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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라! 야유 참고 응원만 했던 축구팬들의 공감 능력 [기자수첩-스포츠]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4.10.19 07:01
수정 2024.10.19 07:15




이라크전 승리 후 팬들과 기념 촬영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 KFA

한 달 전과 사뭇 달랐다. 홈경기를 앞두고 우려했던 거친 야유는 없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15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4차전에서 이라크(피파랭킹 55위)를 3-2로 꺾고 B조 1위(승점10)를 지켰다.


지난달 서울월드컵경기장 팔레스타인전 때와는 경기장 분위기가 확실히 달랐다.


감독 선임 공정성 논란 속에 출범한 홍명보호의 첫 경기였던 홈 팔레스타인전에서 공식 서포터스 붉은악마와 관중들은 대한축구협회장을 향해 “정몽규! 나가!!”를 외치고,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피노키홍’, ‘선수는 1류, 협회장은?’ 등의 자극적인 문구의 걸개도 눈에 띄었다.


선수들이 소개될 때는 환호성이 터졌지만, 홍명보 감독이 소개될 때는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심지어 일부 축구팬들은 “(홍명보호를)응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게 된다”고 말하기도.


대한축구협회의 무능력한 행정 처리와 팬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도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마이 웨이’로 일관하는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 탓에 국민들은 축구로 인한 피로를 호소했다.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이라크전에서는 그때의 분위기와 완전히 달랐다.


여전히 한국 축구는 홍명보 감독 선임 불공정성 논란과 정몽규 회장 4선 연임 여부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팔레스타인전이 펼쳐졌을 때와 달라진 것은 없다. 해소된 부정적 이슈도 없다.


그런데 요르단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돌아온 두 번째 홈경기에서 홍 감독을 향한 거센 야유나 자극적인 비판 걸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축구 국가대표팀을 향한 응원과 함성만 있었다. 오히려 파도타기 응원까지 수차례 펼쳐졌다. 경기 후 홍 감독은 관중들의 야유가 없었던 이유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멋쩍은 듯 가볍게 웃었다.


지난달 팔레스타인전이 펼쳐진 서울월드컵경기장.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붉은악마와 관중들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을 위해 자제하자”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이유다.


팔레스타인전 때 선수들에게 보낸 야유가 아니었지만 김민재·이강인 등 선수들은 팬들에게 ‘자제’를 부탁했다. 경기력에도 좋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기 내내 야유가 쏟아졌던 팔레스타인전에서 홍명보호는 무득점 무승부라는 굴욕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홍 감독 얼굴이 대형 스크린에 뜰 때, 야유를 보내지 않은 것은 맞지만 박수를 보낸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모습이 잡힐 때는 큰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온도 차는 분명 있었다. 혹시라도 성적이 좋으니 여론이 갑자기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붉은악마와 팬들은 선수들의 뜻을 받아들였다. 한국축구를 지키기 위해 모두 입을 꾹 닫았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팬들의 외침에도 변화 없는 축구협회를 향해 그토록 강조했던 '공감 능력'이 어떤 것인지 팬들이 보여줬다.


팬들의 변화된 행동 앞에서 협회는 각성하고 다음 주 국정감사에도 성실한 태도로 나서야 한다. 팬들이 선수들 의견에 공감하고 받아들였듯, 협회도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공감 능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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