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단층의 그늘, 중저신용자 금융포용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입력 2026.06.17 07:01
수정 2026.06.17 07:01
최근 금리 단층 심화 지속…중금리 대출 시장의 차주 부담 가중
금리 단층 심화, 신용 배분·금리 경쟁의 구조적 한계와 관련
중금리 대출 기준, 비중 규제서 대안신용평가·리스크분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최근 금융당국이 ‘금리 단층 현상’ 완화에 정책적 관심을 집중하는 배경에는 중금리 대출 시장의 구조적 왜곡과 관련 있다.
금리 단층이란 신용점수가 일정 구간 아래로 떨어질 경우 대출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가격 차별을 넘어 신용등급 경계에서 비연속적인 금리 점프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시장 실패의 성격을 지닌다.
특히, 경기 부진에 따른 가계여건 악화로 차주의 채무상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금융회사들의 리스크관리 강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신용평가 하위 구간에서 금리 상승폭이 더욱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금융당국은 중금리 대출 확대와 금리 단층 완화를 주요 정책 과제로 설정하고 있으나, 시장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금리 단층 심화는 단순히 차주의 이자 부담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첫째, 신용점수 경계에 위치한 차주들은 급격한 금리 상승을 회피하기 위해 대출을 포기하거나 비제도권 금융으로 이동하는 유인을 갖게 된다.
이는 금융 소외를 심화시키고, 결과적으로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를 초래한다.
둘째, 금융시장 내 신용 배분의 왜곡이 발생한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은 ‘중저신용자 포용’을 핵심 목표로 출범했으나, 실제로는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예컨대 인뱅이 규제상 중저신용자 기준으로 설정한 신용평점 875점 이하 차주에 대한 대출 비중 30% 요건을 충족하고 있음에도, 700점 이하 차주 비중은 대략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반면 900점 이상 고신용자 대출 비중은 60%를 넘는다. 이는 제도적 기준이 실질적 금융포용과 괴리돼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금리 경쟁의 실종이다. 인뱅은 신용평가 고도화 역량을 토대로 중금리 대출 확대를 기대받았으나, 중저신용자 대상 금리는 시중은행 대비 유의미하게 낮지 않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해외 주요 금융 선진국은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장치를 도입해왔다.
미국의 경우, 핀테크 기반 대안신용평가 (Alternative Credit Scoring)를 활용하여 씬파일러(Thin-Filer) 차주에 대한 신용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 신용점수 외에 소득 흐름, 결제 이력, 비금융 데이터 등을 반영함으로써 금리 단층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영국은 ‘Open Banking’을 통해 금융 데이터 공유를 활성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금리 대출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
또 대체로 선진국들은 공적 보증 프로그램이나 위험 분담 메커니즘을 통해 금융회사의 중저신용자 대출 리스크를 완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공통적으로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리스크를 시장과 정부가 분담하는 구조를 통해 금리의 비연속성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국내 금융당국 역시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중저신용자 기준의 재설정이 요구된다.
정책목표가 ‘금융포용’이라면, 보다 하위 신용구간(예: 700점 이하)에 대한 목표 비중을 별도로 설정하는 기준 체계가 필요하다.
금리 단층 완화를 위한 가격 규율도 필요하다. 단순한 대출 비중 규제에서 벗어나, 신용구간별 금리 스프레드의 상한을 설정하는 정책적 가이드라인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편, 대안신용평가 인프라도 적극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통신, 플랫폼, 결제 데이터 등을 활용한 신용평가 모형을 제도권 금융에 정착시킴으로써 신용점수 하위 구간의 정보 공백을 줄여야 한다.
정책금융 및 보증제도를 활용한 리스크 분담 장치도 병행돼야 한다. 이는 금융회사의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유인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금리 단층 문제는 단순한 금리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신용평가 체계와 금융시장 구조 전반의 문제이다.
현재와 같이 대출 비중 30%와 같은 인뱅에 대한 형식적 포용 지표에 의존하는 접근으로는 실질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책당국은 ‘비중 규제’에서 ‘구조 개선’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며, 금융회사 역시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혁신과 사회적 역할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중저신용자 금융포용은 선택이 아닌 금융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금리 단층의 완화는 해당 출발점이며, 보다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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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