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연동 성과급... 삼성 '종합전자' 체제 흔드나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5.22 06:00
수정 2026.05.22 06:00

DS 성과급 중심 합의에 DX·MX 반발 확산

"메모리만 삼성전자냐" 내부 균열 수면 위로

노조 내 갈등 넘어 분사론까지 등장

찬반투표 앞두고 부결 여론도 거세져

ⓒ데일리안 AI이미지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후폭풍은 오히려 더 커지는 분위기다. 영업이익과 직접 연동된 대규모 성과급 체계가 도입되면서 사업부 간 이해관계 충돌이 전면화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 임금협상을 넘어, 반도체·모바일·가전 사업을 하나의 회사 안에 묶어온 삼성전자 '종합전자회사' 구조 자체를 흔드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체계를 유지하면서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핵심은 '노사가 합의한 사업성과의 10.5%'를 특별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지급 상한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 OPI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영업성과의 12% 안팎이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되는 구조다.


재원 배분은 DS 전체 공통 40%, 사업부별 60% 구조다. 업계에서는 올해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이 최대 6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적자가 유력한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 역시 최소 1억6000만원 수준의 공통 배분 몫을 확보하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내부 사업부 간 이해관계 충돌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같은 회사 다니는데"…영업익 따라 수억원 격차

삼성전자는 그동안 메모리·모바일(MX)·TV·가전 등 사업부가 서로 실적을 보완하는 '종합전자회사' 구조를 유지해왔다. 실제 과거 반도체 업황 부진기에는 MX사업부 수익이 DS 적자를 메워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는 사실상 'DS 성과는 DS 몫'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반영됐다. 메모리 초호황으로 발생한 수익을 DS 내부에서 재배분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사업부별 이해관계가 과거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충돌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노사 잠정 합의에 적자 사업부까지 최소 인당 1.6억원 상당의 성과급을 받는 안이 포함되면서, DX 내부는 더욱 들끓고 있다. 사측이 강조한 '성과주의' 원칙에 위배될 뿐더러, "흑자를 내는 DX보다 적자를 내는 비메모리 DS 직원들이 보너스를 몇배로 가져가는게 이치에 맞느냐"는 반론이다.


이번 합의 구조는 메모리 중심 성과공유 체계를 운영하는 SK하이닉스 구조를 닮아간 부분이 많다. 실제 성과급 논란 자체의 신호탄이 SK하이닉스에서 출발된 탓이다. 다만 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스마트폰·TV·가전 등을 함께 운영하는 종합전자회사라는 점에서 내부 충돌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DX 반발에 노노갈등...잠정합의안 결과도 영향?

실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둘러싼 내부 분위기에서도 이런 균열 조짐이 감지된다. 당초 업계에서는 DS 중심 조합 구조상 잠정합의안 가결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성과급 상한 폐지와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등 DS 요구사항이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MX·DX 부문을 중심으로 조합 가입과 반발 여론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부에서는 "메모리만 삼성전자냐","수억원 성과급과 600만원 자사주 차이가 말이 되느냐"는 반응도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DX부문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오는 22~27일 진행되는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반대표를 조직하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현재 DX노조 조합원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고, 반대표를 던지자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DX부문 조합원들이 참여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는 최근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교섭 중단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이들은 성과급 협상안이 일부 사업부 중심으로 설계됐으며 내부 의견 수렴 과정도 충분치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부 영향 차치하고 조직 내부도 흔든 "영업익 N%"

업계에서는 결국 이번 갈등이 단순 성과급 논란을 넘어 삼성전자 내부 공동체 구조 자체를 흔드는 방향으로 번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삼성전자 직원'이라는 정체성이 강했다면, 이번 협상을 계기로 DS·DX 등 사업부별 이해관계가 전면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분사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사실 사업부별로 사실상 다른 회사처럼 움직인다는 인식은 삼성 내부에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DS 직원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삼성전자'보다 '삼성 반도체'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문화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은 '원 삼성'이라는 큰 틀 아래 묶여 있었지만, 이번 잠정합의안을 계기로 사업부별 이해관계 충돌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장기적으로는 조직 결속력과 종합전자회사 체제 자체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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