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권력, 대우조선 인사로 재충돌…집무실 이전 협의 영향 미칠까
입력 2022.04.01 04:00
수정 2022.04.01 13:21
文-尹 회동 사흘 만에 전면전…'몰염치' '눈독' 원색적 비난
현 정부 협조 어려워졌단 전망…인수위는 "별개 사안" 강조
신구(新舊) 권력이 또다시 충돌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박두선 대표 선임을 둘러싸고서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만남으로 봉합되는 듯 했던 양측의 갈등이 재현되면서, 회동 때 논의된 사안의 이행을 위한 후속 접촉에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달 3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박 대표 선임에 대해 문 대통령을 거론하며 "몰염치한 알박기 인사"라고 비판한 게 발단이 됐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우조선해양은 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창으로 알려진 박 대표 선출이라는 무리수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원 부대변인은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현 정부를 겨냥해 "직권남용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5년 전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정권 교체기 인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언급하면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의 또 하나의 내로남불"이라고 직격했다.
청와대는 즉각 반박했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같은 날 서면브리핑에서 "대우조선해양 사장 선임에 대해 인수위가 대통령 이름을 언급하며 비난했기에 말씀드린다"며 "인수위가 대우조선해양 대표 자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비꼬았다.
신 부대변인은 이어 "대우조선해양의 사장으로는 살아나는 조선 경기 속에서 회사를 빠르게 회생시킬 내부 출신의 경영 전문가가 필요할 뿐"이라며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양측이 '몰염치' '눈독들이다' 등의 거친 언사를 쏟아내면서, 한국은행 총재와 감사원 감사위원 등의 인선을 두고 촉발됐던 인사권 대립이 한층 더 첨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의 갈등이 심화할 경우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비롯한 정부 인수인계 과정에 영향이 있을 거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장 인수위는 윤 당선인이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코로나 손실보상을 위한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제출 시기를 윤 정부 출범 후로 선회했다. 추경호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추경 관련 작업은 인수위에서 하고 국회 제출은 윤 정부가 출범하면 할 것"이라며 사실상 현 정부의 협조를 얻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우려한 듯 인수위는 집무실 이전 문제와 알박기 인사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인수위의 '직권남용' 언급이 사실상 문 대통령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로 보는 모습이다.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전(前) 정권 적폐 수사'를 언급한 바 있는 만큼, 당혹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를 우려한 듯 원 수석부대변인은 "그 두 문제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내용"이라며 "연결고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인수위는 박 대표 선임에 대한 인수위의 입장이 윤 당선인의 의중은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최지현 수석부대변인은 '대우조선해양 관련 입장문에 윤석열 당선인의 의중도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당선인에게 협의 드리고 의견을 구한적은 없는 걸로 안다"고 일축했다. 윤 당선인도 인수위 논평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을 아꼈다.
여기에 김정숙 여사의 옷값 문제나 특수활동비 공개 문제를 두고도 양측이 공방을 벌이는 등 대립 전선은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청와대는 이미 "김 여사의 옷은 사비로 구매했다"고 밝혔음에도 국민의힘의 공세가 연일 이어지자 이날 유감을 표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인수위의 '알박기 주장'을 빌미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발목잡기'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양측의 후속 협의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윤 당선인과의 회동에서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