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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되면 지원도 끝?…정동진독립영화제 예산 삭감이 던진 질문 [초점]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8.07 15:08
수정 2026.08.07 15:09

수익성·자립 가능성·관광 효과 중심 심의에 영화계 반발

관객·매출 넘어 문화 접근성까지…지역 영화제 가치의 기준

제28회 정동진독립영화제가 7일 막을 올렸다. 오는 10일까지 강릉시 강동면 정동초등학교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서 관객을 만난다. 그러나 올해 영화제를 둘러싼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다르다. 강릉시의회가 최근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정동진독립영화제를 비롯한 영화문화 관련 예산 1억원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 문화예술계는 영화문화의 공공적 가치를 외면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동진독립영화제 포스터ⓒ강릉씨네마떼끄

강릉시의회는 최근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정동진독립영화제 단편영화 제작지원 사업비 2000만원과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운영에 필요한 임차료 및 프로그램비 3000만원, 강릉영화문화미디어센터 설립 추진비 5000만원 등 영화문화 관련 예산 1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강릉씨네마떼끄에 따르면 1973억원 규모의 이번 추경에서 최종 삭감된 1억원이 모두 영상·영화문화 관련 예산이다.


예산을 둘러싼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2024년 말 강릉시의회가 2025년도 예산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기존 예산 1억2000만원 가운데 7000만원이 삭감됐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역시 2023년 초 강원도와 강릉시 당초예산에서 운영비가 전액 삭감되며 폐관 위기를 맞았지만, 영화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그해 6월 추경을 통해 예산이 복원됐다. 그러나 2024년 말 확정된 2025년도 예산에서 운영비 6000만원이 다시 전액 삭감되며 운영 위기를 맞았다.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도 2023년 11월 2024년도 운영예산 약 3억3000만원이 전액 삭감된 이후 장비 노후화 등의 문제를 겪다 2024년 9월 문을 닫았다.


올해 강릉시가 1차 추경을 통해 정동진독립영화제와 신영, 미디어센터 관련 영화문화 예산 1억원의 복원을 추진했지만, 지난달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의 반대로 다시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강릉씨네마떼끄는 영화제 개막을 사흘 앞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강릉시의회의 예산 심의 과정을 규탄했다. 이들이 문제 삼은 것은 예산 삭감뿐만 아니라 심의 과정에서 지역 영화문화의 가치를 판단한 기준이었다.


강릉씨네마떼끄에 따르면 시의회에서는 정동진독립영화제와 신영의 지속성과 방향성을 논의하면서 관람객 수와 후원·협찬, 자립 가능성, 관광객 유입 등 경제적 효과를 주요 기준으로 사업을 평가하는 발언들이 나왔다. 매년 여름 정동진에서 열리는 영화제를 두고 "추울 때도 한번 해 보고", "종합운동장이나 이런 데서 한번 해 보자"며 개최 시기와 장소 변경을 제안하거나, 27년간 이어진 영화제에 대해 "방향성, 미래 비전 이런 게 늘 사실은 남아 있지 않다"고 평가하는 발언도 나왔다.


강릉씨네마떼끄는 "영화제는 단순히 관광객 수를 늘리거나 단기간의 경제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행사가 아니다"라며 "관광객 유입이나 경제적 파급효과는 문화사업의 목적이 아니라, 문화가 축적될 때 비로소 따라오는 결과"라고 반박했다. 이어 "문화는 투자 대비 수익률 같은 결괏값만으로 평가하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공공의 문화예술 지원은 시민의 문화적 삶을 지속하고 확장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동진독립영화제ⓒ강릉씨네마떼끄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예산의 효과를 따지고 지속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은 지방의회의 역할이다. 영화제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관객이 얼마나 찾았는지, 예산에 비해 어떤 성과를 냈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다만 수익성과 관광 효과를 지역 영화문화 사업의 주요 성과로 판단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역 영화제는 애초 수익 창출을 최우선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업이 아니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독립영화를 관객에게 소개하고 창작자에게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해왔다. 신영 역시 흥행작을 중심으로 수익을 내는 상업영화관과 달리 지역에서 접하기 어려운 독립·예술영화를 꾸준히 상영해왔다. 지역민에게 다양한 영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창작자와 관객을 연결하면서 지역 영화문화 생태계를 유지하는 문화 인프라 역할을 해온 셈이다.


관광객 유입과 지역경제 파급효과 역시 지역 영화제가 만들어낼 수 있는 성과다. 영화제도 관객을 늘리고 후원과 협찬을 확대하면서 재정 기반을 넓힐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성과가 영화제의 존립 여부를 가르는 우선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수익성을 높이려면 보다 많은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작품과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고, 이 과정에서 정작 공공지원이 필요한 독립·예술영화와 지역 창작자에게 돌아갈 기회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문화적·공공적 가치만을 앞세워 지원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공공 예산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만큼 지역 주민에게 어떤 문화적 기회를 제공했는지, 지역 창작자와 영화문화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은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문화사업을 평가할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무엇을 성과로 인정할 것인지다.


관객 수와 매출, 관광객 유입처럼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결과뿐 아니라 시민의 문화 접근성, 독립·예술영화의 상영 기회, 지역 창작자의 활동 기반, 오랜 시간 형성된 관객 공동체 등도 문화사업이 지역에 남기는 성과다. 특히 영화제와 상설 독립예술영화관, 미디어센터가 함께 기능할 경우 관람에서 교육, 창작과 상영으로 이어지는 지역 영화문화의 기반을 형성할 수 있다.


강릉씨네마떼끄는 1996년 창립 이후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를 위한 활동을 이어왔으며 2025년에는 지역 영화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정동진독립영화제 역시 올해 28회를 맞았다. 오랜 역사가 사업의 필요성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십 년에 걸쳐 지역에 축적된 문화적 기반을 단기간의 경제적 효과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예산이 삭감된 가운데서도 제28회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예정대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올해 행사를 치르는 것과 앞으로 지역에서 영화문화를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유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공공지원이 필요한 문화사업의 성과를 어디까지 경제적 지표로 판단할 것인지,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문화적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 영화제가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를 묻는 것과 함께, 그 영화제가 사라졌을 때 지역에서 무엇이 함께 사라지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정동진에서 불거진 예산 논쟁을 한 지역 영화제만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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