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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비어 사망 3주기-상] 웜비어가 '지나온 길'…"북한 책임 묻겠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0.06.12 04:00
수정 2020.06.14 22:40

北 관광하던 美 대학생 오토 웜비어

17개월 억류…미국 송환 엿새 만에 사망

웜비어 부모의 집요한 투쟁으로

'실질적 배상'에 다가서고 있어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프레드릭 웜비어(자료사진). ⓒAP/뉴시스

오는 19일은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송환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숨진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웜비어 씨의 사인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지만, 지난 3년간 웜비어 씨 가족이 들춰낸 북한 실상은 상당하다.


웜비어 씨는 지난 2015년 12월, 관광차 방문한 북한의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15년 노동교화형을 받고 17개월 동안 억류됐다. 2017년 6월 12일, 의식이 없는 상태로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엿새 뒤 사망했다.


북한은 웜비어 씨가 '보툴리누스 중독증', 일종의 식중독에 걸린 뒤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부검 결과와 차이가 있다.


부검 결과에 따르면, 웜비어 씨 몸에선 보툴리누스균이 발견되지 않았고, 장기간 뇌에 산소‧혈액 공급이 부족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웜비어 씨 부모인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는 이를 근거로 북한 정권의 고문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웜비어 부부는 아들 사망 이후 언론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한 정권의 무도함을 고발해왔다. 유대인 가문 인맥을 활용한 부부의 집념은 미 정부의 대북제재 강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北 책임지게 전 세계 자산 찾아낼 것"
'불법 임대운영' 獨 호스텔 폐쇄에 영향


웜비어 부부가 이끌어낸 또 하나의 변화는 세계 곳곳에 숨겨진 북한 자산을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는 데 있다.


시작은 웜비어 씨 죽음에 대한 북측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었다. 이들 부모는 지난 2018년 말 미국 법원에서 북한이 자신들에게 약 5억 달러(당시 약 6120억원)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다만 미국 내 북한 자산이 거의 없어 배상금 지불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에 웜비어 부부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 감춰진 북한 자산에 주목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았던 웜비어 부부는 "우리의 임무는 북한이 책임지도록 전 세계에 있는 북한 자산을 찾아 확보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세계 곳곳에 자산이 많다. 스위스 계좌에 수십억 달러를 갖고 있고, 스위스에 집도 갖고 있지만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고 했었다.


실제로 웜비어 부부는 독일 베를린 북한대사관 부지에서 불법 운영돼온 호스텔 폐쇄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해당 호스텔은 북한대사관 바로 옆에 자리한 '시티 호스텔'로 지난 2004년 이후 독일 현지에서 활동하는 터키 업체가 북한대사관 사무실로 사용되던 건물을 임차해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는 코로나19 여파가 한창이던 지난 4월에도 호스텔을 폐쇄하지 않고 인터넷 예약을 받아왔지만, 지난 5월 초 최종 폐쇄된 것으로 확인됐다.


웜비어 부부는 방한 당시 한 인터뷰에서 "북한이 호스텔에서 돈을 버는 것은 옳지 않다"며 "호스텔이 문을 닫고 북한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돈을 벌지 못하도록 싸울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말 독일 주재 미국 대사관이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시티호스텔’의 1년 전 사진과 현재 사진을 비교하는 사진을 게시했다. ⓒ주독 미국대사관 트위터 갈무리
북한 자금 291억원 추적
회수까진 여러 단계 남았다는 관측


웜비어 부부는 대북제재로 미국 은행 3곳에 동결된 북한 관련 자금 2379만 달러(약 291억원)을 추적해내기도 했다.


앞서 웜비어 부부는 변호인을 통해 미국 내 주요 은행들의 북한 관련 자산 공개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은행들은 관련 정보 공개가 고객 비밀정보 누설이 될 수 있다며 법원 명령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웜비어 측은 법원에 해당 은행에 대한 '보호 명령'을 요청했다. 이들 은행이 북한 자금에 대한 정보를 웜비어 부부에게 제공해도 고객 비밀정보 누설 등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구였다. 법원은 웜비어 측이 요구한 보호 명령을 지난 11일(현지시각) 허가했다.


은행들이 웜비어 부부에게 북한 관련 자금의 계좌번호, 소유주, 주소, 자금의 예치 배경까지 공개하게 됐지만 배상금 회수 절차로 곧바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전망이다.


대북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지난 11일 미국의소리(VOA)에 "웜비어 가족의 변호인들이 재무부에 의해 동결된 북한 정권과 북한 기관 소유 계좌의 자금을 회수하려는 것"이라면서도 "웜비어 가족이 자동적으로 해당 계좌의 돈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여러 고려 사항들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실제 배상금 회수까진 적잖은 난관이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만약 웜비어 부부가 북한 자산을 실제로 압류해 배상금을 받아낼 경우 북한으로부터 실질적 배상을 받아낸 매우 이례적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오토 웜비어의 부모인 프레드 웜비어와 신디 웜비어(자료사진). ⓒAP/뉴시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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