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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부품사' 꼬리표 뗀다…LG이노텍 '2030년 기판 3조' 승부수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6.16 06:00
수정 2026.06.16 06:00

AI 기판 영업익 2027년 3362억·2028년 5474억 전망

하이퐁 증설로 생산능력 확대…구미는 고부가 제품 중심

2분기 영업익 1807억원 추산…아이폰·환율이 실적 견인

LG이노텍의 대면적(사진 왼쪽)∙초대면적 FC-BGA 기판 샘플 제품 2종ⓒLG이노텍

LG이노텍이 인공지능(AI) 반도체용 기판을 앞세워 애플 카메라 모듈에 치우친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용 고성능 반도체 기판 공급 부족으로 고객사가 생산능력을 먼저 확보하려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 가운데, 베트남 증설을 발판으로 패키지솔루션 사업을 2030년 매출 3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2027년 3362억원, 2028년 5474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각각 80%, 45%에 달한다.


올해까지 LG이노텍 실적의 중심축이 북미 고객사에 공급하는 카메라 모듈이라면, 2027년부터는 반도체 기판이 회사 전체 이익 증가를 주도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준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투자 공시를 통한 증설 생산능력 확보와 중장기 성장성을 반영했다"며 "증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2027년부터 패키지솔루션이 회사 전체 이익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축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기판은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해 전기 신호와 전력을 전달하는 부품이다. AI 가속기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그래픽처리장치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기판도 대면적·고다층 제품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면서 고성능 반도체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기판도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이에 글로벌 빅테크와 반도체 업체들은 필요한 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일부 생산설비 투자비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판 업체 입장에서는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향후 물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평균판매가격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고객사들이 AI 부품 병목을 인식하면서 기판 가격 인상에 대한 수용도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LG이노텍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기판 생산 거점을 경북 구미에서 베트남 하이퐁으로 확대한다.


LG이노텍은 이달 초 베트남 하이퐁시와 반도체 기판 공장 증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증설 공장은 오는 7월 착공해 2027년 5월 준공할 예정이다. 부지 면적은 약 33만㎡로 축구장 45개 규모다.


신공장에서는 무선주파수 시스템인패키지(RF-SiP)와 플립칩 칩스케일패키지(FC-CSP),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을 생산한다.


이번 증설을 계기로 LG이노텍은 패키지솔루션 사업에서도 생산지 이원화에 나선다. 구미 사업장은 반도체 기판 신기술 개발과 신규 모델, 고부가 제품 생산을 담당하고, 베트남 공장은 범용 제품의 대량 생산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구미에서 신제품 기술과 수율을 확보한 뒤 베트남에서 대량 생산하는 구조를 통해 기술 경쟁력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구미 생산라인은 이미 한계치에 근접하게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서버와 고성능 메모리용 기판 수요가 늘면서 추가 물량에 대응하기 위한 증설 필요성도 커졌다.


제품별로는 FC-BGA가 AI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 제품으로 꼽힌다. FC-BGA는 고성능 연산 반도체를 메인보드와 연결하는 기판으로, 일반 기판보다 크기가 크고 회로층이 많아 생산 난도와 판매단가가 높다.


LG이노텍은 하이퐁 증설과 국내 추가 투자를 통해 패키지솔루션 사업 매출을 2030년 3조원 이상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이익 기여도 역시 회사의 주력인 광학솔루션 사업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당장의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증권은 LG이노텍의 올해 2분기 매출을 4조9546억원, 영업이익을 1807억원으로 추산했다. KB증권 역시 올 2분기 영업이익이 2028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 동기보다 15배~18배 가까운 수치다.


다만 2분기 실적 개선의 주된 배경은 아직 패키지솔루션보다 광학솔루션에 있다. 북미 고객사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가 신제품 출시 직후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이어지는 '롱테일 효과'를 보인 데다 우호적인 환율도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2분기는 차기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부품 주문이 줄어드는 비수기다. 그러나 올해는 기존 프리미엄 모델 판매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이어지면서 카메라 모듈 생산라인의 가동률도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실적은 카메라 모듈이 지탱하고, 내년 이후 성장률은 반도체 기판이 끌어올리는 구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이퐁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2027년부터 패키지솔루션의 외형 성장과 고정비 절감 효과가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AI 인프라 투자 속도는 변수다. 현재는 고객사가 기판 생산능력을 선점하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지만, 주요 업체의 증설 물량이 동시에 시장에 풀리는 시점에 AI 투자가 둔화하면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장기공급계약에 기반한 물량 가시성과 판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기판 호황은 과거 전자부품 사이클과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이노텍이 계획대로 하이퐁 생산라인을 안정화할 경우 애플의 신제품 주기에 따라 실적이 출렁이는 구조에서 벗어나 AI 반도체 공급망을 새로운 수익 축으로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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