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책임 8.15 집회로 떠넘기지 말라"
입력 2020.08.20 00:00
수정 2020.08.20 00:16
"확진자 14일부터 증가…잠복기 감안하면
15일 집회 감염자 증상 빨라야 20일 발현"
교회 외 감염 클러스터 존재 가능성
정부·여당이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 책임을 일부 교회와 광복절 집회에 떠넘겨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광복절 이전에 수도권 '깜깜이 감염'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명확한 확산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엄창섭 고려대 의대 교수는 1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작성한 글에서 "8월 14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기 시작한 근본 원인이 대형 집회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 상식적으로 추정된다"며 "환자가 급증하게 된 진짜 원인을 찾아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더 심하게 퍼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전날 게시한 글에선 "통상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2주일이고, 현재까지 학계에서 인정하는 공식적인 코로나19의 잠복기는 평균 5.2일"이라며 "확진자가 8월 14일부터 증가하기 시작했으니 이번 증가의 원인이 된 일들은 적어도 5일 이전인 8월 9일로부터 2주 전인 7월 31일 사이에 있어야 설명이 된다"고 밝혔다.
엄 교수는 "여하튼 확실한 것은 8월 14일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확진자의 책임이 8월 15일의 집회 때문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8월 15일에 감염된 사람들은 빠르면 8월 20일부터 8월 말 사이에 증상이 나타날 것이다. 물론 무증상인 사람들은 그 전에도 양성 판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역당국에서는 8월 15일로부터 5~14일 이전에 감염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빨리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며 "자신들의 방역 실패의 원인을 특정 집단과 집회에 돌리는 것은 당장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는 데는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정말 코로나19의 재확산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방역 전문가들은 수도권 확산과 관련해 다양한 원인을 거론하며, 교회발 집단감염 이외의 감염 클러스터 발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에 비협조적인 교인 △장마로 인한 실내활동 증가 △거리두기 등 방역에 대한 경각심 하락 △휴가로 인한 접촉 확대 △정책 엇박자 등을 확진자 폭증의 원인으로 언급하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응집된 에너지가 폭발했다"고 진단했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8월 14일 이전에 발생한 클러스터가 교회만 있지는 않을 것 같다"며 "한 곳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다른 곳에 관심을 안두고 있다가 또 크게 터질 것이 염려된다. 교회만으로도 정신없겠지만 넓게 보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