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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김대명이 던지는 '돌멩이' 속 메시지 "다름의 가치"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0.10.26 10:28 수정 2020.10.26 10:29

김대명 '돌멩이'로 데뷔 후 첫 주연

진실 향한 옳고 그름 보단, 다름의 가치 보여주고파

ⓒ리틀빅픽처스 ⓒ리틀빅픽처스

표현하는 폭이 넓은 배우인 것은 알았지만 '돌멩이'에서 발달장애인을 연기한 김대명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섬세함을 보여줬다. 소용돌이 치는 감정부터 덜어내야 비로소 볼 수 있는 잔상까지 담았다. 억울한 상황에 몰리면서도 흘리지 못하는 눈물, 자신에게 돌아선 이들에게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 별안간 혼자 남겨진 세상에서 두려워하는 눈빛은, 영화를 감상한 것 뿐인데 부끄러운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돌멩이'는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서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는 8살 마음을 가진 어른아이 석구(김대명 분)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범죄자로 몰리면서 그의 세상이 송두리째 무너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지적장애인 캐릭터가 등장해왔지만, 연기하는 배우에게는 그 어떤 캐릭터보다 부담이 된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연기를 감상하는 그 누구도 불편하게 해서는 안된다. 김대명은 이같은 부담을 넘고 각자의 다름을 이야기하고자 '돌멩이'의 시나리오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세상의 모든 일을 맞고 틀리다고 재단할 수가 없잖아요. 서로를 이해하지 않으려는 것부터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각자 생각이 다르니 듣는 노력이 필요해요. '돌멩이'가 그런 화두를 던져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석구를 연기함에 있어 다른 작품의 캐릭터를 참고하진 않았다. 석구가 8살이듯, 자신의 8살 시절을 떠올려 캐릭터를 구축했다. 과거를 곰곰히 곱씹다보니, 어느새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자신을 보게 됐다. 어른 김대명은 8살의 석구가 부러워졌다.


"어렸을 땐 감정을 드러내는게 가능했는데 지금은 감추고 살고 있더라고요. 슬픈데 안슬픈척 하고 기뻐도 기쁘지 않은 척 하죠. 다 괜찮은 척 해요.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게 오히려 노력이 필요한 나이가 된 것 같아요. 또 8살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석구의 세상이 안쓰럽다고 생각한 건 나의 착각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생각한 내 마음이 더 영악한게 아닐까, 연기를 해나가며 석구를 있는 그 자체로 바라보려 했어요."


'돌멩이'를 연출한 김정식 감독은, 가족 중에 지적장애인이 있어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김 감독은 곁에서 끝없이 편견에 부딪치는 가족을 목격했고, 답답함 마음을 영화란 무대로 옮겨 보여주고 싶었다. 김대명은 현장에서 함께하며 김정식 감독의 의도에 누구보다 공감했기에 석구를 끝까지 잘 해내고 싶었다.


"감독님이 직접 겪은 삶이기 때문에 노력해도 그걸 온전히 다 표현하려 해도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석구 역을 잘 표현한 것 같다고 단정하는 것도 건방진 것 같아요. 다만 김대명의 석구가 되진 않길 바랐어요. 감독님과 석구를 만들어가면서 다른 캐릭터처럼 장치를 둬서 감정이나 표현을 극대화 시키지 않기로 했어요. 그렇게 연기하면 자연스럽지 않을 것 같았어요. 또 석구가 의사소통이 원활하진 않은 친구다보니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걸 표정이나 행동으로 채워야했죠. 촬영할 수록 답답함이 쌓였어요. 그런데 그게 또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김대명은 '돌멩이' 촬영을 준비하며 지적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내려놓고 임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밑바닥 속에 숨겨있던 1mm의 편견을 발견하기도 했다.


"석구 같은 친구를 돌봐 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외적인 것 밖에 안보일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제작사를 통해 보라매 공원에 있는 시설에서 선생님을 만났죠. 선생님의 이야길 듣고 8살의 마음을 가진 석구가 사람들과 나누는 마음이 무엇일지 짐작했죠. 헤어질 때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직접 만든 영화 DVD를 주셨어요. 저는 누가 도와줘서 만들었겠지 싶었는데 보니까 그 친구들이 다 촬영하고 연기도 했더라고요. 저부터가 편견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제 마음 속에 남아있든 편견을 깨버리는 일이 됐습니다."


석구는 시골 마을에서 어려서부터 동네 사람들과 유대감을 가지고 자란 인물이다. 하지만 은지가 나타나고, 석구가 범죄자로 몰리면서 친근했던 사람들은 등을 돌리며 철저히 외면한다. 보이는 한 단면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수용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볼 수 있다. 노신부(김의성)도 끝까지 석구를 감싸면서도 믿지 못하고, 김선생(송윤아)은 석구를 범죄자로 몰아가지만 흔들린다. 사실 누구도 석구를 믿어주는 사람은 없다. 영화는 끝날 때까지 석구의 유, 무죄를 보여주지 않는다. '돌멩이'를 던져 깨지는 파열과 그 사이로 파고드는 불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이다.


"석구는 계속 표현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걸 안보려고 한 건 아닐까요. 돌멩이'를 보면서 나는 저 인물들 중 어디에 속할까를 한 번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리틀빅픽처스 ⓒ리틀빅픽처스

김대명은 2006년 연극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로 데뷔해 '더 테러 라이브', '특종:량첸살인기', '마약왕' 드라마 '미생',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거쳐 '돌멩이'로 첫 주연을 맡았다. 데뷔 14년 차가 된 그는, 시간이 지나도 불안한 마음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웃어보였다.


"현장에서 몰랐는데 언론시사회 끝나고 '연예가 중계' 촬영하는데 제 자리가 MC 바로 옆이더라고요. 그 전에는 MC와 조금 떨어져 앉았거든요.(웃음) 그 때부터 어깨에 갑자기 무언가 쌓이기 시작했어요. 선배님들이 이런 길을 걸어오셨구나 싶었죠."


김대명은 인터뷰 내내 자신 때문에 상처 받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한다고 강조했다. 질문도 종이에 적어가며 신중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김대명은 '돌멩이'를 찍으며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에 조금 더 기울이게 됐다고 고백했다.


"누가 상처 받을까봐 항상 조심해요. 그런걸 생각해야 하는 나이더라고요. 살면서 서로 상처를 주고 받잖아요. 지금까지 저는 용기가 없어서 상대방이 저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겠지 하면서 이해하려고 했어요. 반대로 내가 상처줬을 때도 미안하다고 말하는게 쉽지 않다는 것도 점점 피부로 체감해요."


김대명은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담아 '돌멩이'를 세상에 던졌다. 어떤 관객에게는 꽤 큰 파열음을 낼 수 있겠고, 어떤 관객에게는 미처 닿지 못할 수도 있다. 이마저도 다름의 문제로 김대명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거창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닙니다. 한 번 쯤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거죠. 저는 '돌멩이'가 매년 가을만 되면 생각날 것 같아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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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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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위 2020.10.30  03:38
    살을 엄청 많이 뺐다 옛날 모습 보이는듯 ! 쉐딩을 빡세게 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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