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영접은 하루, 진짜 변수는 24일…정청래 선택 앞둔 민주당
입력 2026.06.21 00:00
수정 2026.06.21 00:00
공항 영접으로 '명·청 갈등' 봉합 연출
시선은 24일로…정청래 거취 분수령
정청래, 친명 행보 속 강경 노선 병행
G7 정상회의와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환영나온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 순방 귀국길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항 영접에 나서며 최근 불거진 '명·청 갈등설'이 일단은 잦아든 모양새다. 겉으로는 당청 간의 충돌 기류가 봉합된 듯한 장면이 연출됐지만, 정치권의 시선은 이미 공항을 넘어 오는 24일로 향하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진짜 관심사는 정청래 대표의 대표직 사퇴 및 연임 도전 여부다. 전당대회 출마를 위한 사퇴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하루짜리 공항 영접 장면만으로 당청 간의 잠재적 긴장 관계와 불편한 동거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명·청 갈등설이 폭발한 계기는 지난 9일 이 대통령의 출국 환송 행사가 있었다. 당시 청와대는 "중동 전쟁 장기화 등 국내 상황을 염두에 두고 환송 인원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으나, 정 대표가 청와대의 요청으로 불참하면서 이상 기류설이 확산했다.
반면 지난 18일 귀국길에는 정 대표와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공항에 마중을 나가며 온도 차를 보였다. 공항에서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마주하자 허리를 90도 가까이 깊숙이 굽히며 인사했고, 이 대통령은 "수고했습니다"라는 짧은 인사를 건넸다.
공항 영접으로 표면적 갈등은 관리되는 분위기지만, 이 대통령이 귀국 직후 내놓은 메시지는 당청 관계와 당내 상황을 향한 복잡한 시선을 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순방 성과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과 현재 정부는 더 잘되기 위한 과정"이라며 "당도 정부에 대해 필요한 쓴소리를 할 수 있고 당청 관계는 하나이면서도 또 남이기도 한 관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도 "힘이 있을 때는 주장이 아니라 행동과 실천으로 결과로 책임져야 되는 것"이라며 최근의 지지율 하락세와 당내 신경전을 염두에 둔 듯 "국민들이 평가한다. 먹고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뭘 가지고 싸우는 거냐"고 지적했다. 이어 전당대회 국면을 앞둔 당내 경쟁을 향해 "원수 싸우듯이 하지 마라. 경쟁이 전쟁이 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향한 극찬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정권의 기조와는 결이 다른 강경 노선을 동시에 천명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국익 중심 실용 외교의 교과서이자 월드클래스 세계적인 정치 지도자의 면모"라며 "대통령 잘 뽑아놨더니 나라에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회의 말미에는 "검찰 개혁은 민주당 정부 개혁의 깃발이자 상징"이라며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는 민주당의 불가역적 당론이자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이라고 못 박았다. 나아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주장해, 이 대통령이 언급한 포용과 숙의의 메시지와는 대조되는 강경 개혁 기치로 맞불을 놓은 형국이다.
이러한 정 대표의 행보를 바라보는 당내 평가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 대표의 90도 인사를 두고 "이 대통령은 이런 의전을 원하지 않고 정색하며 싫어한다"며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담긴 정치기술이자 행위이며 말로만 하는 친명(친이재명)은 듣기 싫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데일리안에 "대통령의 말씀은 전쟁이 아니라 경쟁을 하라는 뜻이며 무조건 당대표를 내려놓으라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반론을 폈다. 정 대표의 폴더 인사에 대해서도 "지방선거 후 지지율 하락 등에 대해 대통령에게 미안한 마음이 몸에서 나온 반응일 것"이라며 "가식적으로 꾸미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결국 민주당의 진짜 관심은 공항 영접이라는 일시적 이벤트보다 정 대표의 24일 거취 결정에 완연히 쏠려 있다. 정 대표가 차기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할 경우, 당헌·당규상 명시적인 연임 시 사퇴 시한은 없지만 과거 전례에 따라 오는 24일 사퇴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2024년 당대표 연임에 도전할 당시 전당대회 55일 전이자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전준위) 구성 이틀 전이었던 6월 24일에 대표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이번 24일 역시 8·17 전당대회를 54일 앞둔 시점이자 전준위 구성 이틀 전이라는 점에서 당 내부에서는 정 대표가 이날을 기해 사퇴하며 연임 도전을 공식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 역시 정 대표의 행보가 철저한 정무적 계산에 기반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 대표의 공항 예우와 강경 발언의 이중 구조에 대해 "결국 '나는 내 갈 길을 가되 예의는 차린다'는 의미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 대표가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장한 것을 두고 "강경 당원들을 염두에 둔 메시지"라며 "정 대표의 연임 도전 자체는 이미 기정사실화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