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바닥 왔나…다시 고개 든 ‘4년 주기론’
입력 2026.08.20 07:03
수정 2026.08.20 07:03
6만 달러대 장기 횡보…악재 속 추가 급락 제한
“저점 가능성 있지만 신규 매수세 확인해야”
비트코인이 6만 달러대 박스권을 이어가는 가운데 현재 가격이 저점 매수 기회인지는 ‘4년 주기론’의 유효성과 신규 매수세 회복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떨어질 만큼 떨어진 걸까, 아니면 오를 힘을 잃은 걸까.
비트코인이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절반 수준까지 하락한 뒤 6만 달러대에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추가 급락 없이 가격을 지켜낸 만큼 지금이 저점 매수 기회라는 기대가 나오는 한편, 신규 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박스권에 갇힌 것이라는 경계도 맞선다.
결국 지금 비트코인을 사도 될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가격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뿐만 아니라 비트코인의 ‘4년 주기’가 여전히 유효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20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12만6000달러를 웃돌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 6월에는 6만 달러 아래까지 밀렸다.
고점 대비 낙폭은 한때 50%를 넘어섰다. 이후 6만 달러대를 회복했지만 뚜렷한 상승세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지난달부터 대체로 6만1000~6만7000달러 사이를 오갔으며 이달 들어서는 6만2000~6만5000달러 안팎의 좁은 박스권에서 횡보하고 있다.
악재에도 버틴 6만 달러…‘4년 주기론’대로면 바닥?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각종 악재에도 추가 급락하지 않고 6만 달러대를 지켜냈다는 점에 주목한다.
매도 물량을 소화하면서 일정 가격대를 방어하는 만큼 저점에 가까워졌다는 시선이다.
김민승 디지털엑스 리서치센터장은 “비트코인이 최고점 대비 50% 수준에서 큰 하락 없이 장기간 횡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이 저점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며 “단기적으로는 현재 가격이 실제 바닥인지 확인하는 신뢰 테스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복진솔 포필러스 리서치리드도 “4년 사이클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가정 아래에서는 저점 가격대에 진입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큰 악재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미뤄 저점 부근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저점론에는 ‘4년 주기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4년 주기론은 약 4년마다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전후로 가격이 상승하고, 이후 조정기를 거쳐 다음 상승장을 준비한다는 이론이다.
현재의 장기 횡보도 이전 상승장이 끝난 뒤 저점을 다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장과 기관투자자 참여 확대로 시장 구조가 달라진 만큼 과거 주기가 그대로 반복될지는 불확실하다.
4년 주기론이 깨진다면 고점 대비 낙폭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현재 가격을 저점 매수 기회로 판단하기도 어려워진다.
팔 사람보다 살 사람 없다…박스권 만든 ‘수요 공백’
비트코인이 박스권을 이어가는 배경도 강한 매도세보다 부족한 신규 수요에서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은 비트코인보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관련주로 이동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질 때는 금으로, 위험자산 선호가 살아날 때는 실적에 기반한 주식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비트코인의 투자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났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센터장은 “비트코인은 고점 대비 가격 조정이 진행됐지만 수급 둔화로 단기 매수 유인이 과거 반등장만큼 강하지 않다”며 “최근 지정학적 위험으로 주목받는 금이나 실적에 기반한 주식과 비교해 ‘디지털 금’으로서 입지가 모호해지면서 자금 배치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려나 있다”고 진단했다.
현물 비트코인 ETF를 통한 기관 자금 유입이 정체되거나 순유출로 돌아선 점도 상승 동력을 약화시켰다.
윤 센터장은 “현재 박스권은 강한 매도 압력보다 가격을 위로 끌어올릴 신규 매수세가 없는 ‘수요 공백’의 영향이 크다”며 “주요 원동력이었던 현물 ETF 자금 흐름이 정체되면서 기관 모멘텀도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복 리서치리드 역시 “AI 산업의 성장에 따라 투기적 자산 수요가 AI 관련 자산으로 이동했다”며 “가상자산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 자체가 낮아진 것이 횡보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6만3000달러 지키고 6만8700달러 넘어야
현재 비트코인이 바닥인지 확인하려면 신규 매수세가 돌아오는지를 살펴야 한단 견해다.
우선 시장에서는 6만3000달러를 1차 지지선으로 보고 있다. 이 가격대를 지켜내면 바닥을 다질 가능성이 커지지만, 이탈하면 추가 하락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
특히 현재 매수 호가 잔량은 여름 초보다 30% 이상 얇아진 상태다. 가격을 받쳐줄 대기 물량이 줄어든 만큼 매도세가 강해질 경우 낙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상승 추세 전환을 확인하려면 6만8700달러를 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해당 가격은 단기 보유자의 평균 매입 가격이자 강한 상단 저항선으로 꼽힌다.
윤 센터장은 “6만8700달러를 거래량 증가와 ETF 자금 유입을 동반해 상향 돌파해야 확실한 상승 추세 전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가격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정책과 시장 유동성, 현물 ETF 자금 유입 재개 여부가 꼽힌다.
미·이란 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미국 중간선거, 클래리티법 등 가상자산 규제 논의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규제 개선은 법안 처리 상황에 따라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단기적으로는 금리와 유동성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로 몰린 자금이 비트코인 시장으로 이동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김 센터장은 “법정화폐 발행량이 늘어날수록 비트코인의 희소성이 커진다는 내러티브는 훼손된 적이 없다”며 “장기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