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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보여준 희망 메시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10.29 10:20 수정 2020.10.2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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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불공평하다’ 미국의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미국 군인들의 근무지 불만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으며,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주인 빌 게이츠도 대학 강연장에서 ‘인생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 받아들여라’ 라고 말했다. 인간사 모든 게 평등하다면 제일 좋겠지만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환경과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회를 균등하게 만드는 사회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노력도 필요하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 삼진전자 말단직원인 세 명의 여사원이 불평등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영화다. 자영(고아성 분), 유나(이솜 분), 보람(박혜수 분)은 고졸출신 8년차 평사원이다. 회사는 고졸사원을 대상으로 토익 600점을 넘기면 대리로 승진시켜주겠다고 공지하자, 대리로 진급할 수 있다는 희망에 고졸사원들이 새벽 영어 토익반에 모인다. 그런데 어느 날 자영은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폐수를 발견하고 회사에 대항한다. 영화는 대기업 비리를 파헤친다는 점에서 사회고발 영화로 비춰질 수 있지만 그보다는 고졸출신 사원이 대기업의 당당한 회사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대의 힘과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보여준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일이 되었으면 한다는 자영의 말에 유나와 보람은 함께 페놀유출 사건의 내막을 파헤친다. 또한 조금이라도 회사에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자영의 의지에 많은 동료들이 힘을 보태 M&A(기업합병)로 일본으로 넘어갈 위기의 회사를 지켜낸다. 영화는 단순한 여성의 연대를 넘어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단합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고 넘어설 수 없는 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 또한 대졸사원에 비해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는 고졸여사원들도 열심히 노력하면 진급해 대기업의 일원으로 당당히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준다.


기업윤리의 중요성을 되새긴다. 빠른 경제성장과 이윤추구에만 급급한 대기업들의 무책임한 도덕성은 언제나 문제가 된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있는데 실제로 이 사건으로 인해 기업윤리가 지적되었고 해당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면서 타격을 받았다. 영화 속 삼진그룹의 오회장은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깊은 사과와 철저한 피해보상, 나아가 기업윤리를 지키겠다는 건설적인 모습으로 끝맺는다.


1990년대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영화는 IMF이전의 국제화, 세계화를 표방했던 1995년을 배경으로 당시의 레트로 비주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헤어부터 화장, 의상까지 복고스타일로 무장한 배우들과 세트, 음악, 소품 등을 화면에 잘 녹여내어 1990년대 시대적 배경과 각자의 개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했다. 드라마틱한 효과를 위해 유니폼을 입고 구두 닦고 쓰레기통 비우는 사원을 등장시켜 당시의 여성차별과 학력차별도 보여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리고 최근 코로나19사태로 우리사회는 물론 세계적으로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인들의 모임인 다보스 포럼에서도 불평등의 완화를 주요 의제로 다루고 있다. 기회를 균등하게 만들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자신들이 노력 또한 중요하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0년대 고졸 여사원들의 애환을 그리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가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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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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