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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81)] ‘지킬앤하이드’ 장진수의 꿈은 현실이 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04.01 15:35 수정 2022.04.01 15:35

‘지킬앤하이드’ 앙상블로 참여

5월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오디컴퍼니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1886)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독일, 스웨덴, 일본, 체코, 폴란드, 이탈리아, 한국 등 세계 10개국 이상의 국가에서 공연되며 월드클래스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초연 이후 누적 회차 1500회, 평균 객석 점유율 95% 등의 기록을 남기며 국내 뮤지컬 역사상 압도적인 흥행작으로 꼽히고 있다.


때문에 ‘지킬앤하이드’는 뮤지컬 배우라면 누구나 출연하고 싶어 하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뮤지컬 배우 장진수 역시 그랬다. 배우의 꿈을 꾸게 해준 작품이자, 꿈의 무대였다. 그리고 지금 당당히 ‘지킬앤하이드’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지킬앤하이드’라는 꿈의 무대를 현실로 만든 것처럼 장진수는 도전에 머뭇거림이 없다. ‘경험’을 통해 차근차근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도전 정신이 바탕이 됐다.


-처음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된 게 언제부터인가요?


정말 우연치 않은 계기였어요. 제가 스트릿댄스 전공으로 예고를 다니고 있었는데 2학년이 되면서 보컬전공인 친구와 연기전공이었던 친구 둘이 전공시간을 맞춰서 같이 놀자는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래서 뮤지컬 전공으로 바꿔서 처음 이 장르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 후에 매력을 느껴 대학교도 뮤지컬 전공으로 진학을 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하고 있게 되었습니다.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된 계기는요?


예고에서 2학년 때 처음으로 뮤지컬 ‘렌트’라는 작품을 하게 되었는데 그 때 받았던 박수가 아직도 잊혀 지지가 않아요. 열심히 연습해서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는 순간이 그렇게 행복한줄 몰랐던 터라 더 크게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또 ‘페임’이라는 공연을 하며 조금 더 공부하고 고민을 하고 무대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하면서 뮤지컬의 매력을 더 알게 된 것 같아요. 이후에 대학에 진학하고 뮤지컬을 더 알아가면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더 뚜렷해졌고요.


-뮤지컬 배우가 되기까지, 준비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준비 과정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노래, 연기, 춤을 갈고 닦으며 연습하는 과정인데요. 저는 그 자체로 늘 재밌었던 것 같아요. 대학교 졸업공연을 하고 난 후에 외부 뮤지컬의 오디션을 볼 때마다 늘 최종에서 떨어지는 때가 있었죠. 정신적으로 힘들고 고민도 많았을 시기인데 그때도 ‘1차가 아니라 최종에서 떨어지는 거면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오히려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하신 순간들이 있다면?


저는 뮤지컬을 하면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감정이 들 때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첫 상견례에서 이 작품을 시작하기 위해 모여서 서로 인사하고 리딩을 하는 순간의 설렘, 첫 공연 시작 전 두근거림, 무대에 섰을 때의 긴장감과 희열 등 뮤지컬을 하다 보면 설레는 순간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뮤지컬을 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2018년 ‘삼총사’로 데뷔하셨죠.


사실 첫 무대를 섰을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저 열심히 준비한 공연을 무대에서 실수 없이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죠. 그리고 1~2주쯤 지나니까 조금씩 익숙해지고, 그때부터 재밌게 즐기면서 했던 기억이 있네요(웃음).


-데뷔 당시와 지금,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경험인 것 같아요. 말했듯이 데뷔했을 당시 첫 무대는 긴장도 많이 하고 실수 없이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거든요. 이제는 기분 좋은 긴장감을 가지고 관객분들께 공연을 보여드릴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됐고요.


-슬럼프는 없었나요?


크게 기억에 남는 슬럼프는 아직까지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슬럼프에 빠지는 성격이 아니기도 하고요(웃음). 힘든 일이 찾아오면 오히려 좋은 거라 생각하고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시기이니 다가올 좋은 기회를 위해 연습하고 준비하자‘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럼에도 조금 힘든 일이 생기면 주위에 너무 좋은 사람들로 인해서 잘 이겨냈던 것 같아요. 특히 대학시절부터 뮤지컬을 좋아하는 공통분모로 친해져 같이 꿈을 키우고 달려온 배우 김수하, 전해주, 이종원 등 친구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같이 활동을 하고 있으니 서로 의지가 많이 되는 것 같아요.


-현재 ‘지킬앤하이드’에 출연하고 있죠.


제가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꾸게 해주었던 작품 중에 하나에요. 그래서 ‘지킬앤하이드’는 언젠간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기도 했고요. 그러던 차에 이번 시즌에 감사하게도 연락을 주셔서 오디션을 보게 되었고 다행히 합격했습니다. 10년 전, 대학에 합격하고 혼자 샤롯데씨어터에서 봤던 ‘지킬앤하이드’를 지금 제가 하고 있다니, 감회가 새롭네요. 하하.


ⓒ오디컴퍼니

-작품에선 어떤 역할들을 맡고 계신가요?


‘지킬앤하이드’에서는 앙상블이 주로 런던의 하류시민을 연기하며 중간 중간 다른 역할로 등장하는데요, 저는 약혼식 장면에서 ‘지킬’과 ‘엠마’의 만남에 귀여운 훼방을 놓는 ‘지킬 친구’ 역할로도 출연해요. 같이 연기하는 정원철 배우와 연습할 때부터 짧은 타이밍에 어떻게 표현을 재밌게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따로 연습도 하고 고민도 하고 했던 것 같아요. 공연이 시작한 후에도 더 재밌는 방향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고요. 아직도 저와 정원철 배우의 시도는 현재진행 중입니다(웃음).


-‘지킬앤하이드’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 중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저는 ‘엠마’ 캐릭터에 가장 애착이 가요, 처음부터 끝까지 ‘지킬’을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엠마’의 모습이 너무 예쁘잖아요. 그래서 마지막이 더 안타깝고, ‘지킬’이 밉기도 한 것 같아요. 제 이상형에 가깝기도…하하.


-앙상블 배우로 참여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요?


매회 원캐스트로 출연해야 하기에 아무래도 체력적인 부담이 제일 큰 것 같습니다. 체력이 약해지면 목 컨디션에도 영향이 가기 때문에 관객분들께 좋은 컨디션의 공연을 보여 드리기 위해 원캐스트 배우들은 모두 체력과 건강관리를 아주 신경 쓰고 있습니다. 서로 건강식품을 챙겨가며 누군가 조금이라도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으면 좋은 식품과 약을 아낌없이 나눠가며 ‘으쌰으쌰’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 ‘지킬앤하이드’는 장기 공연으로 진행되다보니 체력 관리는 필수였겠어요.


맞아요, 아무래도 주에 9회씩 쉬지 않고 몇 개월을 달려야 하는 장기 공연이라 체력관리가 아주 중요하죠. 다행히 제 유일한 취미생활이 운동이기도 해서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 관리에 힘을 썼던 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체력 관리에는 잘 챙겨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게 제일입니다!


-1차 공연과 2차 공연의 차이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공연이 더 진행되면서 공연을 이어오던 배역들의 연기가 더욱 디테일 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앙상블들도 1차보다 2차에 확실히 극이나 음악에 더 스며들고 연기적으론 더 많이 찾아가기 때문에 공연이 더 풍성해지는 게 보여서 더 재미있고요. 공연이 장기인지라 아직 끝나려면 멀었지만 이미 경력직이 된 그런 느낌이 드네요.


-작품에서 가장 애정하는 장면(혹은 넘버)이 있다면?


예전부터 ‘지킬앤하이드’를 봤을 당시 앙상블이 연기하는 하류층의 넘버가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었어요. 대극장의 묘미인 합창을 보여주는 넘버인 ‘가면’(façade)과 ‘살인, 살인’(murder, murder)에서 하류층으로 연기할 때가 ‘지킬앤하이드’ 앙상블의 힘을 보여주는 부분이라 생각이 돼서 이 두 합창곡을 애정합니다.


-연습, 공연 도중 기억에 남는 일화들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희가 한번 연습 중에 다들 크게 웃었던 일이 있었는데요. 저희 팀의 대장 선배인 ‘댄버스’ 역의 김봉환 선생님이 휴대전화를 바꾸신지 얼마 되지 않으셔서 무음으로 하는 법이 익숙하지 않으셨을 때가 있었어요. 한번은 진지한 장면에서 휴대전화 벨소리가 났었는데 그게 너무 신나는 트로트 곡이었거든요. 처음 벨소리가 울렸을 때는 다들 웃음을 잘 참았는데 진동으로 바꾼 게 안 되어서 또 연달아서 벨소리가 울렸을 때는 다들 웃음이 ‘빵’하고 터졌었던 게 기억에 남아요.


-그간 활동하시면서 많은 작품들에 출연하셨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하나 소개해 주세요.


저는 ‘영웅’이 아니었나 싶어요. 의미 있는 시기에 의미 있는 작품에 참여하게 되어서 너무 뜻 깊었어요. 지방공연에 갔을 때 커튼콜을 하기 위해서 달려 나오는데 1열에 바로 제 앞에서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울고 계시던 연세가 많으신 할아버님을 보고 공연이 끝나고 나와서 눈물을 계속 흘렀던 기억이 있어요. 작품을 하면서 정말 우리를 위해, 나라를 위해 희생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며 가슴 뜨겁게 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앞으로도 많은 뮤지컬 무대에 오를 텐데요, 배우로서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을까요?


요즘 저의 최우선 기준은 ‘해본 적이 없는 작품을 하자’입니다. 데뷔 초에는 모든 작품이 해보지 않은 거라 제가 많이 듣고 자란 뮤지컬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고등학생일 때 ‘모차르트’ 음악을 듣거나 ‘지킬앤하이드’ 음악을 들으며 등교하면서 ‘나중에 내가 이 뮤지컬을 한다면 어떨까’라고 했던 생각을 실제로 이루고 싶었거든요. 이제는 했던 작품이 다시 올라올 때 감사하게도 연락을 주시곤 하는데 저는 경험해보지 못한 작품을 먼저 선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중에 더 많은 작품을 하게 되면 해보지 못한 롤을 도전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


-출연하고 싶은 작품이나,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제가 정말 재밌게 봤던 뮤지컬인데 ‘외쳐! 조선’이라는 뮤지컬에서 ‘단이’ 역할을 너무 해보고 싶더라고요. 작품 자체가 너무 재밌게 잘 만들어져 있는데다가 춤, 노래도 너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꼭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요즘 장진수 배우의 가장 큰 고민은?


요즘은 저라는 배우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아요. 저의 연기나 노래를 무대에서 더 선보이고 싶은데 아무래도 앙상블 포지션에선 저를 다 보여 드리긴 힘들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는 저의 매력을 더 보여드릴 수 있는 역할들에 더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관객들에게 직접 장진수 배우를 어필해보자면요? .


저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저의 진정한 모습은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요.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다양한 배우로서의 매력을 보여 드리기 위해 열심히 달려갈 테니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진수 배우의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오래도록 무대에 서는 게 목표입니다. 다양한 공연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더 많은 관객분들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면 너무나 행복할 것 같아요. 자주, 많이 그리고 오래 만나요! 감사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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