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 의한 참정권 침해 규탄"…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 시국선언
입력 2026.06.10 20:14
수정 2026.06.11 08:02
선관위 자체 진상규명위 구성 겨냥 "스스로 면죄부 주는 방식…납득 못 해"
국정조사 및 특검 통한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 선관위 구조개혁 등 촉구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연세대 학생들이 '부실선거'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6·10 민주항쟁 39주년을 맞아 전국 18개 대학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이 발표됐다. 이들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가에 의한 참정권 침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특검)를 통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선거관리위원회의 개혁을 촉구했다.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는 이날 저녁 6시쯤 각 캠퍼스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39주년 전 이날 저녁 6시에는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종탑에서 42번의 종소리가 울리며 6·10 민주항쟁의 시작을 알린 바 있다.
이번 시국선언에는 건국대·경희대·고려대·부산대·서강대·서울과학기술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연세대·전남대·전북대·충북대·한국외대·한양대·홍익대 등 총 18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했다.
이의빈 서울대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의장은 "일부 유권자들은 자신에게 보장된 참정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했다"며 "참정권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며, 한 사람에게 보장된 한 표의 가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인서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앙선관위가 자체적으로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린 것을 겨냥해 "국가기관이 스스로를 조사하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방식으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며 "국민의 권리가 침해됐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민주주의의 실패"라고 꼬집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초기에 알려진 규모를 넘어 전국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으며 이후 투표용지 이송 과정의 부실 등 정황까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며 "이는 더 이상 단순한 물량 계산의 실패로 설명될 수 없고, 선거관리의 기본 원칙이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흔들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는 이날 시국선언문에서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를 통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국가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실효적 구제 대책 마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구조개혁 ▲청년과 대학생을 포함한 시민이 참여하는 독립적 개혁 감시기구 설치 등을 촉구했다.
총학생회 또는 학생회에 소속되지 않은 학생 역시 이날 행사에 자유발언 형태로 참여했다.
연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김도현씨는 "선거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인데 그 약속이 흔들렸다면 저희는 당연히 묻고 따져야 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우리는 요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대학 철학과 재학 중인 백종찬씨는 지난달 30일 경기 고양시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한 투표사무원이 시각장애를 가진 유권자 보조인의 기표소 출입을 막은 사건을 언급하며 "이번 시국선언이 기존의 제도의 회복을 넘어 누구의 참정권도 침해받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연세대 시국선언 행사 중 자유발언을 이어가던 학생이 "계엄을 옹호하고 폭력을 정당화하려던 세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금 자신들의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취지의 자유발언을 내놓자 행사를 지켜보던 다른 학생이 "시국선언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지 마라"고 항의하는 등 작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열리 연세대 학생들의 '부실선거' 시국선언에서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