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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전문가 사칭’ 방치한 방송가, 출연자 검증 시스템 믿어도 될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06.15 14:03
수정 2022.06.15 10:04

방송사들 논란 이후 흔적 지우기에만 급급

전문가 섭외하면서 기초적인 '자격 확인'도 없어

공인중개사 사칭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박종복씨를 출연시켰던 예능 프로그램들의 제작진이 관련 콘텐츠를 삭제하며 발 빠르게 논란과 ‘손절’하고 있다. 그러나 영상을 삭제하는 것만으로 제작진을 향한 책임론을 잠재우긴 어려워 보인다.


ⓒMBC

박씨는 그간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자본주의학교’, SBS ‘집사부일체’, MBC ‘라디오스타’ 등 여러 유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공인중개사 자격을 갖춘 전문가로서 활약했다. 이 과정에서 서장훈, 송혜교, 소지섭, 이종섭, 한효주 등이 자신의 고객이라고 소개했고, 일부 고객들의 자산을 6조까지 불려줬다고 말했다. 또 자신은 건물 7채를 보유한 약 500억원대 자산가라고 강조했다. 한 방송에선 ‘공인중개사 10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그는 서울 강남구 소재 부동산중개법인의 중개보조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달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한 회원이 국토교통부에 관련 민원을 제기했고, 협회에도 자격 확인 요청을 하면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사건은 서울 강남구로 이첩 후 조사가 진행됐으며, 최근 강남구청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공인중개사가 아닌 사람은 공인중개사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할 수 없고, 공인중개사로서 부동산 중개업 개설 등록을 하지 않은 자는 중개 행위를 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그를 출연시킨 예능 프로그램들은 “박씨가 출연한 영상은 삭제할 예정”이라며 황급히 논란에서 거리를 뒀다. 하지만 출연진을 철저히 검증하지 않고 방송에서 ‘전문가’ 타이틀을 부여한 방송사의 고질적 문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앞서 비연예인을 출연시킨 몇몇 프로그램이 출연진의 과거나 사생활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방송사들은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거치지만, 개인의 과거를 100% 알 순 없다”는 말로 회피해왔다.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출연진이 작정하고 자신의 과거를 속이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박씨의 경우는 다르다. ‘전문가’라는 직업적 타이틀을 달고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방송가에서 각종 전문가들이 활약하는 건, 그만큼 시청자들의 그들의 말에 공감하고 신뢰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향력이 큰 전문가를 기용할 땐 직업 확인, 평판 조회 등 자격 문제가 기초 중에 기초다.


박씨와 같은 사례도 있었다. 과거 ‘청담동 주식부자’ ‘청담동 백만장자’로 소개된 이희진씨는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 투자전문가로 출연했고, 방송사들은 그의 재테크 방법은 물론 화려한 일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씨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주장이 잇따랐고, 결국 그는 주식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같은 사례들은 방송 관계자들이 비연예인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검증 시스템’을 거친다는 관계자들의 말에 대한 의구심까지 키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방송사는 그들이 가진 영향력에 따른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 논란 이후 발 빼기 식의 대처가 아닌, 대중에게 선보일 출연진에 대한 철저한 검증 과정으로 제작진의 책임을 다해야 할 때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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