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전과자·범죄자 걸러내는 건 국민들의 몫
입력 2026.05.27 07:00
수정 2026.05.27 07:00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6.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공식선거전에 돌입하며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오는 29일과 30일 양일간 이뤄지는 사전투표와 내달 3일 본 투표를 앞두고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며 마음을 정해야 할 시간이다. 그동안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를 보면 대체로 정당을 보고 후보를 선택한다. 이는 정당이 훌륭한 후보를 공천했으리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정당에서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자질이나 능력보다도 강성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후보들이 선출되거나 정치적 고려에 의해 낙점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전과 따위는 고려의 대상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선관위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7569명의 후보 중에서 33.7%인 2554명이 벌금 100만 원 이상의 전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과가 무려 15건인 후보도 있고 14건인 후보도 두 명이나 된다.
시‧도지사선거의 경우, 51명의 후보 중 20명(39.2%)이 전과자다. 전과가 9건인 후보가 2명, 6건인 후보 1명, 4건인 후보가 2명 등이다. 함께 치러지는 14곳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47명의 후보 중 14명(29.8%)도 전과가 있다. 전과 5건인 후보가 1명, 4건인 후보가 2명, 3건인 후보가 2명이다.
이들의 범죄유형을 보면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집회시위법을 위반한 전과는 시대적 상처이니 그렇다 쳐도, 음주운전, 사기, 폭행‧상해, 공문서위조 등 도덕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파렴치범들이 대다수다.
상식을 가진 보통 사람이라면 부끄러워해야 할 이런 전과 경력이 정치인들에게는 훈장인 듯하다. 국민적 공분을 샀던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고 한다. 당시의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한데 말이다. 범죄를 물으면 사과나 해명도 없이 동문서답하거나 너는 깨끗하냐고 되치기 하거나 정치검찰 운운한다. 그런 게 정치기술인 지는 모르겠으나 국민을 우습게 보는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후보의 전과나 범죄혐의를 추궁하는 것은 네거티브가 아니라 검증이다.
심지어는 억울해 하기도 한다. 민주당 안산시장 예비후보였던 한 정치인은 자신의 음주운전 전과를 지적한 경쟁 후보를 향해 “이재명 대통령도 전과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 안찍었느냐”고 공격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자신의 죄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미 공무원자격사칭 등 3개의 전과가 있고 현재 8개 사건에 12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대통령을 끌어 들인 것이다. 해당 발언이 문제되자 사과하기는 했지만 그 후보뿐만 아니라 전과 경력이 있는 다른 후보들의 입장에서도 이 대통령에 비하면 자신들의 범죄는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 억울해 할만도 하겠다.
위 전과자들 중에는 주요 정당의 후보들도 다수 포함돼 있으니 이들 중 상당수가 당선되어 정치지도자 노릇을 할 것이다. 주민들 앞에서 준법을 말하고 정의를 말하고 청렴과 양심을 말할 것이다. 상상만 해도 가관이다. 그런 사람들이니 법을 우습게 여기고, 정치권력을 악용해 자신의 범죄를 무마하거나 덮으려고 시도해도 이상하게 없다.
정치인이 도덕군자일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국민 평균적인 도덕성은 갖추고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언제부터 범죄자들이 당당한 나라가 됐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선관위에서 그간 실시한 유권자의식조사에 의하면 공약이나 정책을 보고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율이 약 30% 안팎이다. 유권자들이 이처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약이나 정책도 실은 표를 낚기 위한 미끼 같은 것이다. 공약(空約)이라는 말도 있듯이 곧이 곧대로 믿을 게 못 된다.
이에 비해 범죄경력은 이미 드러난 그의 인성이며 자질이다. 따라서 공약이나 정책보다 더 확실한 선택기준이 돼야 하는데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라면 전과자라도 상관없다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러다가 정치권이 범죄자 소굴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한 나라의 정치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라는 말이 있다. 정치권을 선량하고 유능한 지도자 집단으로 만들 책임은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정당만 보고 ‘묻지마 투표’하는 유권자가 아니라 선거공보에 게재된 후보들의 전과,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범죄혐의 등도 꼼꼼히 살펴보고 선택하는 ‘합리적인 유권자’가 되자.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대표가 파렴치범이라면 부끄럽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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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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