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국민의힘, 불붙는 '정책경쟁' 속 상대 영역 확장 노린다
입력 2021.02.25 03:00
수정 2021.02.25 05:31
야권단일화 '진검승부' 앞두고 정책행보 박차
安은 보수로, 국민의힘은 중도로 '확장 경쟁'
안철수, 금천 '스마트팜' 찾아 재배 과정 살펴
"네덜란드처럼 일자리 만드는 문제해결 산업"
내달초부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를 놓고 '진검승부'를 펼쳐야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나경원·오세훈·조은희·오신환 국민의힘 예비후보들 사이에서 막판 '정책행보' 경쟁이 불붙고 있다.
각자 '정책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안 대표는 보수로, 역으로 국민의힘은 중도로, 상대방이 강한 영역을 넘보는 '확장전'까지 겹쳐지는 그림이다. 안 대표는 보수 진영의 상징적인 장소와 대표적인 인사들을 잇달아 찾아가고 만나는 광폭행보를 펼치고 있으며,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호남 출향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당규개정안을 신속히 의결하며 예비후보들의 뒷받침을 하는 모양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4일 서울 금천구에 소재한 미래형 도시농업 '스마트팜' 현장을 방문했다. 안 대표가 속한 이른바 '제3지대'는 25일 안 대표와 금태섭 무소속 전 의원과의 2차 토론을 진행한 뒤, 여론조사를 거쳐 삼일절에 단일 후보를 발표한다. 눈앞으로 다가온 '제3지대' 단일화를 앞두고 정책행보의 가속도가 감지된다.
이날 '스마트팜'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안철수 대표는 "네덜란드를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40%밖에 되지 않는 나라가 농산물 식품 수출이 세계 2위인 비결이 궁금했다"며 "스마트팜은 도시에서도 가능하고, OECD 국가 중 식량 자급률이 꼴찌인 우리나라의 여러 문제도 해결할 수 있으며, 일자리도 만들 수 있는 미래산업"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얼마전 서울 경제정책을 발표하면서 서울에 10개의 융합경제혁신지구를 만들겠다고 말씀드렸다"며 "마곡에 스마트팜과 같은 곳을 실제로 우리 삶의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리빙랩'을 만들겠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그 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취약한 여성·노동정책 보강
이수정 고문 영입하고 한국노총과 정책간담회
오세훈, 목동 노후아파트 찾아 주민들과 공감
"현장 목소리 반영한 신속한 주택 공급 약속"
안 대표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야할 국민의힘은 오는 26일 4인 후보자 합동토론을 가진 뒤, '제3지대' 단일후보가 결정된 직후인 내달 2~3일 여론조사를 거쳐 4일에 당내 후보를 선출한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주요 예비후보들도 당내 경선 승리 뿐만 아니라, 이후 안 대표와의 단일화까지 염두에 두고 핵심 정책들을 챙기는 행보를 펼쳤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의 취약 지점으로 꼽히는 여성층과 근로자를 챙기는 정책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범죄심리학에 있어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이수정 경기대 교수를 고문으로 영입한데 이어,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와도 간담회를 갖는 등 광폭행보를 보였다.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이수정 교수 고문 영입 기자회견에서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박원순 전 시장의 성비위로 촉발된 선거"라는 점을 재차 상기시키며 "다시는 박 전 시장 성폭력 피해자와 같은 분이 나타나지 않도록 이수정 교수와 함께 올바른 성의식을 바탕으로 서울시정의 변화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근로자복지관을 방문해 이뤄진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와의 정책간담회에서는 코로나19 창궐 사태로 말미암아 실직한 근로자들의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을 약속하며 "앞으로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와의 소통 결과를 노동 공약에 반영하고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은 이날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준공된지 30년 이상이 경과한 노후 아파트들을 둘러보며 자신의 재개발·재건축 관련 소신을 밝혔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방안은 이번 보궐선거 최대의 정책적 쟁점으로, 다른 후보들이 노후 아파트를 앞다퉈 찾던 선거전 초반부에 독거 어르신 등 소외 계층을 먼저 살폈던 오세훈 전 시장이 막판 아껴뒀던 카드를 꺼내드는 모양새다.
목동 각 단지 재건축추진위원장들은 이날 오세훈 전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재건축으로 신도시급 물량 공급을 할 수 있는데도, 박원순 전 시장과 문재인정권은 재건축 정밀 안전진단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성토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오세훈 전 시장은 "서울시나 국토부의 안전진단 강화가 오히려 재건축 대상인 아파트 입주 거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며 "문재인정부가 재개발·재건축을 억지책으로 일관하는 이유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신속한 주택 공급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오신환, 범여권 후보 조정훈과 정책대담 가져
'환매조건부 반반아파트' 내세워 확장성 부각
제3지대 내달 1일, 국민의힘 4일에 후보 확정
약점 보강하고 강점 부각할 '정책경쟁' 가속도
오신환 국민의힘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정치문화카페 '하우스'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 정책대담을 가졌다. 범여권 후보로 분류되는 조 의원과의 정책대담을 통해 오신환 전 의원 자신이 중도층을 넘어 범여권 성향의 표까지 빼앗아올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날 정책대담에서 오신환 전 의원은 "분양 제도에서 청년 트랙을 만들어 청년들의 자가보유율을 높여야 한다"며, 자신의 대표 공약인 '환매조건부 반반아파트' 제도를 설명했다. 서울시가 아파트를 시세의 절반 가격으로 분양한 뒤, 되팔 때는 매매 차익을 절반까지 보장하는 방식으로, 오 전 의원은 이 제도가 "정부의 공공택지 3만 호를 사용하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오신환 전 의원의 설명을 들은 조 의원은 "내가 서울시장이 되면 이 공약을 받겠다"고 화답했다. 오 전 의원은 정책대담과 관련해 "서로 인식이 비슷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흡족해 했다.
안철수, 당사 예방한 홍준표와 1시간여 환담
YS도서관 방문 이어 보수로의 지평 확대 꾀해
국민의힘, 상임전국위서 호남배려 당규 의결
서울의 호남 출향민에 진정성 있는 접근 모색
한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보수로, 반대로 국민의힘은 중도로, 서로 상대의 영역을 겨냥한 '확장전'은 이날도 계속됐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국민의당 당사에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을 만났다. 홍 의원은 최근 범야권 주요 후보자들의 선거 캠프에 실무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간식을 전달했는데, 이에 안 대표가 감사의 뜻을 전하는 과정에서 홍 의원이 격려 방문을 하겠다고 제안해 이날 회동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와 홍 의원은 한 시간 가량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는 전날 서울 상도동의 김영삼도서관을 방문해 김무성 전 대표와도 회동했다. 안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재임 당시 청와대로 초청받아 칼국수를 대접받았던 일화를 떠올리는 등 진정성을 가지고 도서관 안팎을 둘러봤다.
김무성 전 대표와 홍준표 의원이 모두 YS를 정치입문의 계기로 삼은 인사라는 점에서, 이러한 안 대표의 잇단 행보와 만남의 배경에는 보수정당 중시조(中始祖)면서도 민주화 투사인 YS를 매개로 보수로의 영역 확장을 노리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상임전국위원회의를 비대면 방식으로 개최, 호남 배려를 위한 '취약 지역 비례대표 우선추천제'를 담은 당규개정안을 의결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당규개정안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의결한 뒤, 상임전국위에 부의한 바 있다.
호남 출신 재선으로 국민통합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운천 의원은 이 당규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연초부터 당 소속 102명의 의원들을 1대1로 접촉하며 설득 작업을 벌였다. 4·7 재·보궐선거 전에 당규개정안을 의결해 서울에 거주하는 호남 출향민들에게 진정성을 전달해야 한다는 정 의원의 호소가 많은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운천 의원은 "취약 지역 비례대표 우선추천제는 국민의힘이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동서화합·국민통합에 앞장서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호남에 실효성 있는 대안을 갖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노력이 쌓인다면, 재보선과 대선에서도 분명히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