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고압선 주변 3m만 보상' 고집…대법 "기준 잘못돼"
입력 2022.12.18 16:18
수정 2022.12.18 16:20
한전, 고압 송전선 인근 땅 주인 보상 시 '최소한도 보상' 관행 고집…'수평 3m' 기준
경기 평택시 임야 992㎡ 보유 A사, 한전 고압선 때문에 땅 활용 못 해…소송 승소
한전 "나머지 보상 의무 없애달라" 역소송 제기
대법원, 한전 승소 원심 파기 "법정 이격거리 부분 보상 의무 있다"
한국전력공사(한전)가 고압 송전선이 지나는 땅 주인에게 보상 시 기존에 활용해온 '수평 3m' 기준을 넘어 건조물 설치가 제한되는 지역을 전부 보상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에 아랑곳하지 않고 송전선으로 재산 피해를 본 주민들에게 '최소한도 보상' 원칙을 유지해 온 한전의 관행에 재차 제동을 건 것이다.
18일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송전선 주변 3m 토지 외 추가적인 보상 의무가 없다고 본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은 경기도 평택시 임야 상공에 설치된 34만 5000볼트(V)짜리 고압 송전선 때문에 시작됐다.
송전선 일대 임야 992㎡(약 300평)를 보유한 업체 A사가 고압선 때문에 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이다.
고압선이 지나는 지역은 고압선과 가까울수록 땅 이용에 제한이 커진다.
고압선으로부터 수평으로 3m 범위에서는 건조물 등 설치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2014년 대법원 판례로 마련된 '법정 이격거리'는 전압에 따라 7.65m나 13.95m 등이 설정된다. 이 영역에는 건조물 설치가 일부 제한된다. 이 밖의 영역에는 건조물 설치가 가능하지만 토지 모양에 따라 사용 영역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A사는 2012년 한전을 상대로 고압 전선 철거와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제기해 '법정 이격거리' 일부가 포함된 송전선 약 7.8m 범위에서 보상받을 수 있다는 확정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한전은 대법원 판례를 무시하고 '수평으로 3m' 토지 상공에 한해 행정당국으로부터 토지 사용 허가를 받은 후 그 범위에서만 손실 보상했다.
이는 한전이 지금까지 활용해온 실무상 보상 기준에 따른 것이다. 한전의 사용권이 없는 땅에 송전선이 지나 문제가 발생했으니, 양쪽 최외측 송전선으로부터 각각 '수평 3m' 영역에 대해서만 토지 소유자와 지상권·임차권 계약을 하거나 손실 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사용권을 얻으면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한전은 일단 양쪽 최외측 송전선으로부터 각각 '수평 3m' 영역 사용권을 확보하고, 보상까지 마친 뒤 A사에 '법정 이격거리' 영역까지 보상할 의무를 없애달라는 역소송을 제기했다.
한전은 1심과 2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한전이 법정 이격거리까지 보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전이 '수평 3m' 영역 상공 사용권은 획득했지만, 법정 이격거리 영역 토지 사용 제한은 그대로여서 이 부분도 보상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대법원 측은 "한전의 실무상 보상기준이 종래 대법원이 인정하던 부당이득 인정 기준에 미달한 상황에서 다수 분쟁이 발생했다"라며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하급심 혼란을 정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