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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하고 확장하고’ 식품‧외식업계, 사업 효율화 작업 속도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2.08.08 07:06
수정 2022.08.05 15:07

이랜드·오뚜기 등 계열사 합종연횡 활발

사업구조 중첩 없애고 신속대응 위한 포석

포스트 코로나 대비 외식 사업도 본격 확장

프랑제리 신촌점ⓒ이랜드그룹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는 식품·외식 기업들이 계열사 합병을 통해 비효율을 제거하는 사업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먹거리 투자를 위해 몸집을 가볍게 하고 사업구조 중첩을 없앰으로서 대내외 불확실성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사업구조 재편 바람…효율성 높이기 위한 계열사 ‘합병 급증’


이랜드그룹은 지난달 29일 이랜드파크의 100% 자회사인 이랜드이츠와 켄싱턴월드를 합병하기로 했다. 애슐리 등 외식사업을 하는 이랜드이츠와 사실상 베이커리(프랑제리) 사업만 남은 켄싱턴월드를 통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합병은 소유구조 개편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성 최적화 차원에서 이뤄졌다. 상반기 운영 중인 프랑제리가 성장 궤도에 진입하자 호텔 내 베이커리에서 한층 영역을 확대해 프리미엄 베이커리 업계의 리딩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오뚜기는 2017년부터 추진해온 지배구조 개편 작업 마무리에 돌입했다. 지난달 18일 계열사인 오뚜기라면지주와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를 흡수 합병한다고 밝혔다. 오뚜기가 이 같은 합병을 단행한 것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그룹의 내부거래·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오뚜기 측은 흡수합병 이유에 대해 "지배구조를 단순하고 투명하게 개선하고, 기업 경쟁력 강화 및 경영합리화 추진을 통한 기업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함"이라며 "연결재무제표상의 매출액 및 영업이익 등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으며,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회사가 되면 운영의 자유도는 떨어지지만, 업무효율성은 오히려 오른다.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과 영업조직의 효율화를 통해 시장을 좀 더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뿐 아니라, 오뚜기가 계열사를 모두 거느리는 형태가 돼 오뚜기라면지주와의 상호출자 관계도 해소된다.


앞서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도 합병했다. 지난 7월 합병법인 롯데제과가 출범, 연 매출 3조7000억원의 국내 2위 종합식품기업이 탄생했다. 두 회사는 이전부터 빙과사업 영역이 겹쳐 비효율이 크다고 판단했고, 생산·물류 인프라를 최적화해 외형과 내실 모두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빙과시장의 급격한 재편과 빙그레의 공세 역시 합병을 부추긴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빙그레는 늘 롯데를 추격해왔다.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통해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고, 빠른 속도로 롯데와의 격차를 좁혀 나가고 있다.


롯데제과가 롯데푸드와 빙과사업을 합병할 경우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44.1%로 껑충 뛴다. 시장에서의 지배력 뿐 아니라 조직과 생산의 일원화로 시장 공략에 집중할 힘이 더욱 막강해질 것으로 롯데는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기업들의 사업구조 재편은 코로나19라는 돌발변수 이후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복합위기 상황이 이어지면서 현 위기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디지털화 등 새로운 분야로 넘어가기 위한 포석인 것이다.


더 키친 일뽀르노 역삼 센터필드점ⓒ매일유업
◇ 포스트 코로나 준비 박차…외식 확장 작업에도 ‘본격화’


식품업계는 최근 합병과 동시에 외식 사업을 확장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본업과 상관없는 분야부터 주력 사업과 밀접히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작업까지, 빠르게 변하는 외식 트렌드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오비맥주는 외식사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다. 오비맥주가 벨기에 전통 음식과 자사 맥주 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아를 경험할 수 있는 레스토랑 ‘프리츠 아르투아’를 오는 1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신규 매장으로 재오픈한다.


이번 매장 오픈은 버드와이저, 스텔라 아르투아, 호가든 등 세계적인 맥주 브랜드를 갖고 있는 오비맥주가 글로벌 식문화를 내세워 본격적으로 소비자 경험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지난해 10월 선보인 팝업 레스토랑의 인기에 힘입어 정식 오픈을 서두르게 됐다.


오비맥주는 구스아일랜드 브랜드의 외식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오비맥주는 수제맥주 전문점 ‘구스아일랜드’의 가맹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오비맥주의 자회사 제트엑스벤처스는 가맹사업을 위한 정보공개서를 지난 4월 초 신규 등록한 바 있기도 하다.


매일유업 역시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 키친 일뽀르노’를 통해 외식사업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매일홀딩스는 오는 9일 외식전문기업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 키친 일뽀르노’를 역삼 센터필드에 오픈한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이번 역삼 센터필드점은 더 키친 일뽀르노로 간판을 바꾼 후 처음으로 문을 여는 신규 매장이다. 와인과 페어링하기 좋은 정통 나폴리 스타일의 프리미엄 다이닝 메뉴를 선보인다. 런치타임에는 나폴리 요리를 보다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도록 뷔페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매일유업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출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매일유업은 2009년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를 론칭한 후 12여 년 만인 지난해 3월 전 점포 영업을 종료했다. 기존 매장 모두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더 키친 일뽀르노로 전환했다.


매일유업은 외식사업에 공들여 왔다. 매일유업은 2013년 6월 '폴 바셋' 외식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엠즈씨드'를 설립했다. 한때 10개에 달하는 외식브랜드를 운영했으나 현재는 '폴 바셋'과 중식 브랜드 '크리스탈제이드', '더 키친 일뽀르노' 등 3개 브랜드만 남았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아직 코로나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나 점차적으로 회복세에 있어 외식 수요를 선점 하고자 한다”며 “13년간 살바토레 쿠오모 라는 브랜드를 운영해 오면서 메뉴, 운영 역량 등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롭게 론칭한 브랜드인 만큼 새로운 브랜드의 고객인지를 확대하고 알리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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