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현장] "꼭 눌러뿌고 당선되이소"…박형준 가는 사찰마다 '팬미팅장' 방불
입력 2026.05.25 00:10
수정 2026.05.25 00:10
가는 곳마다 시민 호응…"한 번 더 믿어 달라"
봉축법요식서 만난 전재수와는 대화 없이 침묵
"제대로 모르거나 덮어씌우는 시장 안돼" 경고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24일 부산 연제구 혜원정사 대웅전에서 부산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석 기자
부처님오신날인 24일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모든 일정은 '불심'에 맞춰졌다.
박 후보는 오전 8시 수영구의 영주암을 찾은 것을 시작으로 △8시50분 마하사 △10시15분 범어사 △11시40분 안국선원 △12시50분 흥법사 △오후 2시 혜원정사 △오후 3시20분 내원정사 △오후 4시40분 한마음선원 등 부산에 위치한 총 8곳의 사찰을 방문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이목을 끌었던 건 범어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이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14교구 본사인 선찰대본산 금정산 범어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1300년 전 신라시대 문무왕 시절 의상대사에 의해 세워진 사찰이다. 특히 범어사는 해인사, 통도사와 더불어 영남의 3대 사찰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날 범어사가 주목받은 건 이같은 역사적인 가치 때문이 아니라, 6·3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박 후보와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나란히 이 사찰을 찾아서다.
아직 아침의 선선함이 남아있는 금정산 자락에 위치한 범어사에 긴장감이 감돌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박 후보와 전 후보는 범어사 주지스님과 차담을 나누고, 곧바로 대웅전 앞에 나란히 앉아 봉축법요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두 후보 사이에서는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한 후 두 후보가 마주한 건 TV토론회를 제외하면 처음이다.
두 후보는 1시간여 동안 열린 봉축법요식이 열리는 동안 합장을 하고, 아기 부처님 동상에 물을 붓는 관불 의식을 하는 중에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전 후보는 가끔 바로 옆자리에 앉은 변성완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박 후보는 금정구의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과 두 자리를 띄워 앉았기 때문에 별 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와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24일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범어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왼쪽)과 합장하는 모습(오른쪽) ⓒ데일리안 김민석 기자
봉축법요식이 끝난 뒤에서야 박 후보는 비로소 말문을 열었다. 법요식을 마친 뒤 기자와 만난 박 후보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우리 부산시민들의 삶에 자비와 평안이 널리 퍼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또 우리 부처님의 광명정대함이 깃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은 작은 나라다. 이 나라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안목과 비전, 글로벌과 혁신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얼렁뚱땅하거나 또 제대로 모르거나, 또 덮어 씌우려고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될 것이고 그런 일을 하는 시장을 뽑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와 함께 부산시장 선거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선거대책위원회는 이날 전 후보를 향해 날선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박 후보 선대위 소속인 국민의힘 정동만·주진우·김대식·조승환·박성훈·서지영 의원은 이날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조사 개입 및 조작 의혹 전 과정 공개 △통일교 금품 수수 및 보좌진 갑질 기소 관련 해명 △배우자의 ‘부산 20년 거주’ 발언 사실 여부 확인 등 3가지 사안에 대해 답변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박 후보는 '불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점심공양을 위해 백종헌 의원과 함께 찾은 안국선원에서 박 후보는 주지스님과 식사를 함께 했다. 박 후보는 절에 올라가는 내내 만나는 부산시민들에게 "성불하십시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오후 2시께 방문한 연제구의 혜원정사에서 박 후보는 절의 곳곳을 다 찾으며 불심 잡기에 나섰다. 연제구의 김희정 의원과 함께 사찰 입구에서부터 불자인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넨 박 후보는 몰려드는 사진촬영 공세에도 일일이 답하며 친근함을 드러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은 만큼 각 사찰은 선거운동원들이 집결해 불자인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등 선거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와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부산 서구에 위치한 내원정사에서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석 기자
특히 삼배를 올리기 위해 찾은 혜원정사의 대웅전에서 만난 한 시민은 박 후보를 보고 반가워 하면서도 "애가 터져서 죽겠어예. 꼭 (전 후보를) 눌러뿌고 당선되이소"라고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법당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만난 한 가족은 "우리 가족은 전부 박형준입니더"라고 자신있게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박 후보는 "조금만 더 모아주세요"라고 재치있는 농담으로 화답했다. 또 한 스님이 "머리가 저랑 비슷하시더니 많이 자랐다"고 농담을 건네자 박 후보는 "금방 자라더라구요"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전날(23일) 오전에 유세를 위해 방문했던 서구 꽃마을의 인근의 내원정사를 찾은 박 후보의 인기는 그야 말로 하늘을 찔렀다. 곽규택 의원이 동석한 내원정사에선 초입부터 박 후보를 알아보는 부산시민들이 몰려들어 사진촬영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다.
심지어 박 후보는 내원정사 초입에서 자신이 동아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제자를 만나기도 했다. 먼저 박 후보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넨 그 제자는 "시장님 때문에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고, 박 후보는 "이렇게 다시 봐서 너무 반갑다"고 화답했다. 이후 박 후보는 제자 부부와 함께 사진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후 들어선 내원정사의 안뜰은 사실상 박 후보의 팬미팅장을 방불케했다. 60·70대 어르신부터 20·30 청년층과 동자승까지 박 후보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오거나 사진촬영을 요청해오면서다. 박 후보는 곽 의원과 함께 모든 촬영에 일일이 응답하고 "성불하세요"나 "잘 하겠습니다. 한 번 더 믿어주세요"를 반복하면서 표심 잡기에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