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영구제명은 첫 단추, 최숙현 사건은 이제 시작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0.07.07 06:30 수정 2020.10.07 18:29

경주시청 감독과 여자 선배 영구 제명 징계

관련자들 사법 처리는 물론 단체들도 조사 대상

최숙현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최숙현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고(故) 최숙현의 한 많은 넋을 달래줄 첫 단추가 끼워졌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최숙현 사건의 가해자 징계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최숙현은 지난달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숨지기 직전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숙현이 언급한 '그 사람들'은 총 4명. 바로 경주시청 감독과 선배 선수 2명, 그리고 팀 닥터였다.


공정위는 현재 이 사안이 검찰 조사 중임에도 징계를 결정했다. 규정 제24조 우선 징계처분 ‘징계 혐의자의 징계 사유가 인정되면 수사 기관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도 징계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근거에 따라서다. 현재 최숙현 사망 사건은 대구지검이 특별조사팀을 꾸려 조사에 나서고 있다.


이날 공정위에는 가해자로 지목된 4명 중 3명(감독, 여자 선배, 남자 선배)만이 출석했고 팀 닥터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공정위는 감독과 여자 선배에게 영구제명의 철퇴를 가했고, 남자 선배에게는 10년 자격 정지 징계가 내렸다.


영구제명 조치를 받은 이들은 앞으로 대한철인3종협회가 주관하는 모든 행사에 참가할 수 없음은 물론 지도자 생활도 이어갈 수 없다.


영구제명 징계를 받은 경주시청 감독과 여자 선배.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영구제명 징계를 받은 경주시청 감독과 여자 선배.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관련자들이 영구제명 또는 10년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받았으나 ‘최숙현 사건’은 이제 첫 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아직 사법처리가 남아있고, 무엇보다 직접적인 가해자이자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팀 닥터에 대해 어떠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팀 닥터는 의사 면허뿐만 아니라 물리치료사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으며 특히 선수들로부터 부적절한 금전까지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용기를 내 기자회견에 나선 최숙현의 동료들에 따르면, 팀 닥터는 성추행까지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생전에 고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정부는 지난해 초 스포츠 미투 이후 체육계 인권침해에 대한 근절책을 마련하라는 지침을 내렸고, 문체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구조개편안에 미온적으로 대처했고, 이를 관리감독 해야 할 문체부 역시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최숙현 사건’과 같은 비극이 일어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관리 감독의 주체였던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역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관리 감독의 주체였던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역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실제로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는 지난 4월 고인으로부터 폭력신고를 접수하고도 “피해자의 연령과 성별을 감안해 여성조사관을 배정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라는 원론적인 답만 내놓았고, 이후 사실상 손을 놔버리고 말았다.


문화연대와 체육시민연대 등 40여개 스포츠 및 시민단체는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조사단의 주체가 바뀌어야 한다”며 “가해자와 그 주변인, 대한체육회 등 체육단체 관계자의 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신뢰할 만한 전문인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진상조사의 주체가 아닌 오히려 조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최숙현 사건’은 반인권적인 폭력의 일상화, 무능과 무관심이 한데 어우러진 안타까운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체육단체들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체육계 발전을 위한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며 이제 막 첫 단추를 끼웠을 뿐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