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최고위원 보선 휩쓴 '친청계'…위기 맞은 '친명계' 앞날은 [정국 기상대]
입력 2026.01.12 05:00
수정 2026.01.12 05:30
'친청' 전원 당선…친명 강득구만 '생존'
'당심' 밀린 친명…정청래 그립감 강화
당원권 강화 '1인 1표' 화약고 조짐
'범친명' 한병도, 계파 가교 역할 주목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최종 선출된 문정복, 이성윤, 강득구 신임 최고위원들이 낙선한 이건태 의원과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주류였던 '친명'(친이재명)계가 위기를 맞았다.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 시험대였던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친청(친정청래)계가 모두 지도부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1인1표제' 부결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정 대표는 당 운영에 새로운 동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친명계의 견제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신임 원내대표는 한병도 의원, 최고위원에는 강득구·이성윤·문정복 의원이 당선됐다.
원내대표 선거의 경우 모두 3선 의원으로 중량감이 비슷하고 범친명계로 계파색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최고위원 선거의 경우 계파전의 성격이 강했다. 당초 친명계 3명, 친청계 2명이 출마한 상황에서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이 전략적 사퇴를 결단했지만, 친명계 후보들은 견제를 뚫고 모두 지도부에 입성했다.
이번 최고위원 보선에서 주목할 점은 중앙위원(50%)과 권리당원(50%) 표심이 엇갈렸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가 계파전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1인 2표를 감안해 특정 계파 후보에만 투표하는 '집중 투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최종 합산 결과, 강득구·이성윤·문정복 의원 순이고 이건태 의원은 4위에 머물렀다. 이 중 강 의원은 중앙위원에서 득표율 34.28%(375명)를 얻었지만, 같은 친명계로 분류되는 이건태 의원은 22.39%(245명)를 얻어 3위를 했다. 반면 문 의원은 26.78%(293명)로 2위, 이성윤 의원은 16.54%(181명)으로 4위를 기록했다.
오히려 이성윤 의원은 권리당원 투표에서 32.90%(31만 2724명)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같은 친청계로 분류되는 문 의원은 21.12%(20만 773명)로 3위에 머물렀다. 이와 달리 중앙위원 투표에서 1위였던 강 의원은 27.20%(25만 8537명)를 확보해 2위, 이건태 의원은 18.79%(17만 8572명)로 지지가 저조했다.
집중투표 예상과 달리 사실상 선호 투표로 흘러갔지만, 친명계 입장에선 이번 결과는 뼈 아픈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위원 선거에서 선방한 것과 달리, 권리당원 투표에선 친청계 후보들에게 밀렸기 때문이다. 이성윤·문정복 의원의 권리당원 득표율 합산은 54.02%, 강득구·이건태 의원은 45.99%로 8.03%p 격차다. 이는 현재 당심이 친청계에 우세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도부 구성도 친청계가 과반을 얻게 되면서 견제는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총 9명인 최고위는 당연직 최고위원인 원내대표를 제외하면 8명인데, 이 중 친청계는 정 대표를 비롯해 이성윤·문정복·서삼석 의원과 박지원(원외 지명직) 최고위원 5명이다. 친명계는 이언주·강득구·황명선 의원 3명으로 수적 열세에 놓였다.
이로써 정 대표의 리더십은 강화되면서 역점 과제를 추진할 동력을 얻었다는 평가다. 특히 한 차례 부결된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등가성을 맞추는 '1인 1표제' 관련 당헌 개정안은 당초 정 대표 계획대로 이달 안에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1인 1표제는 이번 최고위원 보선 내내 갈등의 핵심으로 작용했다. 친명·친청계 후보 모두 추진에는 공감대를 형성한 사안이지만, 친청계는 '즉시 추진'을, 친명계는 '숙의 과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자진 사퇴한 유 위원장의 경우 지난 6일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처럼 여론조사를 하고 중앙위에서 결정하는 방식에는 반대한다"며 "내가 말한 방식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할 것"이라고 경고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오른쪽)와 진선미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제2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번 최고위원 보선 결과로 친명계가 1인 1표제를 반대할 명분은 약화된 상황이다. 권리당원 표심은 친청계가 우세했는데, 그러다 보니 향후 당헌 개정으로 권리당원의 권한이 강화되면 친청계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1인 1표제는 6·3 지방선거와 차기 당대표 전당대회 등 공천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친청계가 명확히 당 주류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친명계 후보로 유일하게 강 의원이 생존하면서 정청래 체제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친명계 일부에선 이번 선거가 오히려 위기감으로 작용해 계파 결집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친명계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번 선거 결과로 정 대표가 원하는 방향대로 당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데, 반대로 지선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며 "친명계 결집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선은 지켜보자는 분위기로 흘러갈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한병도 신임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관측이다. 한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전략기획위원장, 지난 대선에선 캠프 상황실장을 역임하는 등 친명계로 통한다. 과거 친문(친문제인)계라 정 대표와도 친분이 두터워 '범친명'으로 분류되지만, 오히려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에 계파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기자간담회에서 '당청 엇박자' 우려를 두고 "현안을 바라보는 시각차"라면서 "(정책) 발표 전 사전 절차를 통해 차이를 최대한 조율해 발표하는 게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당의 마음은 절박하기 때문에 이 절박함에 엇박자나 분열은 한가로운 얘기"라면서 "지선 승리를 통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 확보에 대해 생각하면 분열과 갈등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