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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이게 15세야?”…쏟아지는 자극 속 모호해진 ‘방송 등급’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6.30 14:06
수정 2022.06.30 14:44

“결국 방송사 책임감이 중요, 사후 제재 강화는 쉽지 않은 문제”

19금 해외 연애 예능 ‘투핫’의 한국판을 표방한 ‘에덴’이 낯 뜨거운 장면들을 연출하며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에덴’이 15세 관람가로 시청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첫 방송을 시작한 iHQ 예능프로그램 ‘에덴’은 에덴 하우스를 찾은 남녀가 자신의 짝을 찾는 과정을 관찰하는 연애 예능이다. 모든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생물학적인 끌림만으로 서로를 탐색하는 가운데, 추후 사회학적인 조건이 공개되면서 펼쳐지는 심리전을 담는 프로그램이다.


첫 방송에서는 수영복을 입은 남녀가 해변가에 등장해 서로를 탐색하며 게임을 즐겼다. 이 과정에서 다소 과감한 스킨십도 이뤄졌고, 방송은 이를 거듭 부각하면서 ‘에덴’의 파격을 강조했다. 민망한 장면들이 이어지는 이 프로그램이 15세 관람가라는 사실에 시청자들은 의아함을 표했다.


제작발표회 당시 차별점으로 언급한 출연자들의 혼숙 배드 데이트 역시도 ‘에덴’이 선정적이라고 지적받는 이유가 되고 있다. 앞선 방송에서는 첫 미션 우승자가 된 여성 출연자가 ‘침대 배정권’이라는 베네핏을 부여받았고, 제작진은 숙소 각 방의 정원은 2~3명이며 반드시 이성이 함께 방에 배정돼야 한다는 규칙을 설명했었다.


한 남성 출연자가 “불편했다. 너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것 같았다”라고 강한 불만을 표출할 만큼 파격적인 설정이었지만, 이 역시도 15세 이상의 시청자라면 누구나 시청할 수 있었다.


각 방송사는 물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들까지 콘텐츠를 쏟아내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에덴’은 이별을 고민 중인 커플들이 모여 짝을 바꿔 데이트하는 ‘체인지 데이즈’ 시리즈, 청춘 남녀가 외딴섬에 모여 솔직하고 화끈한 데이트를 하는 ‘솔로지옥’ 등 새로운 콘셉트의 연애 예능이 쏟아지는 가운데, 후발주자로 출발한 프로그램이었다. 이에 ‘에덴’ 역시도 이목을 끌기 위한 방편으로 혼숙 배드 데이트를 내세운 것이지만, 방송 등급과 시청자 인식 간의 괴리가 컸던 것이다.


드라마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방송 중인 tvN 드라마 ‘이브’는 정사신 등 파격 장면들을 소화하기 위해 일부 회차를 19세 관람가로 송출했지만, 15세 관람가로 등급이 바뀌었을 때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질 성형을 언급하고, 자해하는 등의 장면들이 15세 관람가로 송출이 되면서 ‘이걸 청소년이 봐도 되는 것이냐?’는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사를 받는 영화와 달리, 방송 프로그램은 내부에서 자체 심사를 거쳐 시청 등급을 결정하게 된다. 주제, 폭력성, 선정성, 모방 위험 등을 고려해 등급을 결정하게 된다. 이후 방심위가 사후 심의를 통해 제재 여부를 가리게 되는데, 이에 각 방송가들이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19세 관람가보다 15세 관람가가 유리한 부분들이 있다. 19세 관람가로 송출이 되면 송출 가능 시간대의 폭도 좁아지고 광고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15세 관람가로 편성을 하는 것도 나름의 전략일 수 있는데, 물론 그 경우 기준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라며 “방송 프로그램은 자체 심사를 거치기 때문에 결국 방송사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방심위의 사후 제재를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그렇게 되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어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각종 OTT를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는 것이 가능해진 현재, 방송 프로그램에도 표현의 자율성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선정성, 자극성 문제가 아니더라도 불필요하게 브랜드명이나 상품명을 가려야 하는, 일부 비효율적인 부분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OTT는 방심위 규정이 아니라 영화처럼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전 분류를 거치게 되는데, 그들 역시도 이것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듯 변화가 생겼는데 과거의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채널들이 현재 자극성을 위해 도를 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대다수의 채널들은 자체적으로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 변화가 필요한 시기인데 이를 위해서는 각 채널들이 더욱 양심적으로 하는 것 밖엔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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