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韓 핵잠에 첫 공식 담화…반발 수위 높이는 이유는
입력 2026.08.14 05:30
수정 2026.08.14 05:30
韓, 핵추진잠수함 건조 추진 가운데
日 다카이치 '비핵 3원칙' 재검토 시사
"北, 한국·일본 핵무장 우려" 분석
외교부, 北에 반박…"단순 방어조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월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핵추진잠수함 기본 계획 발표를 듣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비난하는 첫 공식 담화를 내고 핵무력 강화까지 정당화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의 핵잠 도입을 일본의 '비핵 3원칙' 완화 움직임과 연결해 단순한 한국의 군사력 증강을 넘어 역내 안보구도 변화의 문제로 인식하는 모습이다.
대남관계를 담당하는 장금철 북한 외무성 제1부상 겸 10국 국장은 지난 1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가 핵물질 생산 권리를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핵무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이 자체 방위력 제고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표면적인 주장일 뿐이며, 한국의 핵잠 건조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핵 도미노'를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적수국들의 군사적 기도에 보복공격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하는 것이 전쟁 억제를 위한 선택이라며 북한의 핵무력 강화를 정당화했다.
한국의 핵잠 도입에 대한 북한의 공식 담화 형식의 입장 표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 당국이 한국의 핵잠 도입에 대한 기본 입장을 정리한 공식 담화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 언급이나 관영매체 논평 등을 통해 한국의 핵잠 추진에 반발해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5일 8700톤(t)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건조 현장을 시찰하면서 한국의 핵잠 개발 계획을 "반드시 대응해야 할 안전 위협"으로 규정했다.
지난해 11월 18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이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와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을 비판하는 장문의 논평을 내고 미국의 한국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에 반발했다.
이처럼 북한이 반발 수위를 높이는 배경에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최근 '비핵 3원칙'에 대한 표현을 바꾸면서 원칙 수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비핵 3원칙에 대해 이전 총리들이 사용했던 '견지하면서'라는 미래지향적 표현 대신 "견지하고 있고"라는 표현을 쓰면서 원칙의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방위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북한은 한국이 결국 핵물질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핵무장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박은주 통일연구원 통일위원은 "한국과 일본이 핵을 동시에 보유하게 되면 북한이 지금까지 힘들게 개발해온 핵무기의 전략적 가치가 떨어지고, 핵보유국으로서 누려온 전략적 우위도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강하게 비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한국이 핵연료 농축 기술을 이전받는 것이 공식적으로 허가된 상태는 아니지만, 향후 그런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북한이 강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핵잠 도입이 북한의 잠수함 기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장기간 잠항하고 기동할 수 있는 핵잠을 확보해 북한의 잠수함 전력을 감시·추적하는 등 재래식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외교부도 이날 핵잠 건조의 최종 목표가 핵무기 개발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반박했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우리의 핵추진잠수함 개발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핵잠 건조와 같이 급변하는 한반도의 안보 환경에 대응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정당하고 방어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확보하고자 하는 재래식 무장 핵잠은 NPT(핵확산금지조약)에 전적으로 부합한다"면서 "우리는 지난 5월 발표한 대한민국 핵잠 기본계획을 통해 핵잠 도입 과정에서 국제 비확산 규범을 확고히 준수한다는 점을 천명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장금철 제1부상의 이번 담화는 최근 북한이 일본의 핵 정책과 한미일 안보 협력에 대해 집중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추세에서 나온 것이라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반발에 대해 한국 정부가 과도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박 연구위원은 "한국은 국방과 자위권 보장 차원에서 핵잠을 도입하려는 것이고, 국제사회에서 금지하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북한이 비판 담화를 내놓는다고 해서 정부가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