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ICK] 지금껏 보지 못한, 또 다른 서현진
입력 2022.06.14 09:34
수정 2022.06.13 22:34
드라마,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흥행 요소 중 하나는 단연 ‘케미’다. 배우들 중에서도 유독 상대 배우와 케미가 좋은 이들이 있다. 그중에 소위 ‘탑급’으로 불리는 배우는 서현진이다. “성별과 관계없이 상대 배우가 누구든 캐릭터가 어떻던 케미가 좋다”는 평이 나오고, 오죽하면 ‘뷰티인사이드’ 출연 당시에는 낑깡이(극중 서현진의 반려견), 심지어 여러 작품에서 소품으로 쓰인 ‘자전거’와도 케미가 돋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케미’는 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서현진이 이 같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해당 장르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보여준 현실적인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연기하면서다. 그래서인지 짠내 나는데, 러블리한 캐릭터가 서현진의 주무기가 됐다. 대표적으로 ‘뷰티인사이드’ ‘식샤를 합시다2’ ‘또 오해영’ 등이 그 대표작이다.
그런데 최근 서현진은 지금껏 보여주지 않은, 또 다른 서현진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1일 개봉한 영화 ‘카시오페아’와 지난 3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SBS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를 통해 그는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서는 넓은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영화 ‘카시오페아’에서는 능력 있는 변호사에서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극단적인 삶의 주인공 ‘박수진’을, ‘왜 오수재인가’에서는 ‘살기 위해, 가장 위에서, 더 독하게’ 성공만을 좇다 속이 텅 비어버린 차가운 변호사 ‘오수재’를 연기한다. 두 작품 모두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서현진은 같은 사람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캐릭터들을 소화해낸다. 특히 ‘왜 오수재인가’에서는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칼 같은 눈빛과 탄탄한 발성, 어떤 것에도 주눅 들지 않는 곧고 당당한 기세로 오수재라는 캐릭터를 더 돋보이게 한다.
서현진이 믿고 보는 배우가 된 건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은 아니다. 아이돌 그룹 밀크로 데뷔한 그는 배우로 전향한 이후에도 무명 생활이 꽤 긴 편이다.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 등에서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서서히 입지를 다져오다가 MBC ‘신들의 만찬’에서 주인공 성유리의 라이벌 하인주 역을 맡게 되면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2016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또 오해영’의 주인공 오해영 역을 맡아 열연하면서 본격적인 주연급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성장했고 ‘식샤를 합시다2’ ‘낭만닥터 김사부’ ‘사랑의 온도’ ‘뷰티인사이드’ 등 맡는 작품마다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이번 두 작품에 앞서 ‘블랙독’으로도 한 차례 연기 변신에 성공하기도 했다.
서현진이 결이 다른 수많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매번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데, 이는 그의 캐릭터 해석력이 워낙 특출나기 때문이다. 서현진은 배우들 중에서도 단연 탑급인 딕션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대사를 통해 캐릭터의 성격, 감정 등을 모두 담아내면서 시청자들이 극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캐릭터의 성격과 특성을 잘 해석하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서현진은 작가가 의도한 캐릭터의 성격과 설정을 완벽하게 꿰뚫는다. 캐릭터를 완벽히 이해하고 전달하는 수단인 딕션, 발성, 감정까지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어 어떤 캐릭터를 던져놔도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서현진이 맡는 캐릭터마다 ‘찰떡’이라는 평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