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잡으려다 자영업 옥죌라”…사업자대출 강화에 소상공인도 ‘긴장’
입력 2026.06.08 08:36
수정 2026.06.08 08:41
사후점검 제외 기준 ‘1억→5000만원’ 대폭 하향
주담대 규제 강화로 늘어난 우회로 차단
자영업자 부담 가중…생계형 취약차주 양산할라
쪼개기 대출·사금융 이탈 등 부작용 우려도
금융권의 사업자대출 자금 용도 사후 관리 체계가 이달 말부터 대폭 강화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수 부진·고금리에 시달리는 영세 소상공인까지 피해를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뉴시스
사업자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편법을 차단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사후 관리 체계가 이달 말부터 대폭 강화된다.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겠단 명분이지만, 자칫 애먼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규제 부담이 전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연합회, 여신금융협회 등 다수의 금융권 협회에 개인사업자대출의 자금 용도 사후점검 기준을 상향 조정할 것을 요청했다.
대출금의 실제 사용처를 소명해야 하는 사후점검 기준 금액을 종전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낮추는 것이 골자다.
금융권 협회들은 오는 30일부터 강화된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문턱이 높아지자, 사업자대출을 주택 구입에 활용하는 우회로를 차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출받은 돈을 어떻게 썼는지 좀 더 까다롭게 확인하겠단 의미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신용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자대출 용도 외 유용 건수는 243건으로 1년 전 164건 대비 48%가량 증가했다.
2018년부터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 18일까지 92건에 이른다.
당국은 주담대 규제가 강화되고 대출 한도가 축소돼 자금 조달 여력이 약해지자, 사업자대출을 활용해 주택 매매 자금에 보태는 편법 투기가 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원천 차단해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으론 주택시장 교란 행위를 바로잡으려다 경기 침체로 어려움에 직면한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자금줄부터 묶일 수 있단 우려가 적지 않다.
여전히 도·소매업, 골목상권에선 현금 거래나 간이 영수증 처리가 많아 증빙하는데 한계가 따른 단 지적이다.
대출 실행 후 3개월 이내에 세금계산서나 정식 영수증 등 강화된 소명자료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부적격 차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강화된 제재 수위도 영세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4·1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라 현재 사업자대출을 용도 외에 유용하다 적발되면 대출 제한 기간이 종년 1년이 아닌 3년으로 늘어난 상태다.
2차로 적발되면 5년이 아닌 10년간 대출이 묶이게 된다.
사후점검 결과 용도 외 유용이 확정되면 대출금은 즉시 회수될 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반에서 신규 대출이 제한되는 패널티를 받게 되는 셈이다.
당장 급전이 필요해 대출금 일부를 밀린 임대료나 직원 월급 등을 충당하다 적발되면 자영업자들은 한계로 내몰릴 우려가 크다.
정부 규제로 은행권에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설 수 있단 점도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키운다.
사후점검 대상이 전보다 대폭 늘어나면서 은행들이 감당해야 할 행정비용도 덩달아 커지게 됐다.
이 때문에 소액 사업자대출 한도를 축소하거나 심사 자체를 더 까다롭게 하는 등 리스크를 덜기 위해 자체 대응에 나설 수 있단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제도권 문턱에 놓인 취약 차주들은 5000만원 이하 금액으로 쪼개서 대출을 받는 편법을 쓰거나, 제도권 밖 사금융으로 눈을 돌리는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단 목소리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집값이 잡히지 않는 만큼 우회로를 차단해 투기 수요를 근절하려는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사업자대출 특성상 자금의 성격을 명확하게 분리하기가 모호한데, 일률적인 규제를 들이댈 경우 엉뚱한 곳에서 부작용이 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내수 부진과 고금리 부담에 시름을 앓는 영세 소상공인들이 상당한데, 정부 규제로 생계형 취약 차주들이 더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보완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