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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의 배드토크] 비극을 웃음으로…'고문' 희화화 논란 되풀이하는 방송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5.23 07:00
수정 2021.05.23 05:19

'도시어부'·'런닝맨'도 대중의 뭇매 맞고 사과

방송 뿐 아닌 기업도 철퇴

ⓒ뉴시스

5·18 민주화 운동이 올해 41주년을 맞이했다. 반세기도 지나지 않은 그날의 참혹했던 광경과 민주화를 향한 의지를 대중들은 아직 기억하고 있다. 방송가와 영화계도 이러한 의미를 되새기며 콘텐츠를 편성·제작해 적극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찬물을 뿌리는 사례가 등장했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자녀 나은, 건우, 진우와 함께 출연해 인기를 끌고 있는 박주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예린이 파추호 VARIEYT SHOW SCHOOL'에서 경솔한 편집으로 무지를 드러냈다. 지난 4월 28일 공개된 영상에서 박주호는 제작진이 던진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과정에서 책상을 손으로 내려쳤고 영화 '1987' 내용 중, 고(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기자회견 장면을 삽입했다.


박주호는 네티즌들의 비판에도 별다른 피드백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5월 18일에는 유튜브 구독자들을 위한 새로운 영상만 업로드했다. 그러나 이내 비난이 거세지자 박주호 유튜브 채널은 지난 19일 뒤늦게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1987'은 5·18 민주화 운동의 연장선에 있는 6·10 항쟁을 다룬 영화다. 영화 소재인 '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1987년 당시 박종철 열사가 경찰 고문으로 사망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경찰이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라고 거짓 기자회견을 한 내용으로, 해당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6월 민주항쟁으로 번졌다.


박주호 채널의 제작진은 군부독재 시절 비극을 희화화했을 뿐만 아니라, 네티즌들의 지적에도 한 달 가까이 반성이나 지적을 수용하지 않았다. 4월 28일부터 5월 18일까지 박주호는 물론 영상에 참여하는 누구도 지적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 참담한 수준이다.


문제는 이같은 사례가 도돌이표처럼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도시어부' 1월 18일 방송에는 '탁 치니 억 하고 올라오는 대물 벵에돔'이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물고기를 낚는 과정을 두고 '탁 치니 억 하고 올라왔다'는 표현을 사용해 수많은 비난을 받았다.


2019년에는 SBS '런닝맨' 제작진이 6월 2일 방송 분에서 전소민이 사레가 들린 듯 기침을 하자 '1번을 탁 찍으니 억(엌) 사레들림'이라는 자막을 삽입했다. 당시에도 대중은 공분했고 제작진은 "희화화의 목적은 없었다"고 제 얼굴에 침 뱉기 식의 해명을 내놨다. 결국 '런닝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인 권고 조치를 받았다.


역사의식이 결여된 언어 사용이 논란이 된 건 방송 뿐 아니다.


2019년 무신사는 양말이 빠르게 마른다는 점을 홍보한다며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무신사는 군부독재 시절의 비극적 사건을 희화화했을 뿐 아니라 상업적으로 이용해 더 큰 비난을 받았다. 무신사는 3번에 걸쳐 사과문을 게시했으며 무신사 전 직원 대상 근현대사 민주화운동 관련 역사 교육 실시, (사)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에 소정의 후원금 전달 등을 진행한 후에야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최근 민주화 운동 뿐 아니라 tvN '철인왕후', SBS '조선구마사'가 과거의 역사를 왜곡하고 희화화를 해 철퇴를 맞았다. '조선구마사'는 최초로 방송 2회 만에 프로그램 폐지까지 됐다.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중요하다는 걸 대중은 알고 있고 그에 걸맞지 않는 콘텐츠는 소비하지 않는다. 이들보다 한 발 앞서 꼼꼼하게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제작진이 비극의 역사를 한낱 웃음으로 사용하는 무지와 경솔함이 매년 되풀이 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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