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다툼 끝낸 스카이72 골프장, 이제 청사진 그린다
입력 2023.02.24 14:57
수정 2023.02.24 14:57
2년 여간 법정 다툼 등 첨예하게 대립하다 극적 합의
골프장 넘겨받은 KX그룹 "4월 재개장 목표로 리모델링"
수도권 최대 규모의 퍼블릭 골프장인 스카이72를 둘러싼 갈등이 2년 여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21일 스카이72 골프장을 운영해오던 스카이72 골프앤 리조트는 인천광역시에 ‘체육시설업 변경등록 신청서’를 제출, 후속 사업자인 KMH 신라레저에 영업 양도 및 양수의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스카이72는 26일까지만 예약을 받고 문을 닫은 다음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간다. 후속 사업자인 KMH 신라레저컨소시움 측은 “인천시에 체육시설업 변경 등록을 접수했다”며 “등록 절차를 밟으면서 골프장 시설과 코스에 대한 개보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전 약속한 대로 기존 스카이72 직원에 대한 전원 고용승계 및 코스 매니저(캐디)들도 계속해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최대 규모이자 황금알을 낳는 골프장
스카이72 골프장 부지는 과거 폐염전, 갯벌, 바위산이 전부였던 곳이다. 이후 인천공항이 들어오면서 약 3년간의 개발 끝에 18홀 짜리 4개 코스(오션코스, 하늘코스, 클래식코스, 레이크코스)로 이뤄진 초대형 골프장으로 변신했다. 골프장 디자인은 또 다른 명품 골프장인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인천 송도 소재)을 설계한 니클라우스 디자인이 맡아 완성도를 더했다.
또한 회원제가 아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으로 운영되다 보니 일반 골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고, 무엇보다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했기 때문에 단숨에 가장 선호하는 골프장으로 떠올랐다.
일반 골퍼뿐만 아니라 국제대회를 치르기에도 손색이 없었다. LPGA 투어, KPGA 코리안 투어 대회가 열렸고 최나연, 전인지, 청야니, 박상현, 배상문 등 내로라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이 이 곳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스카이72는 전국 퍼블릭 골프장 중 매출 1위 자리를 10년 넘게 유지했고 코로나19로 인해 골프 인구가 해외로 나가지 못한 지난 2021년에는 역대 최고인 92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골프장이었다.
인천공항공사 vs 스카이72 갈등, 그리고 이어진 법정 다툼
지금까지 스카이72 골프장을 운영해온 스카이72 골프앤 리조트는 2002년 7월, 인천공항공사와 ‘인천공항 제5활주로 예정 지역 민간 투자 개발 사업 실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스카이72가 5활주로를 건설할 부지에 골프장과 클럽하우스 등을 조성해 운영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협약에 따르면 골프장의 운영 종료일은 5활주로를 건설하기로 한 2020년 12월 31일까지였다.
또한 향후 시설 인계 및 철거 시점에 스카이72가 지상물에 대한 보상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활주로 건설 때 잡음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갈등은 5활주로 건설이 잠정 보류되면서부터다. 2020년 당시 국토교통부는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수요가 급감하자 5활주로 공사 추진을 보류했고, 이에 인천공항공사는 기존 사업자와 계약이 만료된 것으로 보고 새 사업자 물색에 돌입했다. 이때 입찰 공고를 통해 새 운영자로 KMH 신라레저를 선정했다.
스카이72 측은 곧바로 반발에 나섰다. 스카이72는 계약 만료가 5활주로 착공을 전제로 한 것이니 계약기간이 남았다고 맞섰으며, 시설을 다른 업체에 인계하는 것 역시 당초 계약 내용에 없다면서 부당함을 주장했다.
결국 법정 다툼이 벌어졌다. 인천공항공사는 스카이72를 상대로 토지 반환과 소유권 이전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스카이72 또한 골프장 부지를 임차하는 동안 시설에 투자한 비용을 돌려받겠다며 맞소송을 냈다. 이 과정에서 스카이72가 골프장을 점거하며 버텼고, 공사 측도 단수 및 단전 등의 물리력을 동원했다.
재판은 빠르게 진행됐고 1심과 2심 법원은 인천공항공사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 역시 2심까지의 판단을 모두 수긍하고 공사 측의 승소를 확정했다.
그럼에도 스카이72는 후속 운영사 선정과 관련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골프장 부지를 넘겨주지 않겠다며 버티기에 돌입했고, 최근까지도 이용객 예약을 받았다. 결국 법원의 강제집행 명령이 떨어졌고 지난달 인천지법 집행관실 관계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임차인 측 용역업체 직원들이 충돌하는 아찔한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다.
골프장 넘겨받은 KX그룹, 앞으로 어떻게?
강제 집행 절차 후에도 한 달 넘게 대치가 이어지자 결국 후속 사업자인 KX 그룹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KX 레저(전 KMH신라레저 컨소시움)를 소유한 KX 그룹의 최상주 회장은 지난 16일 김영재 스카이72 골프장 대표와 만나 전격 합의에 도달했다. 그로부터 5일 뒤인 지난 21일, KX 레저가 인천시에 체육시설업 변경 등록을 신청했다. 2년 넘게 이어지던 갈등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KX레저는 스카이72 측이 요구했던 골프장의 임차 사업자, 협력업체, 캐디, 직원 등 종사자들의 법적 지위가 적어도 3년간 보장되어야 한다는 조건도 받아들였다. 또한 최대한 빨리 재개장하기 위해 인천광역시가 제시한 후속조치 2개 안 중 체육시설업 ‘등록 취소 및 신규 등록’이 아닌 ‘변경 등록’ 안으로 이행한다.
이에 대해 KX 레저 측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등록 취소 및 신규 등록을 하게 되면 총 80일이 소요되는 반면, 변경 등록 시 20일이면 처리가 된다. 직원들의 경우 월급을 받을 수 있지만 캐디분들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고용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때문에 이런 부분들까지 감안해 최대한 빨리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X 레저는 합의 직후 곧바로 리모델링 작업에 돌입했고 현재 골프장은 철거 및 보수 등을 위해 작업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 관계자는 “4월 재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세부 절차와 관련해서도 진행해야할 부분들이 많지만 골프장 운영에 대한 나름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KX 레저는 1986년 설립된 신라레저를 2015년에 인수했고 현재 신라CC와 파주 CC, 떼제베CC, 파가니카CC, 알펜시아CC 등을 소유 또는 위탁 운영하고 있다. 수도권 최대 규모의 스카이72 골프장까지 운영하게 되면서 그동안의 노하우를 접목, 국내 골프 발전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