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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률 100% 전통’ KIA, 꽃감독 따라 꽃길만 걷나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4.09.19 10:40 수정 2024.09.19 10:42

KIA 이범호 감독과 베테랑 나성범. ⓒ 뉴시스

KIA 타이거즈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KIA는 지난 17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0-2 패했지만, 같은 시각 2위 삼성 라이온즈가 두산 베어스에 4-8로 져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가 사라졌다. 정규시즌 1위가 확정된 KIA는 7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정규시즌 우승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80% 이상이다(1999~2000년 양대 리그 제외).


직행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KIA는 전신 해태 타이거즈 시절인 1983년, LG의 전신인 MBC청룡을 꺾고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1차례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위너가 됐다. 팀명이 KIA로 바뀐 이후에도 2009년과 2017년 한국시리즈에 올라 우승, 한국시리즈에 강한 전통을 이어갔다.


올 시즌도 우승 가능성은 높다. 베테랑의 품격을 뽐내며 팀 정규시즌 우승에 기여한 최형우는 "한국시리즈가 기대되고 재미있을 것 같다. 이 나이에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준 후배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KIA는 투타에서의 신구조화가 아름답다.


KIA는 팀 타율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3할(0.301). 최형우·나성범 등 베테랑과 김도영·이우성 등 젊은 선수들이 시너지를 일으켰다. 팀 평균자책점(4.39)도 10개팀 중 가장 낮다. 외국인투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꾸준히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베테랑 양현종(11승4패)은 개막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고, ‘2년차’ 황동하도 선발진에 합류해 5승을 거뒀다. 마무리 정해영은 30세이브(평균자책 2.61)로 구원왕을 눈앞에 두고 있다.


프로야구 관계자들이 KIA의 최강점으로 꼽는 부분은 2017년 통합 우승 당시 최고참이었던 ‘꽃감독’ 이범호 감독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쳐있다는 부분이다. 팀 전력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은 ‘초보 감독’이 이런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확신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KIA는 개막 전 스프링캠프 일정에 앞서 ‘뒷돈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김종국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2주 뒤 이범호 1군 타격 코치를 후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기대 이상이었다. 예상했던 ‘형님 리더십’으로 부드럽고 다정하게 선수들과 한마음이 되어 탁월한 소통의 채널을 만들었다. 긴장한 선수들에게는 가벼운 장난도 쳤다. 신인급 선수들이 “감독님이 경직되지 않게 만들어줬다”고 말할 정도다.




양현종-이범호 감독. ⓒ 뉴시스

냉정한 승부사로서의 기질도 보여줬다. 본헤드 플레이가 나오면 이름값을 따지지 않고 경기 중 문책성 교체도 단행했다. 또 베테랑이라도 승부처라고 생각하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양현종 교체는 지금까지 회자되는 장면이다. 지난 7월 17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9-3 앞선 5회초, 에이스 양현종이 크게 흔들렸다. 아웃카운트 1개만 더 잡으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는 상황에서 이범호 감독은 정재훈 투수코치를 올려보내 교체를 지시했다. 통산 다승 1위에 도전하는 팀의 베테랑 프랜차이즈 스타를 점수 차가 있는 상황에서 아웃카운트 1개 남기고 교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인데 이범호 감독은 단호하게 결정했다.


양현종으로서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경기 후 이범호 감독은 양현종에게 다가가 ‘백허그’를 하며 풀었다. 양현종도 “당시에는 (교체가)놀랐는데 감독님 지시가 맞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내가 조금 무거운 표정을 지어보였던 것이 오히려 죄송하다”며 감독을 지지했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나 야구팬들에게 인정받은 이범호 감독은 이제 통합 우승을 바라본다. 1군 사령탑 부임 첫 해 통합 우승을 이룬 인물은 선동열(2005년), 류중일(2011) 전 감독뿐이다.


KIA가 통산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승률 100%’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역시 선발 마운드가 재정비되어야 한다. 양현종과 에릭 라우어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우승으로 수놓기는 쉽지 않다.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던 제임스 네일(12승5패 평균자책점 2.53)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달 24일 NC 다이노스전에서 타구에 얼굴을 맞는 큰 부상을 당해 이탈한 네일은 정규시즌 우승의 기쁨도 함께 나눴다. 순조롭게 재활 중인 네일은 "입단 계약할 때부터 한국시리즈 등판을 상상했다. 지금은 부상에서 회복 중이라 팬들 앞에 설 수 없지만, 한국시리즈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충실히 (재활훈련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범호 감독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쳐있는 KIA가 네일을 맞이하면서 한국시리즈에서도 꽃길만 걸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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