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화 캐나다 파트너들, 잠수함 승자 앞에서 엇갈린 셈법 [CPSP 뒷얘기③]
입력 2026.07.17 09:00
수정 2026.07.17 09:00
한화가 구축한 파트너십, TKMS 선정 후 이해관계 따라 재편
한화 손잡았던 밥콕은 승자와 협력 모색…위성 협력은 유지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앞줄 오른쪽 세번재)가 지난 2014년 11월 데이비드 락우드 밥콕 인터내셔널 그룹 총괄 회장(앞줄 왼쪽 세번째)와 글로벌 함정 수출 시장 진출 확대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한화오션
캐나다 정부가 지난 6일(현지시간)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TKMS를 선정하자 한화가 캐나다 전역에 걸쳐 맺어온 파트너십들의 운명이 갈렸다. 정비 파트너는 발표 당일 곧바로 승자 쪽에 협력 의사를 밝혔다. 반면 CPSP와 무관하다는 이유로 한화와의 협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곳도 있다.
밥콕, 발표 당일 TKMS와 새 협력 모색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빠르게 움직인 건 정비 파트너였다. 영국 밥콕 인터내셔널 그룹의 캐나다 자회사인 밥콕 캐나다는 2008년부터 캐나다 해군 빅토리아급 잠수함의 현역유지지원(ISS) 사업을 이끌어온 핵심 업체다.
밥콕의 역할은 단순 정비에 그치지 않는다. 한화오션과 밥콕은 지난 1월 KSS-III 잠수함에 들어가는 무기취급·발사시스템(Weapons Handling and Launch Discharge System)과 핵심 어뢰발사관 부품을 밥콕이 공급하기로 하는 등 이미 한국 해군 KSS-III 잠수함 사업에 부품을 공급하고, 폴란드 오르카 사업 등 글로벌 잠수함 수출시장에서도 한화와 협력해온 사이다. 앞서 양해각서와 기술협력협정에 이어 지난해 9월 팀링협정까지 맺고 CPSP 수주 시 한화 측의 독점 현역유지지원(ISS) 파트너가 되기로 했었다.
TKMS 선정이 발표된 6일, 밥콕 캐나다는 곧바로 공식 성명을 냈다. 캐나다 정부와 독일, TKMS의 선정을 축하하며 스스로를 "캐나다의 잠수함 정비 파트너"로 규정하고 TKMS와의 협력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CPSP 수주를 위해 한화오션과 독점 현역유지지원 협력체계를 구축했던 파트너가,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당일 새로운 사업자와의 협력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열어둔 것이다.
밥콕의 행보는 잠수함 공급자가 한화에서 TKMS로 바뀌더라도 차기 잠수함 현역유지지원 사업에서 계속 역할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밥콕 인터내셔널 그룹은 지난 1월 한화오션과 폴란드 등 글로벌 함정 수출시장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별도로 맺은 바 있어, 캐나다 자회사의 이번 행보가 그룹 차원의 대(對)한화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위성 2건은 CPSP와 무관하다며 생존
반면 위성 관련 협력 두 건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캐나다 우주산업 전문매체 스페이스Q에 따르면 MDA스페이스 대변인은 한화와 맺은 K-LEO(한국 자체 저궤도 위성망) 관련 MOU는 CPSP와 연계돼 있지 않으며 그대로 유효하다고 확인했다. MDA는 이미 독일 우주 프로그램에도 관여하고 있어, 이번에 새로 짜일 TKMS 측 산업협력 패키지에도 참여할 수 있는 위치라고 스페이스Q는 전했다.
몬트리올 인근 우주스타트업 리액션다이내믹스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한화오션과 전략적 투자 검토를 위한 MOU를 맺으면서 CPSP 수주와 관련한 한화오션의 산업참여·장기 경제가치 전략의 일환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 회사 사업전략담당 이사 제시 미켈버그는 CPSP 결과가 자사 오로라 발사체 개발·발사 일정에 아무런 영향이 없으며, 한화그룹과의 협력은 이 사업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영역에서 계속된다고 밝혔다.
플라비오 볼페 캐나다 APMA 회장(왼쪽부터)과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정승균 한화오션 특수선해외사업단장이 지난 4월 29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군용 차량 ·특수목적 산업차량 생산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텔레샛, 잠수함 연계 협력은 불투명
CPSP 수주를 전제로 한 텔레샛의 라이트스피드 위성서비스 협력은 향방이 불투명하다. 지난 1월 맺은 MOU에는 한화오션이 CPSP 사업을 수주할 경우 텔레샛이 라이트스피드 위성통신 서비스를 다년간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스페이스Q가 CPSP 결과 이후 해당 협력의 향방을 질의했지만 텔레샛 측은 직접적인 답변 대신 자사 위성 아키텍처가 다양한 동맹국의 요구에 부합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다만 스페이스Q는 텔레샛이 한국 측과 추진하는 K-LEO 관련 협력은 CPSP와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군용차량 합작 계획도 영향을 받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월 캐나다자동차부품협회(APMA)와 K9 자주포·K10 탄약운반차·레드백 보병전투차·천무·무인전투차량을 캐나다 현지에서 생산하는 합작법인 설립 양해각서를 맺었다. 이 합작법인 설립 계획은 한화오션의 CPSP 수주 성공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TKMS 선정으로 이 전제조건이 성립되지 않으면서 계획의 향방도 불투명해졌다.
파트너십 격차, 80건 대 18건
캐나다프레스 집계에 따르면 한화가 캐나다 기업들과 맺은 산업·정부 파트너십은 80건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TKMS는 18건 이상이다. 캐나다프레스는 퀘벡의 시뮬레이션 업체 CAE, 미시소가의 마젤란항공우주, 오타와의 개스톱스, 토론토의 AI 기업 코히어 등을 양측 모두와 협력관계를 맺은 기업으로 꼽았다. TKMS 측은 파트너십의 질에 집중했으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제안은 다수 거절했다고 밝혔다. 또 TKMS 측은 입찰 제안서에 포함된 일부 핵심 파트너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주전의 승자는 TKMS로 갈렸지만 한화가 캐나다 전역에 구축한 80여개 파트너십은 사업별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캐나다 정부가 TKMS와 내년 말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한 만큼 최종 산업협력 구도도 협상 과정에서 재편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