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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오미의 여의도잼] 이재명과 민주당의 딜레마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1.10.19 07:00
수정 2021.10.19 05:07

1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재명 대선 후보가 송영길 당대표등 의원들과 손을 들어 대선승리를 다짐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역대 '미래 권력'은 현직 대통령과 어김없이 각을 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특히 임기 말 지지율이 떨어진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는 미래 권력이 현재 권력과의 단절, 국면 전환,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치트키'다. 1987년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실시한 이후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모두 6명(현직 문재인 대통령 제외)이었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한 4명의 대통령은 재임 중 비자발적으로 탈당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난 뒤 탈당했고, 파면 당한 박 전 대통령은 소속 정당으로부터 제명됐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본격적으로 '이재명 대선 후보 당선 = 정권교체'라는 논리를 띄우며 이 후보와 문재인 대통령 차별화에 나섰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재창출'보다 '정권교체' 여론이 더 높게 나오는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18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에서 총리, 각료나 핵심 역할을 했던 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문재인 정부의 기본 노선과 장점을 계승해나가지만 그대로 단순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다"며 "(또) 문 대통령께서 다시 출마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송 대표는 전날(17일) MBN 방송에 출연해서도 "정권교체 열망이 높지만 여든, 야든 정권교체가 되는 것이고, 이 후보가 대통령이 돼도 새로운 정부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단순히 문재인 정부 재창출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기본 노선과 장점을 계승해 나가되 부족한 점은 보완·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이재명·문재인 분리 작업' 조짐은 한 달 전부터 감지됐다.


송 대표는 지난 9월 1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출연한 추석 특집 MBC 100분 토론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소득주도 성장, 탈원전 정책 등에 대해 반성하며 "이번 대선은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출마하는 선거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민주당 소속이긴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어떤 정책 결정이나 정책 집행에 참여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후보도 같은 달 14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집권세력 내에서 '청출어람'할 수 있다면 국민 일부는 정권교체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이 후보와 민주당 지도부는 차기 정권 창출에 현직 대통령의 존재가 은근히 부담스럽다는 '티'를 내고 있지만, 당장 '깔끔하게' 선을 긋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역대 임기 말 대통령과 달리 현재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안팎을 유지하면서, 섣불리 문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가 친문 지지층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는 탓이다. 게다가 '대장동 리스크'로 생긴 '불안한 후보' 이미지를 완전히 불식시키고, 당 대선 후보로서 '정통성'을 보다 공고히 하려면 청와대의 측면 지원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제14대 대선을 약 3개월 앞둔 1992년 9월 18일 민주자유당을 탈당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제15대 대선 한 달여 앞둔 1997년 11월 7일 집권 여당(신한국당)을 박차고 나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제16대 대선을 200여일 앞둔 2002년 5월 6일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제17대 대선을 10개월 정도 남긴 시점인 2007년 2월 22일 열린우리당 당적 정리 의사를 공식화했다.


현재 권력과의 차별화가 반드시 대선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권교체 열망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본선 승부처인 중도층 공략을 위해선, 현재 권력과 밀착하는 것도 썩 끌리는 방안이 아닐 테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치트키'까지 사용하게 될까.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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