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농사직썰㊶] 비만 예방에 탁월…올해 다이어트는 ‘발효식초’와 함께
입력 2022.07.21 06:30
수정 2022.07.20 16:42
옻・복분자 등 확장성 뛰어나
전북 고창, 식초문화도시로 발돋움
대학・연구소와 효능 구명도 끝마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흔히 발효식품하면 장류, 주류, 빵류, 요거트, 젓갈 등을 생각하게 되지. 음식으로 확대하면 김치가 대표적인 발효식품으로 꼽혀. 식초 역시 발효식품 중 하나야. 그런데 식초는 술, 즉 알코올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만들어지는데, 그동안 조미료 개념으로 사용된 탓에 발효식품이라는 인식이 부족했어. 이런 식초가 비만 등 대사질환을 감소시켜 성인병 예방에 탁월하다는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 되면서 소비자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거야. 앞으로 발효식초 시장이 무한한 확장성과 함께 비상하길 기대할게.”
최근 소비 문화는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음료시장도 로하스(LOHAS), 웰빙(well-being)을 지나 힐링(Healing) 시대에 건강을 생각하는 기능성 음료로 전환되는 추세다.
이 가운데 식초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건강 기능성이 알려지고 소비자 인식이 건강기능을 증진시키는 기능성 음료로 변화 중이다. 특히 발효식초(곡류, 과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음용 식초로는 감, 사과, 레몬, 석류, 포도, 파인애플, 머루, 복분자, 오미자 등을 사용한 과실식초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발효식초는 음용 시장에 이어 발 빠른 시장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역 농・특산물과 국산 발효종균을 활용한 프리미엄 발효식초나 유기농 원료 및 첨가물이 없는 건강한 기능성 식초가 대표적이다. 단순히 조미료 개념으로 쓰이던 식초가 발효식품이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국민 건강 기능성 개선을 위해 고급화 및 다양화되고 있는 것이다.
◆건강과 몸매를 모두 잡은 팔방미인
발효식초 초산은 젖산을 분해해 피로를 해소하고 지방을 분해해 비만을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구연산을 비롯한 다양한 유기산과 비타민, 미네랄 등은 인체 면역력 증강, 콜레스테롤 억제, 혈압강하 등 생활 습관병인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이밖에 소화 흡수촉진, 항산화 활성, 충치 예방, 노화방지, 당뇨병 예방 등 생리활성 기능이 구명되고 있다. 또한 방탄조끼, 인공피부, 고음질 스피커 진동판, 증량제, 식이섬유 및 화장품 등 산업적 소재에도 활용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여수환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관은 “최근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등에서도 식초가 다이어트 및 미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인기를 얻는 분위기”라며 “산도와 당도는 낮추고 마시기 쉬운 음료에 가까운 제품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식품산업 통계정보에 따르면 세계 식초 시장은 이탈리아 발사믹 식초, 중국 곡류식초, 일본 흑미식초, 미국 사과식초 등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탈리아 발사믹 식초는 세계 식초 시장의 34%를 차지할 정도로 유명하다.
최근 중국은 소비자들이 식초를 건강식품으로 인식함에 따라 연평균 식초 시장이 3.1%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또 일본은 식초 건강기능성에 대한 홍보와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종류의 식초 제품 마케팅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중국에 수출하기 위한 식초 제품을 꾸준히 개발 중이다. 이같은 개발에 힘입어 발효식초 수출액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195만 달러에서 1026만 달러로 약 5.3배 증가했다. 수출량은 1027t에서 5954t으로 약 5.8배 늘었다.
K뷰티 열풍이 확산 되면서 미용과 다이어트용으로 음용식초 수출이 늘어났으며 일본, 미국, 중국 3개국에 수출되는 양이 전체의 83.4%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식품연구원이 조사한 식초 소매시장 규모는 음용식초 시장 규모가 52.4% 에서 38.0%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2014년 1029억원에서 2017년 944억원으로 8.3% 줄었다.
반면 조미식초는 2014년 490억원에서 2017년 585억원으로 19.5% 증가했는데 이는 조미식초가 피로 회복, 살균 제, 세척제, 초밥용, 피부미용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으로 내다봤다.
한국식품연구원은 “발효식초 소비시장 제품은 주로 다이어트 및 이너뷰티 목적의 웰빙 자연발효식초로 곡류뿐만 아니라 과실류인 감, 파인애플, 사과, 석류, 복분자, 블루베리 등을 발효해 제조한 음용식초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농진청, 발효식초 효과 구명으로 신뢰성 업그레이드
농진청은 발효식초 시장의 시작점이다. 발효식초에 대한 효과를 구명해 관련 시장에서 신뢰성을 얻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2016년에는 농진청이 개발한 발효식초인 무독화 옻 식초와 복분자 식초가 비만 예방과 뼈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효능을 입증했다.
건국대학교, 경희대학교와 공동으로 동물실험에서 구명한 항비만 효과 실험결과를 보면 비만한 쥐를 대상으로 9주 동안 발효식초를 먹인 쥐는 먹이지 않은 쥐에 비해 몸무게가 6%~7%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총콜레스테롤 함량도 12%~31% 가량 감소했으며, 쥐 분변 속의 지방 함량은 75%~89% 정도 증가했다. 특히 발효식초를 먹인 쥐 체내 대사물질을 분석한 결과 비만 예방에 효과가 있는 글루크로나이드(glucuronide), 리소포스파티딜콜린(Lyso-phosphatidylcholine), 자일로스(xylose), 글라이신(glycine) 등이 많이 분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뼈 건강 효과 실험에서는 성장기 쥐를 대상으로 8주 동안 발효식초를 먹인 쥐의 경골 길이(38.2mm)가 먹이지 않은 쥐(35.9mm)에 비해 유의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칼슘을 먹인 쥐(37.3mm)와 칼슘 보조제를 먹인 쥐(37.5mm)보다도 경골 성장이 높았다.
또 폐경기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파골세포 형성에 필요한 물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을 비교에서는 발효식초를 먹인 쥐의 사이토카인 함량(34.6pg/ml)이 먹이지 않은 쥐(28.3pg/ml) 보다 높게 나타났다.
여 연구관은 “최근 영양 불균형으로 고도 비만이나 골다공증성 골절 등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앞으로 발효식초가 비만 예방과 뼈 건강 개선에 유용한 식품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비만과 염증 잡는 ‘꾸지뽕 식초’ 역시 2020년 농진청이 개발 후 광주대‧전북대와 함께 효과를 구명한 사례로 꼽힌다. 농가 소득 작목인 꾸지뽕을 활용해 상품성을 높인 꾸지뽕 식초를 개발하고 세계 최초로 항염증과 체지방 개선 효과를 구명한 것이다.
꾸지뽕(Cudrania tricuspidata)은 뽕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성 교목이다. 9∼10월에 수확하는 2∼3cm 정도 붉은 열매는 만져보면 끈적거리고 단맛이 난다. 예로부터 당뇨, 고혈압, 여성 질환 등 민간치료제로 사용됐다. 최근 꾸지뽕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국 재배면적은 500ha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재배 농가 소득증대와 안정적 소비 촉진을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제품 다양화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꾸지뽕 식초는 향기와 산 생성 능력이 우수한 발효 종균을 발굴하고 발효 온도·기간 등 제조 조건을 최적화해 만들어졌다.
꾸지뽕 착즙액으로 발효주를 만든 후 씨초인 초산균을 넣고 발효시키면 산도 7% 이상 꾸지뽕 식초가 완성된다. 기존 전통발효와 달리 발효 기간을 2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해 좋지 않은 맛과 향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세포·동물실험에서 꾸지뽕 식초를 지방세포에 처리한 결과 지방 축적은 최대 46%, 혈중 지방 성분(트리글리세리드) 함량은 최대 36% 줄어 꾸지뽕 식초가 지방세포의 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 염증 유발인자(TNF-α, MCP-1)가 최대 28% 줄어 염증 반응 관련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꾸지뽕 식초를 먹인 비만 쥐의 체중 증가율은 미처리 쥐보다 55% 줄었다. 이는 시중에 판매되는 지질강화 치료제(fenofibrate)와 체지방 감소 개별인정 소재(발효식초석류복합물)보다 각각 37%, 8% 이상 체중 증가를 억제한 수치다.
꾸지뽕 식초를 먹은 쥐의 간 무게는 먹지 않은 쥐보다 47% 줄었으며, 간 내 지질 축적은 먹은 쥐가 먹지 않은 쥐보다 30% 감소했다.
이와 함께 꾸지뽕 식초를 먹은 쥐는 먹지 않은 쥐보다 혈청 콜레스테롤 17%, 중성지방 70%, 혈당 19%, 인슐린 78% 줄어 체지방 감소에 효과가 있었다. 동맥경화지수 20%, 동맥경화상관계수 97%, 심장위험지수 25%, 관상동맥지수 82% 줄어 대사증후군과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식초문화도시 천명한 고창군의 ‘식초사랑’
복분자의 고장 전북 고창군은 신사업으로 ‘식초’를 선택했다.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은 2019년 고창에 식초제조 기술을 이전하고 씨초를 증정하는 등 ‘고창 식초문화도시’ 조성을 지원했다.
씨초는 발효식초를 제조할 때 사용하는 초산균을 배양한 것으로 ‘종초’라고도 불린다. 국립농업과학원에서 개발한 국산 씨초와 식초는 지역 농・특산물인 곡류와 과일로 만들었다. 전통 발효식초보다 초산 생성은 1.5∼2배 잘 되고 신경전달물질 가바(GABA)와 유리아미노산이 풍부하고 과일향이 나며, 비만 예방과 뼈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농진청 기술이전으로 고창군은 2019년 11월 1일 식초문화도시를 선포했다. 당시 고창군은 향후 모든 군민이 식초를 만들 줄 알고, 마시는 문화를 만들어 천년을 이어 갈 식초 성지를 만들어 가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와 함께 세계 4대 명초 반열에 오르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이후 고창군은 식초 전문교육과정인 ‘식초문화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한 천연 발효식초 제조와 활용, 상품화, 발효식초 전문인을 양성 중이다. 2020년 기준 159명 학생이 기본반, 응용반, 상품화반 이론과 실습교육으로 지역 농・특산물(복분자, 흑보리 등)을 활용한 발효식초 제조법에 대한 전문지식을 배우고 있다.
또 순천향대 PMC(Probiotics Microbiome Convergence Center)와 식초산업 발전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기획과 과학화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식순천향대 PMC는 식초에서 유래한 유용균주를 발굴하고 균주 총유전체 분석 등 과학화를 관련 산업에 접목해 식초산업 활성화와 산업화를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자연발효식초 샘플 100개를 수집해 메타지노믹스 분석과 기능성 균주 발굴, 유전체 분석을 진행 중이다.
여 연구관은 “국립농업과학원에서 개발한 기술이 청정도시 고창의 농산물과 만나 식초문화산업을 이끄는 기반이 될 수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 농・특산물에 발효가공 기술을 결합해 농업 변화와 소비 확산을 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7월 28일 [新농사직썰㊷]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