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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총장 4명 중 3명 "자유전공 도입·확대계획 있어"…'쏠림현상' 우려는 여전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4.01.31 11:27
수정 2024.01.31 11:30

대교협, 전국 135개 대학 총장 대상 설문조사…77%는 '자유전공 도입하거나 확대하겠다'

정부, 재정지원 매개로 대학에 자유전공 확대 압박 "전공선택 실패 가능성 줄어드는 효과"

순수학문 외면하고 인기학과에만 쏠림현상 우려, 이과생 문과침공은 더 심해질 가능성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논술고사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전국 4년제 대학의 총장 4명 중 3명은 무전공(자유전공) 학과를 도입하거나 확대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전공은 대학이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고 이들이 2학년 때 학점과 상관없이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전공 선택에 대한 실패 가능성을 줄여준다는 긍정적 면이 있지만, 자유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향후 취업에 유리한 전공만을 택하고 순수학문은 외면하는 '학과쏠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1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지난 10일부터 22일까지 회원대학 중 135개교의 총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자유전공을 운영하지 않는 대학은 74개교(54.8%)였다. 이 중 57개교(77.0%)는 "앞으로 (자유전공) 도입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미 자유전공 제도를 운영 중인 대학 61개교 중 47개교(77.0%)도 "선발 인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자유전공 도입 확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대학총장들은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학문 편중 및 전공 쏠림 현상'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 ▲구성원 반발·갈등에 따른 설득 및 협의 ▲대학 및 계열 특성에 따른 일률적 적용 어려움 ▲신입생 유치·모집 및 정원 확보 문제 ▲운영에 따른 행·재정적 어려움 순이었다.


◇정부, 재정지원과 연계해 대학에 자유전공 확대압박


대학 총장들이 잇따라 자유전공 도입 또는 확대를 계획하는 것은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과 연관이 있다. 교육부는 30일 자유전공 학과 확대 등으로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넓힌 대학에 더 많은 지원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당초 교육부는 2025학년도부터 수도권 사립대는 20%, 국립대는 25% 이상 자유전공 신입생을 뽑아야만 재정 지원 사업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대학들의 반발을 고려해 재정 지원 사업에서 자유 모집 비율에 따라 최대 10점까지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절충안을 내놨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교육부는 자유전공 모집을 25%까지 확대한다는 기본 방향이 바뀌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학가에선 "사실상 무전공 의무 모집 비율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반응이다. 등급별 인센티브 가중치에 따라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이 최대 몇십억원까지도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사립대 처장은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혁신지원사업비는 대학들 숨통을 트여줄 수 있는 꼭 필요한 지원금 중 하나"라며 "가중치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지방의 한 국립대 기획처장은 "결국 가산점을 더 받기 위한 대학들의 눈치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유전공, 수시보다는 정시로 선발 "이탈률 감소할 듯"


자유전공 선발인원이 확대되면 대학 입시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자유전공 선발 인원이 확대되면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율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은 "학종은 전공적합성을 우선하는 취지가 있다"며 “대학들은 자유전공 입학인원을 선발할 때 수능 비중이 높은 정시모집 정원이나 내신 등급을 보는 학생부교과전형을 늘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시는 수능 점수에 맞춰 학과보단 대학 이름에 따라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 전공 공부가 맞지 않는 학생들로 인해 중도탈락률이 수시보다 더 높다"며 "자유전공 입학생 선발 인원의 정시 비중이 더 높을 경우 학생 이탈률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전국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협의회와 전국사립대학교 인문대학장협의회가 지난 24일 교육부의 무전공 입학생 확대 방침이 기초학문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연합뉴스
◇이과생 '문과침공'과 '기초학문 외면' 더욱 심해질 것


자유전공 입학정원이 늘어나면 이과생의 이른바 '문과침공'이 더 심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의 경우 2022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이과생의 합격 비율은 94.6%였다. 2023학년도 정시모집에서도 최초 합격자는 모두 이과생이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자유전공이 인문·자연계열을 통합선발할 경우 결국 수학과 과학탐구 과목에서 표준점수가 문과생보다 더 높은 이과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문과생은 애초에 자유전공 학과의 진학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자유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나중에 전공을 선택할 때 취업에 유리한 학과만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쏠림현상'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자유전공제도를 일찍 도입한 이화여대는 지난 2022년 자유전공 입학생 중 28.7%가 컴퓨터공학, 18.8%가 경영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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