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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95)] 박창근 “몸부림치던 지난날, ‘국민가수’ 이후 확 달라졌죠”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04.07 08:14
수정 2022.04.08 01:52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서 최종 우승 차지

가수 박창근은 자신의 과거를 ‘몸부림치던 날들’이라고 정의한다. 어떤 상황에도 안주하지 못한 갈증과 방황, 그리고 무언가를 향한 갈구와 깨달음 등의 감정이 꾸준히 요동쳐 온 지난날이었다.


하지만 그는 음악에 대한 꿈을 끝까지 놓지 않았고, 그런 꾸준함은 우연히 온 결정적인 기회를 받아들일 수 있는 바탕이 됐다. 그에게 온 기회는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의 출연이었다. 진정성 있는 박창근의 노래는, 세대를 불문한 대중의 마음을 울렸다. 또 그의 노래에 반응한 대중들의 응원으로, 그는 또 다시 노래할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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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보다 바쁜 생활을 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근황 먼저 들려주세요.


스핀오프라고하죠. 경연이 끝나고 이어지는 방송프로그램 두개를 이어가다 하나는 일단락됐고요. 주말은 국민가수 순회콘서트가 이어지고있습니다. 인터뷰, 라디오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팬들이 주신 글이나 선물확인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웃음).


-‘내일은 국민가수’에 출연하면서 젊은 층들에게도 이름을 알리게 됐어요.


이런 방송이 있으니 출연 한 번 해보면 어떻겠냐는 소식을 듣고 많이 망설였어요. 오디션 프로그램은 출연을 생각하긴 커녕, 프로그램 자체를 잘 보지도 않았거든요. ‘누군가의 음악적 색깔에 어떻게 점수를 매기고 등수를 매긴단 말인가’라는 생각이었죠. 한 달 정도 뛰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지금의 나의 상황도 다시 깨닫고요. 또 하나 큰 목적이 생긴 건 그동안 서울에서 혼자 있을 큰아들의 벌이 걱정, 사는 걱정을 해왔을 어머니께 잘 있다는 모습을 한번 방송으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마침 방송이 나갈 즈음이 어머니생신이기도 했고요. 특별한선물이 될 수 있겠다 싶었죠.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을 텐데요.


매순간 힘들고 어색하고, 그러면서도 노래를 밤새워 어렵게 준비해서 부르는 순간엔 짧게나마 행복하기도 했고요. 노래를 동료들과 함께 만들면서 동생들과 정도 들었어요. 그런데 경연인 만큼 또 평가받고 마음 아파야했던 게 가장 힘들었고요.


-예선전에서 김광석의 ‘그날들’ 무대는 정말 감동적이었는데요. 더구나 이 무대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죠.


김광석 노래는 제가 해왔던 포크 음악을 보여주는데 있어서 가장 적합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간주 브리지 때 즉흥으로 휘파람을 만들어 불렀는데 그때 불이 다 켜졌다더라고요. 전 모르고 소리가 들리길래 좀 멋쩍어했었고, ‘그냥 한번 모습을 보여주고 가자’는 임무를 마쳤구나 라는 생각이었어요.


-무엇보다 최종 순위 문자투표 결과가 놀라웠어요.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건, 그만큼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거잖아요.


경연 중 인터뷰를 할 때면 ‘국민들 중에는 나와 같은, 그러니까 현재의 방송이나 매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로는 갈증이 해소되지 않아 마음을 두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들에게 나의노래는 좀 다르게 다가갈 수 있고, 그들의 소외된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수가 얼마나 되든지…’라고 말해왔어요. 그런데 경연 마지막, 결승 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 거죠. 저와 같은 마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는 느낌에 너무 벅찼어요. 그러나 그 마음을 다 표현할 순 없었어요. (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컸으니까요. 지나온 고뇌의 시간들이 그저 필름처럼 돌아갔던 것 같아요.


-매번 경연곡을 선곡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아요. 곡을 선정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기준이 있었나요?


제작진의 조언도 중요했어요. 배운 것도 많았고요. 내가 부르면서 감동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소수의 마니아 팬들뿐 아니라 많은 대중이 납득이 가는, 마음을 울리는 노래를 선곡해야한다는 것이 저의 선곡 기준이었어요.


-경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심사위원의 반응, 혹은 평가가 있다면?


김범수 님은 가수의 디테일한 부분을 정말 잘 파악하고 말씀을 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인지 거의 모든 평가와 감사한 말들이 모두 기억에 남아요. 때론 박선주님의 날카로운 지적도 저의 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됐고요.


-방송 출연 전후로, 가장 달라진 점이라면?


아무래도 팬들이 많이 늘었다는 점이죠(웃음). 팬 카페도 생겼고, 알아보시는 분들도 많고요. 없앨까 고민하던 개인 홈페이지는 너무 많은 이들이 접속해서 트래픽 용량을 올려도 닫히기를 반복했을 정도였어요. 한때는 밤 12시 리셋 될 때만 문이 열려 ‘근데렐라’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하고, 그것을 즐기는 팬들도 생겼고요. 하하. 지금은 트래픽 용량을 더 올렸습니다(웃음).


-최근엔 새 앨범도 냈죠. 그간의 음악활동을 결산한 ‘베스트’ 앨범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클 것 같아요.


유통사인 미러볼뮤직의 도움으로 제작될 수 있었어요. 제 곡들이 모두 소중해서 스스로 선곡하긴 어려웠거든요. 미러볼뮤직 이창희 대표가 도움을 많이 줬어요. 욕심을 버리고 편하게, 어느 때라도 들을 수 있는 리스트가 선곡 기준이 된 것 같아요. 리마스터링으로 듣기에 조금 친절해진 부분도 있고요. 이 노래들에는 저의 아프고 고독했고, 홀로 고뇌하면서 버텨왔던 그 시간들 속의 생각과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CD가 나올 때 혼자 눈물 찔끔 거릴 것 같네요(웃음).


-이 앨범을 통해 대중들이 어떤 메시지를 얻길 바라시나요?


저마다 어떻게 받아 안을지는 그들만이 알겠죠. 개인적으로 그게 궁금하기도 하고요.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나이를 떠나 꿈꿀 수 있고 감성이 살아있는 소녀로, 하늘의 구름과 거리의 꽃이 평범하게 보이지 않는 설렘과 감동으로 주변이 새롭게 보일 수 있는 마음이 이 음반을 통해 생겨나길 바랍니다.


-지나간 곡들을 다시 듣고, 담아내면서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을 것도 같은데요.


제 지난날은, ‘몸부림’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도 안주하지 못하고 갈증과 방황, 어딘가를 향한 갈구. 그리고 깨달음, 또 다시 번뇌…. 생각해보니 꾸준히 요동쳐온 마음의 파도가 느껴지네요.


-지난날을 이야기한 김에, 처음 음악을 시작했던 시절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그냥 마음에 다가오는 노래가 있었고 부르고 싶단 마음이 일었던 것 같아요. 4~5살 때 이모가 테이프에 녹음해놓은 내 목소리를 가끔 들어보기도 하는데 유년에서부터 그저 스며들 듯이 노래를 했던 것 같아요. 이후 노래패를 선배들의 권유로 들어가게 되면서 학과공부보단 노래에 더 빠졌었는데, 어느 날 동료 노래패 친구가 하교 길에 버스정류장에서 ‘너는 정말 노래하면서 살아도 될 것 같다’는 말을 해줬어요. 그 말이 직업으로서의 노래를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됐죠. 그때 즈음 정태춘의 노랫말이 마음에 와 닿았고, 이 같은 감동적인 노래들을 접하면서 ‘나도 이렇게 노래를 하면서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가수를 업으로 삼고 난 이후엔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현생은 빈센트처럼 생을 마감하겠다고 다짐했었어요. 그에 비하면 나는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위안했었죠. 사실 40대 중후반쯤, ‘이젠 그만둬야 하나’ 생각한 적이 있어요. 정신이 많이 아팠던 시기죠. 주위 지인들에게 ‘떡볶이가게는 얼마면 할 수 있냐’ ‘커피집은 얼마가 필요하냐’ 묻기도 했어요. 그런데 기타와 노래를 멈춘다는 것이 공포스러웠어요. 또 웃긴 건 만약 음악을 멈춘다면 이 길로는 오줌도 안 누리라 하는 냉소적 감정도 동시에 있었고요. 그런데 세상에는 말려도 하게 되는, 어떤 상황에서도 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중에 한 명이 바로 저고요.


-20여년간 가수로 활동하면서 가수로서 변하지 않은 한 가지가 있다면?


창작자는 스스로에게 솔직해야하고 내가 아닌 모습으로의 포장은 할 수 없다는 것.


-스스로 생각하는 ‘가수 박창근’의 매력 포인트는?


무대에서나, 노래를 만들 때나 내가 아닌 모습으로 해본 적이 없어요. 때론 실제와 무대의 모습이 너무 똑같아서 신비로움이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을 정도였죠. 모자라고 허당끼있고 어눌하지만 그 깊이의 맛에 빠지면 나올 수 없는 늪과 같은? 하하.


-대중들에게 어떤 가수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나의 삶의 역사를 보듬어주는 노래를 했던 가수.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해나갈지도 궁금해요.


아직은 완전히 자유로운 몸이 아니라 개인 뜻에 따른 활동은 조금 어렵지만, 얼마 후 조금 더 개인에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그동안 뜻하고 생각했던 일들을 계획하게 될 것 같아요. 창작활동은 물론, 우리의 주변이 좀 더 좋아질 수 있는 방향으로의 노력도 하나의숙제가 될 것 같고요. 조금 더 건강해져서 많은 이들에게 위로의 노래를 들려주고 언제나 그들이 소녀와 소년 같은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괜찮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다 가는 것이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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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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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되어내리네 2022.04.08  02:52
    박창근 국민가수 언제나 믿고듣는 내가수님  목소리 너무너무 감동이구요. 노래로 날마다 힐링받고 있습니다.언제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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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미소다 2022.04.09  10:45
    깊은 감성 가득한 곡 들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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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미충남 2022.04.08  03:47
    박창근님 진솔한 인터뷰에 다시또 감동이네요 각박한 현실 가운데 순수함을 유지하는데 쉽지 않다는걸 알고있지요 박창근님을 통해 소녀로 돌아가고 있는 1인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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