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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평 월세가 1년에 1000만원, 등록금 넘어…대학가는 지금 '원룸 전쟁' [데일리안이 간다 25]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4.02.02 05:06
수정 2024.02.02 05:06

정시합격자 발표 후 대학가마다 '방 구하기 전쟁'…수시합격자들이 일찌감치 선점

공인중개사 "2월 돼 찾으면서도 저렴하고 가까운 방 원하면…반지하나 옥탑방 가야"

등록금보다 비싼 월세에 새내기 대학생들 '울상'…"아르바이트 하면서 월세 충당 계획"

"기숙사, 수용인원 턱없이 부족하고 수도권 거주자는 순위 밀려 아예 기회조차 오지 않아"

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인근의 한 원룸 건물ⓒ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2024학년도 정시합격자 발표가 되자마자 서울 시내 대학가는 '원룸 전쟁'이 일어났다. 대학교 기숙사에 입주하지 못한 지방 학생들에게 원룸은 사실상 유일한 선택이지만 고물가로 대학가 원룸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심지어 한 대학가 원룸은 6평짜리 방의 1년치 월세가 대학 등록금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입주해야 하는 실정이다.


◇저렴한 원룸은 재학생과 수시합격자들이 일찌감치 '싹쓸이'


1일 오전 데일리안은 성북구 안암동을 방문했다. 안암동은 바로 고려대가 있고 성신여대와 한성대, 광운대 등이 가까워 대학생들의 원룸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이날 기자는 안암동의 A공인중개사에 들어가 원룸 시세를 문의했다. A공인중개사에서는 "연식이 좀 된 원룸은 보통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60만원 선에서 시세가 형성돼있다"며 "그런데 그런 방은 이미 재학생들과 수시합격자들이 벌써 작년 12월 말에 계약을 마쳐서 남아있는 방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수시합격자보다 발표가 늦게 나는 정시합격자들은 어쩔 수 없이 환경에서 손해를 봐야 한다. A공인중개사에서는 "2월이 돼서 방을 찾으면서도 저렴하고 가까운 방을 원하는 학생들은 반지하나 옥탑방 정도만 들어갈 수 있다"며 "그런 곳에서는 오래 거주하려 하지 않고 1년 계약만 한 뒤 좀 더 환경이 좋은 곳을 찾아나선다"고 설명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인근에 형성된 원룸촌.ⓒ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1년 월세가 등록금 뛰어넘어…대학 기숙사는 여전히 부족


인근의 B공인중개사를 찾아 환경이 괜찮으면서도 바로 계약이 가능한 방이 있는지 묻자 "고려대학교에서 걸어서 8분거리, 지은지 2년 된 신축이고 엘리베이터·침대·에어컨·세탁기·TV까지 다 갖춰진 6평 원룸이 있다"며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80만원, 월 관리비 10만원이고 방학중에도 월세는 내야 한다"는 답을 내놨다. 전기·수도 사용 실비 개념인 관리비를 제외하고 매달 지불해야 하는 월세만 합쳐도 1년이면 960만원이다. 고려대의 지난해 1인당 평균 등록금이 833만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등록금보다도 많은 돈을 주거비로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비싼 가격에도 수요는 있다. 이날 원룸 계약을 상담하러 온 신모(고려대2년·남)씨는 "원룸 비용이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집이 경기도 수원시라 매일 왕복 4시간 가까이 통학하는 것보다는 낫다"며 "통학시간을 아껴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월세는 어느 정도 충당이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숙사를 신청하는 것은 어떻냐'라는 질문에 "기숙사도 신청했지만 총 수용인원이 1000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고 수도권 거주자는 순위가 밀려서 기회가 나에게까지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원룸건물.ⓒ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좋은 방 선점할 수만 있다면…겨울방학 1~2월에도 월세 내


이날 오후에는 또다른 대학 밀집지역인 서대문구 창천동을 찾았다. 흔히 신촌으로 불리는 창천동은 연세대·서강대·홍익대·이화여대와 가까워 원룸 수요도 많다.


신촌 C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는 전날 이뤄진 이화여대 정시합격 발표의 영향으로 이미 몇 건의 원룸 상담이 진행되고 있었다. 대구광역시 거주자로 이화여대 정시 합격소식을 전날 받은 송모(19·여)양은 "아직 3월 입학까지는 한 달이 남아있지만 그때가서 학교 가까이 방을 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들었다"며 "어제 합격소식을 듣고 바로 오늘 방을 구하러 서울에 올라왔는데 생각보다 남아있는 방도 적고 시세가 비싸서 놀랐다"고 말했다.


송양은 "몇 군데 들러봤는데 이화여대까지 걸어서 15분 이내인 창천동 쪽은 보증금 1500~2000만원에 월세 70~80만원짜리가 대부분"이라며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 방도 있었지만 거긴 구축건물에다 반지하라서 여성이 혼자 살기에는 적합치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창천동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D씨는 "싸고 좋은 방은 없겠지만 위치와 가격이 모두 나쁘지 않다고 입소문이 난 방들은 올해 졸업할 학생들이 짐을 뺀 작년 12월에 다들 일찌감치 계약이 끝났다"며 "1~2월 방학기간에 빈 방으로 놔두면서 월세를 내는게 좀 아깝긴 하겠지만 원룸 수요가 많기 때문에 임대인보다 임차인이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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