은 밝지 않다. 오히려 ‘진짜 위기는 전쟁 이후부터’라는 말이 나온다.


전쟁은 곧 끝나겠지만, 물류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해 보인다. 글로벌 선사 상당수는 종전 합의 소식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 운항 재개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 보험사와 화주들 역시 상황을 관망 중이다.


해운업계가 우려하는 불확실성의 장기화다. 해운업계는 현재 상황을 항구적 평화가 아닐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번 전쟁이 예측 못 한 상황에 발발했듯 언제든 전쟁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이번 미-이란 합의는 전면적 평화협정이 아니라 휴전과 항행 재개를 중심으로 한 제한적 합의다. 이란 핵 문제와 제재 완화, 역내 무장세력 문제 등 핵심 쟁점은 상당수 뒤로 미뤄졌다. 양국 간 긴장은 언제든 재점화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선박들은 계속 우회 항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운항 거리 증가와 선복 부족 현상이 계속된다는 의미다.


‘병목현상’ 재현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전쟁 동안 수백 척의 선박이 호르무즈에 갇혔다. 종전 후 해당 선박들은 한꺼번에 시장에 복귀하게 된다.


이들 선박은 호르무즈, 수에즈 등 특정 항만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중동발 원유·LNG·석유화학 제품과 일반 화물이 동시에 움직이면 주요 허브항만은 체선, 적체가 불가피하다.


아시아~유럽 노선과 중동~아시아 노선이 겹치는 싱가포르, 두바이, 콜롬보 등은 다시 공급망 병목 진앙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선복 과잉에 따른 해운시장 급락도 업계가 우려할 대목이다. 전쟁 동안 선사들은 위험 회피를 위해 선박을 묶어두거나 우회 운항을 선택했다. 그 결과 시장에서는 일시적으로 선복 공급이 줄어들면서 운임이 상승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통항 가능 여부’보다 ‘운항 안정성’이 중요


종전 이후 대기 선박이 동시에 시장에 투입되면 상황은 반대가 된다. 운임이 급등한 시기 선사들이 발주한 신조선까지 속속 인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 특수가 끝나면 공급 과잉은 불가피하다.


해운업계에서는 코로나 이후 호황을 누렸던 컨테이너 시장이 다시 장기 침체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에서는 “전쟁은 시장을 위축시켰지만 종전은 더 큰 가격 폭락을 부를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최근 ‘주간 통합 해운 시황 리포트’를 통해 “중동 항로는 ‘통항 가능 여부’보다 ‘통항 비용과 운항 안정성’이 시장 가격을 결정하는 단계”라고 진단한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물류 위기는 중소·연안 선사에 더 큰 충격을 미친다. 이에 정부는 중소·연안 선사 경영 안정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16일 향후 6년 동안 1조1000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제2차 중소선사 특별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지원 대상에 예선업과 도선업을 신규로 포함하고 기존 중소 선사에 한정됐던 기준을 ‘신규 중견 선사’까지 확대했다.


더불어 실효성 있는 금융 지원을 위해 담보인정비율(LTV) 한도를 기존 대비 20%p 상향해 최대 80%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대출이자 지원 금액 한도는 대출원금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높였다.


김혜정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중소·연안 선사와 예·도선사는 국내 해운산업을 받쳐주는 중요한 기반”이라며 “제2차 중소기업 특별지원 프로그램이 중동전쟁과 불확실성 확대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선사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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