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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 불출마, 조국기부대·개딸 피로감 영향 미쳤나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3.04.11 06:00 수정 2023.04.11 06:00

1988년생 소방관 출신 청년정치인

'생명안전 의정활동' 성과 냈으나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이들을 설득할 역량 찾지 못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지난 2021년 4·7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인 9일 국회에서 무공천 약속 번복과 '조국 사태', 내로남불 등을 재보선 참패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반성하고 성찰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년 총선 전격 불출마를 선언했다. 소방관 출신 청년정치인으로 정책 중심 의정활동을 꿈꿨으나, 그 과정에서 이른바 '조국기부대' '개딸' 등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못하고 집단 린치를 가하는 극성 지지층의 행태에 따른 피로감이 불출마 결단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무거운 마음으로 긴 고민 끝에 이 자리에 섰다"며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선언했다.


기자회견에서 언급된 직접적인 불출마 이유는 소방관 출신으로서 '생명안전을 위한 의정활동'에 매진했으나, 결과적으로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오 의원은 "당선된 직후 수많은 순직 소방관들이 묻힌 국립현충원을 찾아 '함께 꿈꾸던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약속처럼 △소방시설법 △화재예방법 △화재조사법 △소방관 공상추정법 △건축법 개정 등의 성과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지난달 6일 전북 김제 금산면 주택 화재 현장에서 70대 남성을 구조하기 위해 주택 내부로 진입했으나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성공일 소방교의 순직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한계를 절감했다고 한다. 오 의원은 지난달 9일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장례위원장을 맡아 엄수된 성 소방교의 영결식에 직접 참석했다. 성 소방교는 순직한 다른 소방관들과 마찬가지로 대전현충원에서 영면에 들었다.


오 의원은 "이제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내려놓을 용기를 낸다"며 "재난으로 인한 비극을 더욱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치에서 내가 계속 역할을 해야 한다는 오만함도 함께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 의원은 직접적인 불출마 이유로 의정활동에 있어 절감한 한계를 들었으나, 한편으로는 '상대의 악마화'에 여념이 없는 진영 논리로 가득한 정치문화에 대한 한탄을 쏟아내기도 했다.


오영환 의원은 21대 국회 지역구 최연소 의원으로 당내에서도 전도유망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앞서 지난 2021년 4·7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 반성과 성찰의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맹목적 극성 지지층 '조국기부대'의 집중공격을 받았다.


4·7 재보선 참패 직후 "조국 사태, 국민
요구하면 사과" 말했다가 '문자폭탄'
이낙연 수행에 '개딸'들도 "수박" 지칭
"양심 있는 사람들, 당에서 못 버텨내"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1년 7월 경기 의정부에서 당시 민주당 대권주자 중 한 명이었던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경기도 분도 좌담회 자리로 이동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오 의원은 동료 청년정치인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재보선 참패의 원인으로 △무공천 약속 번복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잘못 △이른바 '조국 사태' 때의 오류 △내로남불 등을 지목했다.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조국 사태와 관련해) 국민들이 사과를 요구하면 사과할 용의도 있다"며 "그에 대한 반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른바 '조국기부대'는 이런 합리적인 의견을 개진한 오 의원을 겨냥해 '내부총질' '배은망덕'이라며,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문자 폭탄'을 보내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의원은 '조국기부대' 뿐만 아니라 극성스럽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것으로 알려진 이재명 대표의 맹목적 극성 지지층 '개딸'들의 타겟의 되기도 했다. 오 의원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수행실장을 맡아 활동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같은 당이라 해도 생각이 다름을 용납하지 못하고 상대 당보다 더한 적(敵)으로 규정해 배척하는 정치현실이 두 살배기 딸이 있는 1988년생 소방관 출신 청년정치인이 감내하기에는 너무나 엄혹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오영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날 우리 정치는 상대 진영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오염시키는지를 승패의 잣대로 삼고 있다"며 "국회가 사회적 갈등을 담아 녹여내는 용광로의 역할을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이제는 돌아봐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오로지 진영논리에 기대 상대를 악마화하기에 바쁜 정치현실에 대해 책임있는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결국 아무 것도 바꾸지 못했다"며 "극단의 갈등 속에서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이들을 설득하고 조정해낼 정치적 역량을 결국 내 안에서 찾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일부 '개딸'들은 오 의원이 이러한 이유로 불출마 선언을 한 날까지 오 의원 비난에 열을 올렸다.


'개딸'들이 주로 포진한 것으로 알려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날 "대선 때 오영환 행적이 어땠느냐. 그야말로 수박(개딸들이 민주당을 걱정하는 세력을 가리키는 멸칭) 노릇 톡톡히 했다" "지지자들 의사에 반해 이낙연계 줄타기만 하고 있었으니 재선은 힘들었을 것"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는 "개딸들은 진짜 집요하게 공격하기 때문에 양심 있는 사람들은 민주당에서 버텨내지를 못한다"며 "이상한 사람들만 남게 됐다"고 개탄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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