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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의 챕터투] 최숙현 가해 혐의자가 최우수선수? 무거워진 청문회의 어깨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0.07.18 07:00 수정 2020.07.18 07:56

대한철인3종협회, 최숙현 선수 피해 신고 받고 이틀 뒤 시상식 강행

통렬한 반성 없는 가해 혐의자들, 잊히지 않을 단죄 위해 청문회 역할 중요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직장 운동부 감독과 선수들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직장 운동부 감독과 선수들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사건을 예방하지 못했고 사건 이후에도 선수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 피해 선수와 가족, 국민들께 깊은 사과를 드린다.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


지난해 1월 여자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가 4년 동안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상습 폭행 및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문화체육부가 발표한 입장이다. 약속대로 후속대책은 세웠다. 영구제명 확대와 같은 제도 정비와 스포츠선수 인권 수호를 위한 ‘통합기구’ 스포츠윤리센터 추진 등의 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불과 1년여 뒤에는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최숙현 선수의 꿈과 목숨도 지켜주지 못했다. 폭행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며 체육계 각 기관을 찾아 SOS를 보냈지만 아무도 스물셋 최숙현을 보호하지 못했다.


같은 패턴대로(?)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 최윤희 제2차관을 비롯해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피해 선수와 가족, 그리고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책임자로서 머리를 숙였지만, 과거를 돌아볼 때 제2의 최숙현이나 제3의 최숙현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는 전혀 꺼지지 않는다.


잊히지 않을 단죄가 필요하다.


최숙현 선수가 ‘그 사람들’로 지목한 가해 혐의자들은 대부분 부인하고 있다. 지난 6일 대한철인3종협회가 연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영구제명 중징계를 받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김규봉 감독과 ‘주장 선배’ 장윤정 선수는 최근 대한체육회에 항소했다.


징계 수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불복의 의미다. 뒤늦게 폭행 혐의를 시인하고 고인의 납골당을 찾아 사죄했던 ‘남자 선배’ 김도환 선수도 마찬가지다. 항소 자체는 그들의 권리라 문제될 것은 없지만 최숙현 선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대해 통렬하게 자성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고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내리기 전 어머니에게 보낸 모바일 메시지. ⓒ 이용 의원실 고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내리기 전 어머니에게 보낸 모바일 메시지. ⓒ 이용 의원실

분노를 넘어 실소를 자아내는 ‘사건’ 한 토막도 드러났다.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을 둘러싼 대한철인3종협회와 가해 혐의자들의 과거 행보는 그야말로 가관이다.


주장 선배 장윤정 선수는 지난 2월 14일 대한철인3종협회로부터 2019년 엘리트 여자 부문 최우수선수로 선정돼 트로피와 상금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되는 것은 포상 방안을 논의한 시점. 시상 이틀 전인 12일은 대한철인3종협회가 최숙현 선수의 신고를 인지한 때다. 불과 이틀 뒤 시상식을 강행한 셈이다.


국민적 공분이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오는 22일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한다. 이미 국회와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출석했던 3명 외에도 최근 구속된 ‘팀닥터’ 안주현 씨도 출석한다.


단죄를 위해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청문 위원들은 국민적 공분에 취해 증인들을 상대로 호통만 치거나 다그쳐서는 곤란하다. 그렇게 해서 원하는 증언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백번이라도 해야 하지만 효과가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성적지상주의에 따른 폐해라는 전제를 깔고 체육계를 싸잡아 매도하는 태도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사기관이 아니라 한계는 분명 있다. 그래서 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청문회를 진행해야 한다. 가슴으로 느끼고 가슴에 깊게 새겨야 할 말은 하나다. 죽음으로 밖에는 억울함을 호소할 방법이 없었던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내리기 전 어머니에게 보낸 메시지다.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꼭 밝혀줘“.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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