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는 폐지하고 코인만?…'휴면개미' 이재명 '막 던지기' 속내는 [정국 기상대]
입력 2024.11.22 00:20
수정 2024.11.22 00:34
과세 공제 한도 '250→5000만원' 추진
이사 충실의무 확대 '상법 개정안'도
투자자들 "헬조선 탈출구 막나" 비판
'코인 과세 반대' 국민청원, 5만명 돌파
더불어민주당이 가상자산(코인)에 과세하되 공제 한도를 최대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추진한다. 이전에도 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던져놓고 기업들이 반발하는 '상법 개정'을 병행하다가 갑자기 '배임죄 재검토'를 들고 나온다든지, 투자자들이 반대하는 '코인 과세'를 추진하되 반발이 나오자 공제 한도를 상향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정책적 일관성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가상자산 과세 공제 한도를 기존 25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확대 추진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추진한다. 예정대로 과세를 시행하는 대신 반발하는 '개미' 투자자들은 과세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한도를 늘리는 셈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소득세법에는 가상자산 소득금액에서 250만 원을 뺀 금액의 20%를 세금(지방세 포함 22%)으로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2022년 1월 1일 시행될 계획이었으나 두 차례 미뤄졌었다.
여당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 자체를 관철하겠다며 비판에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청년들이 가상자산에 많이 투자하기 때문에 청년들 부담을 줄이고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서 가상자산 과세는 유예돼야 한다"고 했다. 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착각하고 있다. 이건 국민의힘이나 정부와 싸우는 게 아니라 800만 투자자들 그리고 청년들과 싸우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1억원이 넘는 가상자산 보유자 비중은 전체의 1.3%(10만4000명)에 불과하다. 가상자산 투자 소득세의 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상향할 때 과세할 가능성이 있는 10억원 이상 보유자는 3500명, 0.03%"라며 "(한 대표는) 0.03%에 불과한 초고액 투자자, 잘해야 1.3% 남짓의 고액 투자자가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 문제를 왜곡·과장·선동하지 말라"고 항변했다.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와 동시에 주주들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와 '보호의무' 규정을 명문화하는 '상법 개정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국회 근처에서 열린 '국내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 참석해 자신을 '언젠가는 국장에 복귀할 잠시 휴면 중인 개미'라고 소개하며 상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되, 이에 대한 재계의 반발에 대해서는 기업인들에 대한 배임죄 처벌 문제 논의 가능성을 시사하며 일면 달래기에 나섰다.
여당은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에 부정적 입장이다. 소액주주를 위한다는 명분이지만, 사모펀드 등 공격적 헤지펀드에 의한 기업 경영권 침해라는 역풍이 일 수 있어서다.
가상자산 과세에 관해 당원과 투자자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코인 과세 내년부터 하면 상당수가 해외거래소나 탈중앙화 거래소로 빠져나갈텐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헬조선이라는 곳에서 코인으로라도 제발 좀 벗어나려고 하는데 과세로 시장 흥행이 실패하고 꿈이 무너진다" 등의 비판이 줄을 이었다.
21일 국회 전자청원에 따르면 '2025년 1월 1일 코인 과세 유예 요청에 관한 청원'에 동의한 인원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6만95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9일 청원을 게시한 지 3일 만에 청원 성립 요건인 동의 수 5만 명을 돌파한 셈이다. 이 청원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휴면개미 자처한 이재명
투자자 요구 부응 필요는 느끼는데
'정책 일관성'에 대한 개념 부재?
"동일한 투자 주체로서 존중 없어"
여의도 안팎에선 '휴면개미'를 자처한 이 대표가 갑자기 불어난 주식투자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필요성은 느끼면서도, 정작 기업들이 반발하는 '상법개정'과 투자자들이 반대하는 '코인 과세'는 마구잡이식으로 움직이는 모습에서 '정책 일관성'에 대한 개념이 없는 상태란 쓴소리가 나온다.
가상자산이 산업자본화할 수 있는 여지와 직접 자본시장의 역할이 거의 없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식의 '정반대 행보'를 합리화할 정도는 아니라는 점에서다. 트럼프 테마를 타고 역대급 호황인 가상자산 시장은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현실적으로 가상자산이 금액 대체자산으로 자리 잡으며 존재감을 인정받는 상황에서 '역차별'을 받아야 할 이유 또한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금투세 폐지를 열렬히 환영했던 상당수 주식투자자들은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도와 투자 가능성 또한 높은 편인데, 청년층의 유일한 자산 형성 사다리로 여겨질 수 있는 두 그룹에 대해 정반대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투자자들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증권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투자자들에게 굴복하는 것만이 좋은 건 아니다"라면서도 "정치적 리더가 줏대 없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것은, 리더십의 훼손이고 시장에도 상당한 문제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따져보면 금투세가 더 뿌리가 깊게 논의된 세금이었는데 폐지로 가고, 상대적으로 덜 정착된 투자상품인 가상자산에 대한 개정안은 밀고 가고 있다"며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과 동일한 투자주체로서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바라봤다.
여당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의원 수가 많아서 총의가 모이지 않는지 몰라도 정책적 일관성이 없는 상황"이라며 "금투세와 관련해서도 당 차원에서 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말하는 메시지가 다르지 않았느냐. 투자자들의 혼란만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