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도 “당황스러웠다”…정몽규 회장 왜 사퇴 결단 내렸나
입력 2026.05.30 08:55
수정 2026.05.30 08:55
2026 북중미 월드컵 종료 후 사퇴 발표
싸늘한 여론, 월드컵 흥행 부담 다가온 듯
월드컵 후 사퇴 결정을 내린 정몽규 축구협회장.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발표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홍 감독은 29일(현지시각)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인근 헤리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사전캠프 훈련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어제 갑작스럽게 소식이 전해져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한국 축구는 지금 전례 없는 상황과 마주했다. 월드컵 본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대한축구협회 수장이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것은 초유의 일.
앞서 정 회장은 29일 성명을 통해 북중미 월드컵 종료 이후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무려 13년 동안 한국 축구 행정을 이끌어온 정 회장의 갑작스러운 결단은 대표팀 내부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특히 정 회장의 사의가 공식적으로 알려진 시점은 대표팀이 미국 현지에서 훈련 일정을 소화하던 늦은 밤이었다. 전날 문자메시지를 통해 성명이 배포됐고, 홍 감독은 그보다 앞서 화상회의를 통해 정 회장으로부터 직접 거취 관련 설명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 회장은 선수 대표단까지 참여한 자리에서 자신의 거취와 선수단 포상 계획 등을 설명했다.
다만 대표팀 내부 분위기는 예상보다 차분한 모습이다. 홍 감독은 “선수단끼리 따로 시간을 가지면서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과 각자의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했다”며 “그동안 해왔던 방식대로 차분하게 준비해 나가는 모습이다. 크게 동요된다고 느끼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홍명보 감독. ⓒ KFA
한편, 정몽규 회장은 29일 성명을 통해 2026 북중미 월드컵 종료 이후 물러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싸늘하게 돌아선 여론과 월드컵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2023 아시안컵 실패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및 경질 과정,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 등을 거치며 팬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지난해 4선 연임 과정에서는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의 공정성 논란까지 불거지며 축구협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와 중징계 요구, 이에 따른 법정 공방까지 이어지면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4선 선거에서 85.6%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회장직을 유지했고, 최근까지도 문체부 감사 결과에 대한 법원 판결에 항소를 결정하는 등 물러설 뜻이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월드컵이 다가올수록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냉랭한 시선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고, 이는 축구협회 내부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최근 대표팀 응원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적지 않은 책임감을 느꼈다고도 보고 있다. 월드컵은 대표팀 흥행과 중계권, 후원 수익 등이 맞물린 한국 축구 최대 이벤트인데, 팬들의 외면이 계속될 경우 협회와 대표팀 브랜드 가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다는 것. 결국 정 회장은 월드컵 성공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한발 물러나는 선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회장(왼쪽)과 홍명보 감독.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다만 정 회장은 월드컵 준비 과정까지는 협회장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축구협회는 정 회장이 다음 달 멕시코 현지로 이동해 대표팀 지원 업무를 이어간 뒤, 북중미 월드컵 종료 후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홍명보호는 현재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북중미 월드컵 대비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팀은 한국시간 기준 31일 오전 10시 브리검영대 사우스필드에서 트리니다드토바고와 평가전을 치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